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이젠 혁신의 축제가 아닌 생존의 현장

X 기자

xx@metax.kr | 2025-01-11 01:23:00

[METAX = X] 

라스베이거스의 새벽은 차갑다. 호텔 창문 너머로 바라본 거리의 화려한 불빛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지만, 그 아래서 부는 다소 차가운 바람은 도시의 뜨거운 열기를 달래며 묵묵히 흐르고 있다. 나는 천천히 커튼을 걷으며 창밖을 응시했다. 화려한 네온빛 뒤로 감춰진 도시의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침대 맡에 놓인 여행 가방은 이미 닫혀 있다. 내게 남은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 도시를 음미하는 일뿐.

15년 만에 다시 찾은 CES, 젊은 기자였던 나는 이제 중년이 됐다. 그 시절, 이곳은 내게 기회의 땅이었다. 신기술로 가득 찬 전시관 속을 누비며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야망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설렘 대신 무거운 현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이번 CES는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라스베이거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 자신에게 물었다.

답은 쉽지 않다. 드론 기술, AI, 메타버스 솔루션, 모빌리티 등 익숙하지만 이제는 새롭다기보다 익숙해져 버린 단어들이 머리를 스친다.

CES는 여전히 혁신을 이야기하려 하지만, 그 혁신은 이제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 안에 갇힌 듯 보였다. 전 세계가 불황의 그늘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금, 이곳은 더 이상 혁신의 축제가 아니라 생존의 무대였다.

그럼에도 몇몇 순간들은 나를 붙잡았다.

한 부스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는 손수 제작한 제품을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불안이 교차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피칭 무대에 선 젊은 개발자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이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호텔 로비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걸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고단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속에서, 나는 15년 전의 나를 보았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7일부터 9일까지(현지시각) 3일간 CES를 누비며 나 역시 절박했다.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발버둥 쳤다. 눈에 보이는 모든 순간들을 내 지식들을 총 동원해서 해석해 인사이트를 얻으려 애썼다. 매 순간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나는 질문하고 또 기록했다.

그러나 그 모든 와중에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다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이었다. 아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그리고 나를 부르던 작은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화려한 기술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곳에서도,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여전히 멀리 있는 그들이었다.

'왜 여기 있는 걸까?'

나는 묻고 또 답을 찾으려 했다. CES는 나에게 다시 한번 현실을 직면하게 했다. 기술도, 비즈니스도 결국은 삶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라스베이거스 도시의 불빛이 점차 사그라지는 새벽, 공항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CES에 대해 생각했다.

한때 뜨거웠던 CES는 이제 나이가 들었다. 여전히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성숙한 무게감이 있었다. 혁신의 불꽃은 잦아들었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더 깊은 생존의 이야기였다.

마지막 비행기에 오르며, 나는 다시 한번 CES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들. 혁신은 더 이상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꿈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아닐까.

비행기가 이륙하고, 라스베이거스의 풍경이 점차 멀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새벽하늘은 맑았고, 하늘의 별빛은 차갑게 반짝였다. 나는 주머니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들었다.

'다시 돌아가자.'

CES는 끝났지만, 내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눈을 감았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나 자신과 함께 걸어갈 길을 떠올렸다. 혁신은 기술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혁신은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CES 2025'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15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 2025년 1월 7일~ 9일(현지시각) 3일 간의 CES 2025 참관을 마치고...

METAX / X xx@metax.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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