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Dialogs with GenAI NPCs: Exploring Player Interactions with Speech Agents in a VR Game
저자: Nima Zargham, Leandro Tonini, Dmitry Alexandrovsky, Emma Grace Ruthven, Maximilian A. Friehs, Leon Tristan Dratzidis, Bastian Dänekas, Ioannis Bikas, Lennart E. Nacke, Sven Zebel & Rainer Malaka
doi: https://doi.org/10.1080/10447318.2026.2620647

게임 속 인물과 대화할 때 플레이어는 대개 문장 몇 개 중 하나를 고른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말투를 사용할지, 대화를 어디까지 이어갈지는 이미 제작자가 정해놓은 선택지 안에 있다. 생성형 AI가 게임에 들어오면서 이 오래된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플레이어가 직접 말을 만들고, NPC가 그때그때 답변을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니마 자르감과 동료 연구자들은 VR 어드벤처 퍼즐 게임인 ‘오피스 위스퍼스(Office Whispers)’를 제작해 이 변화를 관찰했다. 플레이어는 중요한 발표에 필요한 노트북을 찾기 위해 가상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관리자, 디자이너, 인턴, 유지보수 직원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네 NPC는 생성형 AI로 작동하며, 플레이어는 정해진 명령어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문장으로 질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캐나다와 네덜란드에서 총 48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20분간 게임을 플레이하게 한 뒤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직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NPC의 성별을 서로 바꾼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 외형적 특성이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했다.

[논문리뷰]NPC는 언제 ‘인물’이 되는가
그림. 두 가지 게임 버전과 각 레벨에 대응하는 NPC들

자유로운 대화가 바꾼 것은 선택지의 수가 아니라 행위의 감각이다

참가자의 58.3%는 NPC와 말로 대화하는 기능을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요소로 꼽았고, 45.8%는 가장 흥미로운 요소라고 답했다. 특히 참가자의 3분의 1은 자신의 말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감과 행위 주도권을 느꼈다.

이 결과에서 중요한 것은 대사의 양이 늘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기존 대화 트리에서도 선택지를 충분히 많이 만들 수 있다. 생성형 AI가 바꾼 지점은 플레이어가 게임이 준비한 표현을 고르는 대신 자신의 의도를 직접 문장으로 구성하게 되었다는 데 있다.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허용한 행동을 선택한다”는 감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먼저 말을 걸고 게임 세계가 그 말에 반응한다고 느꼈다.

VR은 이 효과를 강화했다. 참가자들은 NPC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발화가 문자로 표시되고, 눈앞의 인물이 답하는 과정을 하나의 사회적 사건처럼 받아들였다. NPC와 이야기하는 일이 메뉴를 조작하는 행위보다 사람에게 말을 거는 행위에 가까워진 것이다. 실제로 몇몇 참가자는 음성 인식이 잘되지 않자 NPC에게 몸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시스템 설정상 거리를 좁힐 필요가 없었지만, 플레이어는 현실의 대화에서 하듯 상대방이 잘 듣도록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몰입은 그래픽의 사실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말이 가상세계 안에서 사회적 효력을 갖는다는 감각이 몰입을 만든다. 말이 정보 입력 방식에 머물지 않고 플레이어가 그 세계에 존재한다는 증거로 작동한 셈이다.

대화가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오류는 더 크게 보인다

음성 대화는 몰입을 높였지만, 그 몰입은 쉽게 깨졌다. 참가자의 77%가 음성 인식 문제를 경험했고, 일부는 NPC가 발화를 가로채거나 대답을 늦게 시작한다고 느꼈다. 대화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천천히 말하거나 발음을 과장하고 목소리를 높인 참가자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 절반가량이 인식 실패를 시스템보다 자신의 발음이나 억양 탓으로 돌렸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들은 기계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자신의 말하기 방식을 수정했다. 대화 상대가 인간처럼 제시되자 사용자는 시스템의 규칙을 배우기보다 관계를 조정하듯 행동한 것이다.

생성형 AI의 잘못된 답변도 비슷하게 받아들여졌다. NPC가 엉뚱한 사실을 만들거나 서로 모순되는 정보를 제공하자 일부 참가자는 이를 환각이나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거짓말”로 해석했다. NPC들이 거짓말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었지만, 플레이어는 오류에 의도와 성격을 부여했다. 한 참가자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게임 진행이 힘들었다고 말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NPC의 거짓말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재미있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오류가 한쪽에서는 몰입을 깨고 다른 쪽에서는 인물을 만든 것이다. 그 차이는 오류의 존재보다 오류가 게임 안에서 어떤 결과를 일으켰는가에 달려 있다. 잘못된 답변이 퍼즐 진행을 막고 세계의 설정과 충돌하면 시스템 실패로 드러난다. 반면 인물의 태도나 이야기 속 긴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 때는 예측 불가능한 성격처럼 받아들여진다.

게임 설계에서 생성형 AI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면, 오류를 감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NPC가 모르는 정보를 인정하거나, 확신 정도를 표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나중에 수정하는 과정까지 서사와 행동 안에 포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수가 기억되고 수습될 때, 불확실성은 고장이 아니라 관계의 일부로 남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성격보다 먼저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했다

연구진은 관리자, 인턴, 디자이너, 유지보수 직원에게 서로 다른 직급과 외형을 부여했다. 그러나 캐릭터 선호를 가장 강하게 결정한 것은 설정된 성별이나 세부 성격보다 정보의 정확성과 유용성이었다.

가장 선호된 인물은 디자이너 파커였으며, 가장 자주 싫어하는 인물로 지목된 캐릭터는 인턴 아리아였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많이 언급됐고, 친절함, 짧고 직접적인 답변, 접근하기 쉬운 태도가 뒤를 이었다. 반대로 싫어하는 이유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말하지 않는 태도, 거짓말과 모순된 정보였다.

이는 생성형 AI NPC의 성격이 제작 단계에서 입력한 프로필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레이어에게 캐릭터의 성격은 실제 플레이 중 누적된 응답으로 나타난다. 답변이 정확하면 유능하거나 친절한 인물로 느껴지고, 정보가 부족하면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해석된다. 생성 과정의 우연한 차이까지 인물 평가에 포함된다.

성별을 바꾼 두 게임 버전 사이에서는 전체 플레이 경험, 인물의 매력, 대화의 즐거움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외형적 성별 변화만으로는 상호작용의 품질을 넘어서는 차이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반면 직급은 일부 참가자의 말하기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참가자들은 관리자에게 더 직접적이고 업무적인 질문을 하고, 동료나 하위 직급 NPC에게는 상대적으로 편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이 대목에서 NPC는 게임 속 허구적 인물이면서 현실의 사회적 관계가 투영되는 표면이 된다. 직급과 역할이 제시되는 순간 플레이어는 현실에서 익힌 권위, 친밀감, 능력에 대한 기대를 불러온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기대에 반응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강화한다. 캐릭터 설계는 성격 묘사의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떤 사회적 태도를 반복하도록 만드는가의 문제로 넓어진다.

인간다운 대화는 문장의 자연스러움보다 상호작용의 리듬에서 갈렸다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질문을 좋아했지만, NPC와의 대화를 여전히 인공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NPC가 질문에 답하기만 할 뿐 추가로 묻지 않거나, 언제나 비슷한 문장으로 대화를 끝내고, 플레이어가 말을 하는 동안 적절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참가자는 NPC를 사람보다 “응답 기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연구가 드러낸 인간다움의 조건은 대사의 문법적 완성도보다 넓다. 상대가 이전 대화를 기억하는가, 현재 플레이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가, 게임 세계에서 방금 일어난 사건에 반응하는가,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는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목소리의 억양, 표정, 시선, 몸짓과 이동도 대화의 일부다.

참가자들은 NPC끼리 대화하거나, NPC가 먼저 플레이어에게 접근하거나, 상황에 맞춰 도움을 제안하기를 원했다. 이는 플레이어가 긴 문장을 생성하는 NPC보다 세계 안에서 무언가를 보고 듣고 행동하는 인물을 기대했다는 뜻이다. 대화가 게임플레이와 나란히 존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플레이어가 물건을 옮기고 퍼즐을 해결하며 공간을 이동하는 동안 NPC의 말과 행동이 그 변화에 연결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대화에는 안내도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이 진행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면 자유는 곧 혼란으로 바뀐다. 연구진은 선택지를 다시 강요하는 대신, NPC가 자연스럽게 다음 인물이나 사건을 언급하는 식의 미세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생성형 AI 게임의 과제는 자유와 통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자유로운 표현을 유지하면서 대화가 이야기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조정하는 데 있다.

표가 보여주는 매력과 대화 경험의 관계

[논문리뷰]NPC는 언제 ‘인물’이 되는가
표 1. 캐릭터 매력도 평가와 해당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에서 느낀 즐거움 간의 피어슨 상관관계

논문의 표 1은 각 NPC의 외적 매력도와 해당 NPC와 대화할 때 느낀 즐거움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인턴 아리아는 상관계수 0.385, 관리자 카이는 0.457, 유지보수 직원 알리는 0.590, 디자이너 파커는 0.565로 나타났다. 네 캐릭터를 합친 전체 상관계수는 0.566이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즉, 참가자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볼수록 그 캐릭터와의 대화도 즐겁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알리와 파커에서는 비교적 강한 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이 결과만으로 매력적인 외형이 대화의 즐거움을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활하고 친절한 대화를 나눈 뒤 캐릭터의 외형까지 더 호감 있게 평가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표는 생성형 AI가 도입됐다고 해서 기존 캐릭터 디자인의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답변의 정확성뿐 아니라 얼굴, 목소리, 직급, 말투와 반응을 하나의 인물로 묶어 판단한다. 기능적 신뢰성과 시각적 매력은 분리된 요소라기보다 서로를 해석하는 조건이 된다.

정량 결과에서도 전체 게임 경험은 7점 척도에서 평균 5.75점, 유사한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의향은 5.73점으로 높았다. 플레이어 경험 척도에서는 ‘목표의 명확성’이 가장 높았고, ‘숙련감’은 가장 낮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았지만, AI와 음성 인식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 때문에 자신의 능력으로 상황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감각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으로 읽을 수 있다.

NPC는 완성된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 중 계속 생성되는 관계다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생성형 AI NPC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꾼 데 있다. 기존 NPC는 외형, 설정, 대사와 행동이 미리 확정된 캐릭터였다. 생성형 AI NPC의 인상은 응답 속도, 정보의 정확성, 기억, 말 끊기, 우연한 오류와 그 오류에 대한 플레이어의 해석이 쌓이면서 계속 달라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질문은 NPC가 얼마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머물기 어렵다. 언제 말을 걸고, 무엇을 알고 있으며, 모르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자신의 실수가 이후의 관계와 게임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화 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살아 있는 NPC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유로운 언어가 게임의 상태, 인물의 역할, 기억, 목소리와 몸의 반응에 연결될 때 플레이어는 답변을 정보가 아니라 한 인물의 행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연구가 보여준 생성형 AI NPC의 가능성은 무한한 대사에 있지 않다. 플레이어의 말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세계와 관계를 변화시키는 구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