「NFT 아트의 시각인지 요소에 표현된 시뮬라시옹 특성에 관한 연구: PFP 작품을 중심으로」 ,2022
궈량, 조진경
DOI:10.18555/kicpd.2022.71.017
궈량과 조진경의 연구는 NFT 아트를 블록체인 기술이나 소유권의 문제보다 이미지가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라본다. 분석 대상은 Bored Ape Yacht Club(BAYC)과 Clone X다. 연구자는 형태와 색채라는 기본적인 시각 요소에 시간과 공간을 추가하고, 이를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단계와 연결한다. 최종적으로 NFT PFP의 시각적 특징을 상징적 현실성, 혼합성, 가상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으로 정리한다.
![[논문리뷰]원본 없는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법: NFT PFP와 시뮬라시옹](https://metax-images-bucket.s3.ap-southeast-2.amazonaws.com/articles/2026/08/nft-pfp-img-1-20260830-h668q4.webp)
PFP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닮았는가보다 얼마나 멀어졌는가다
이 논문의 흥미로운 지점은 PFP를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 양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에 따르면 이미지는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단계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대신하며, 마지막에는 현실과의 관계 자체가 사라진 순수한 시뮬라크르에 도달한다. 논문은 이를 각각 일관성과 유사성, 거짓과 왜곡, 마법성과 은폐, 하이퍼리얼리티라는 특성으로 정리한다.
여기서 질문의 위치가 바뀐다. 원숭이가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졌는지를 묻는 대신, 그 원숭이 이미지가 실제 원숭이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를 묻게 된다.
BAYC는 여전히 원숭이라는 현실의 대상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귀, 코, 입과 같은 특징을 과장하고 인간의 의상과 표정을 결합하지만, 관람자는 그것을 즉시 ‘원숭이’로 알아볼 수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BAYC를 보드리야르의 제2·3단계에 위치시킨다. 실제 원숭이는 남아 있지만 이미지는 현실의 원숭이를 묘사하기보다 캐릭터의 성격, 유머, 취향을 전달하는 기호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BAYC가 Mutant Ape Yacht Club(MAYC)으로 변형되는 순간 관계가 달라진다. ‘혈청’을 사용해 원숭이가 돌연변이로 변화했다는 설정이 도입되고, 형태와 색채 역시 실제 원숭이에서 크게 벗어난다. 연구자는 이 지점을 제4단계의 하이퍼리얼리티로 본다. 중요한 것은 괴상한 모습 자체가 아니다. 처음에는 현실을 변형했던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의 가상 이미지를 다시 원본으로 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BAYC가 현실의 원숭이를 변형했다면 MAYC는 이미 만들어진 BAYC 세계를 변형한다. 이미지의 계보에서 현실이 한 단계씩 뒤로 밀려난다.
1만 개의 차이는 ‘개성’보다 조합에서 만들어진다

PFP 프로젝트는 대체로 하나의 기본 형상을 공유하면서 속성을 조합해 수천 개의 변형을 만든다. BAYC는 모자, 눈, 귀걸이, 모피, 의상, 배경, 표정 등 약 170개의 속성을 조합해 1만 개의 원숭이를 생성한다. 따라서 각각의 캐릭터는 독립적으로 설계되었다기보다 공통된 틀 안에서 차이가 계산되는 구조에 가깝다.
이 지점은 이 논문의 ‘혼합성’ 개념과 연결된다. 연구자는 NFT 이미지의 생산을 서로 다른 소재, 질감, 요소와 스타일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특히 생성형 PFP에서 변주는 새로운 원형을 계속 만드는 방식보다 이미 마련된 요소들을 다른 배열로 결합하는 방식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NFT PFP에서 반복과 차이는 서로 반대되지 않는다. 같은 얼굴 구조와 같은 구도는 컬렉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의상·색·표정·장신구의 변화는 개별 토큰을 구별한다. 이미지가 서로 충분히 닮아 있어야 하나의 집단으로 읽히지만, 동시에 충분히 달라야 하나의 소유 가능한 개체로 작동한다.
Clone X에서는 인간과 기계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먼저 흐려진다

Clone X는 BAYC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시뮬라시옹 단계를 넘나든다. 이 프로젝트에는 인간, 로봇, 천사, 악마, 파충류, 망령 등의 DNA 속성이 존재하며, 희소성 또한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인간형 Clone X는 얼굴과 신체라는 현실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기계 부품과 미래적 요소를 결합한다. 그래서 논문은 이를 현실을 일부 반영하면서도 현실을 변형하는 제1·3단계의 혼합적인 사례로 본다. 반면 천사, 악마, 파충류, 망령, 무라카미 계열의 존재들은 현실에서 대응물을 찾기 어렵다. 여기서는 현실의 인간을 변형하는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가상세계 안에서 어떤 존재가 가능한지를 설계하는 문제가 된다. 이들은 제4단계의 하이퍼리얼리티에 가까워진다.
Clone X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색채가 세계관을 만드는 방식이다. 낮은 밝기, 높은 채도, 강한 대비, 차가운 남색·검정·흰색은 특정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미래 기술’이라는 감각을 먼저 전달한다. 형태가 캐릭터를 만들고 색채가 그 캐릭터가 살아갈 시대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표 5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작품 안에서도 현실과의 거리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논문의 핵심 결과는 8쪽의 <표 5>에 압축되어 있다. 여기서는 BAYC, MAYC, Clone X Human, Clone X God Murakami를 시뮬라시옹 단계와 대응시킨다.
BAYC는 의인화와 과장을 통해 제2·3단계에 놓인다. MAYC는 변형과 왜곡이 현실의 원숭이라는 기준을 넘어가면서 제4단계의 하이퍼리얼리티에 진입한다. Clone X Human은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제1단계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기계적 변형 때문에 제3단계와 겹친다. 반면 Clone X의 신적·괴물적 형상은 현실의 모델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아 제4단계로 분류된다.
이 표의 의미는 작품을 ‘현실적 이미지’와 ‘가상 이미지’로 두 종류로 나누는 데 있지 않다. 하나의 PFP 생태계 안에서도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거리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캐릭터가 진화하면서 그 거리 자체가 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징적 현실성, 혼합성, 가상성
연구가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세 가지 개념은 이런 변화의 양상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 상징적 현실성이다. Pudgy Penguins나 Doodles처럼 현실의 펭귄이나 인간을 단순화하고 변형하더라도 몇 가지 핵심 특징만 남아 있으면 관람자는 현실의 대상을 인식할 수 있다. 현실에서 멀어지면서도 현실을 가리키는 연결선은 남는다.
둘째, 혼합성이다. 서로 다른 소재, 문화적 기호, 질감과 스타일을 조합하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창작은 백지에서 하나의 형상을 완성하는 과정보다 이미 존재하는 요소들의 관계를 새로 배치하는 과정에 가까워진다.
셋째, 가상성이다. 현실의 대상과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자체적인 존재 조건을 갖기 시작한다. 해골과 우주, 종교와 기술, 인간과 기계, 요정과 괴물이 한 화면에서 공존할 수 있는 이유도 물리적 현실의 규칙을 공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논문의 결론은 이 세 특성을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NFT PFP는 현실의 형태를 가져와 추상화하고, 기존 기호들을 조합해 새로운 변형을 만들며, 그 변형이 누적되면서 현실을 직접 참조하지 않는 이미지 세계로 이동한다.
이 연구를 따라가다 보면 PFP를 볼 때 던지는 질문도 달라진다. “이 캐릭터는 무엇을 표현하는가?”보다 “이 캐릭터가 현실을 참조하기 위해 아직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PFP 이미지의 특징은 그 답이 작품마다 다르고,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달라진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