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 광화문덕 Shin의 물방울욕실 화생방 탈출기
가을 아침, 늘 쓰던 다이소 파워세정제에 만족하던 필자에게 낯선 욕실 세정제가 선물로 도착했다. 3천 원짜리 가성비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새로운 세정제의 등장이 욕실 청소 루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면 주목하라.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다. 창문을 열어두면 여름 내내 집 안에 눌러앉아 있던 뜨거운 공기 대신 가볍고 마른 바람이 들어온다.
가을이다.
햇빛은 여전히 밝지만 여름처럼 사납지는 않다. 거실 바닥에 길게 내려앉은 햇살마저 한결 얌전해 보인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있으니 커튼이 천천히 흔들린다.
그 느린 움직임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 옆 작은 테이블 위에 낯선 세정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이 욕실 세정제를 출시했다며 보내준 제품이었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자면, 제품을 보내주기 위해 알게 된 사이도 아니고 협찬을 목적으로 이어진 인연도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며 건넨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게는 이미 꽤 만족하며 사용하는 욕실 세정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소에서 파는 3천 원짜리 파워세정제. 그야말로 다이소답게 싸고, 독하고, 잘 닦인다. 사실 이 세 가지면 다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는 욕실 세정제로 거의 최강에 가까웠다.
물론 대가도 있었다. 쓸 때마다 눈이 따갑고 속이 조금 메스꺼울 때가 있었다. 청소를 끝낸 뒤에는 욕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환풍기를 한참 돌려야 했다.
그래도 결과만큼은 늘 만족스러웠다. 발견할 때마다 괜히 소름이 돋는 핑크빛 물때가 말끔히 사라지고, 욕조와 욕실 바닥이 다시 제 색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마치 욕실이 아니라 내 마음 한구석을 닦아내는 것 같았다.그냥 두고 보기에는 영 찜찜하고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손대기는 귀찮아 자꾸만 미뤄두게 되는 것들. 욕실의 물때처럼 마음 한편에 엉겨 붙어 있던 생각들도 수세미를 몇 번 힘주어 문지르는 동안 함께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고된 노동 뒤에 깨끗해진 욕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조금 개운해지곤 했다. 사실 나는 그 기분을 꽤 좋아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동안 독한 냄새와 따가운 눈 정도는 깨끗함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그렇게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씻으러 들어왔다가 물곰팡이와 마주하게 됐다. 일주일 동안 내가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욕조 한쪽에는 또 익숙한 핑크빛 얼룩이 슬그머니 영역을 넓혀놓고 있었다.
‘그래, 올 게 왔구나.’
한참 욕조를 내려다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제대로 한번 해보자.’
그렇게 뜻밖의 추석맞이 욕실 청소가 시작됐다. 평소 같았으면 별생각 없이 익숙한 파워세정제부터 집어 들었을 것이다.
오늘은 선물받은 세정제로 청소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쓰고 버려야 할 것이니 기왕이면 빨리 써보자는 마음이었다. 자작나무 수액을 담은 욕실 세정제, 토일럿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욕실 세정제가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다. 내가 오랫동안 써온 파워세정제만큼 시원하게 닦이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다.
기왕 제품을 받았으니 개발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왜 하필 욕실세정제를 만드셨을까.
https://smartstore.naver.com/toilatt/shoppingstory/detail?id=5002964463개발스토리가 너무도 공감이 갔다. 청소를 하고 나면 눈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이들은 냄새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하고. 깨끗한 욕실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거 계속 써도 괜찮은 건가.’ 하고 걱정하던 마음...
‘아……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무엇보다 실제 청소 장면과 테스트과정 이미지를 올리신 부분에 보이는 지인의 모습이 반갑기도 했다. 역시 아버지의 마음은 같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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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martstore.naver.com/toilatt/shoppingstory/detail?id=5002964463청소를 시작하기 토일럿 세정제를 들었다. 평소 청소할 때처럼 욕실 문도 열어두었다. 그리고 욕조와 세면대, 변기 등을 향해 난사했다.
칙. 칙칙. 칙칙칙... 치지지지지지익~~~~
하얀 거품이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조금 참았다. 몸에 밴 습관이다. 곧 코끝을 찌르는 익숙한 냄새가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내 경험으로는 이쯤 되면 냄새가 먼저 와야 했다. 곰팡이가 죽어가는 만큼 지독한 락스 냄새가 욕실을 가득 채워야 했다. 눈이 따끔해지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는 것조차 망설여져야 했다.
욕실 안이 온통 락스 냄새로 도배되고 나면 스무 살 무렵 유격훈련 때 경험했던 화생방 훈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자, 이제 시작이구나.’
그다음부터는 괜히 숨을 아껴 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가능한 한 빨리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한 손에는 세정제, 다른 한 손에는 수세미. 마치 유격훈련이라도 하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질러야 한다.
박박.
또 박박.
내게 욕실 청소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일이 되어 있었다. 깨끗함을 얻기 위해 잠시 숨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일.
‘어?’
조심스럽게 숨을 한번 들이쉬어봤다. 괜찮았다. 조금 더 깊게 쉬어봤다. 눈도 따갑지 않았다. 목도 답답하지 않았다. 은은한 향이 오히려 낯설었다.
'이것이 바로 자작나무 숲에서 욕실청소하는 느낌인 것인가'
이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하나였다.잘 닦이는가. 수세미를 들었다.
박박.
한 번 더.
박박.
‘음…….’
욕조 안에 들러붙은 오래된 찌든 때는 기존 파워세정제처럼 한두 번 문지른다고 곧바로 벗겨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세정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때나 가벼운 얼룩은 세정제를 뿌려 잠시 불려놓는 것만으로도 제법 말끔해졌다. 물로 씻어내고 나면 욕조와 타일이 다시 반짝이며 제 색을 드러냈다.
조금 오래 묵은 찌든 때라면 손을 몇 번 더 움직이면 됐다.
박박.
조금 더.
그래도 안 되는 곳이라면 방법은 간단했다.
그 부분에만 내가 원래 쓰던 파워세정제를 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것을 하나의 강한 세정제로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
평소에는 조금 순하게. 정말 필요한 곳에만 조금 강하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청소를 마치고 욕실 바닥에 물을 뿌렸다. 거품이 물줄기를 따라 배수구 쪽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조금 전까지 희끗했던 타일이 다시 제 색을 드러냈다.
수세미를 헹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그랬듯 손을 씻었다.
그런데 이날은 손끝을 한참 들여다보지 않았다. 따끔거리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눈을 비비지도 않았다. 대신 가만히 서서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어봤다.
아무렇지 않았다. 그게 정말 기분 좋았다.
결혼한 뒤 욕실 청소는 늘 작은 화생방 훈련 같은 일이었다. 빠르면 일주일에 한 번, 조금 게을러지면 한 달에 한 번. 어차피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도 막상 시작하려면 마음부터 단단히 먹어야 했다.
한번 시작하면 대충 끝낼 수도 없었다. 물때를 지우고, 곰팡이를 벗겨내고, 욕조와 바닥을 박박 문지르는 동안 눈은 따갑고 숨은 답답해졌다. 청소가 끝나면 욕실은 말끔해졌지만 정작 나는 손끝이 아리고 기운이 빠져 있었다.
깨끗함은 얻었지만, 그만큼 나도 조금 닳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욕실은 깨끗해졌는데 나는 멀쩡했다. 그 단순한 사실이 생각보다 꽤 좋았다.
사실 이 제품을 사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사용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 지인이 보내준 제품이니 한번 써보고, 마음에 들면 계속 쓰고 아니면 다시 익숙한 다이소 파워세정제로 돌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욕실 청소를 끝내고 멀쩡한 얼굴로 욕실 밖을 걸어 나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좀 알려야겠다.’
나처럼 욕실 청소만 시작하면 본의 아니게 화생방 훈련에 돌입해야 했던 사람들. 특히 주말이면 한 손에 세정제, 다른 한 손에 수세미를 들고 욕실로 출전해야 하는 이 시대의 남편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물론 다이소의 3천 원짜리 파워세정제와 비교하면 꽤 비싼 프리미엄 세정제다.
https://smartstore.naver.com/toilatt그리고 찌든 때 앞에서는 몇 번 더 박박 문질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청소하는 동안 숨을 참지 않아도 되고,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되고, 청소가 끝난 뒤 온 집안의 창문을 열어젖힌 채 ‘이번에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부터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그리고 외친다.
전국의 욕실 청소 담당들이여.
주말마다 욕실로 출전하는 남편들이여.
드디어 우리에게도 희소식이 생겼다.
욕실은 깨끗하게.
우리는 멀쩡하게.
화생방 없는 욕실 청소가 가능해졌음을 선포하노라!!!
토일럿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자작나무 수액을 담은 욕실 세정제, 토일럿
아래는 오늘 청소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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