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경제의 전환"...Tencent×넥슨 M&A와 Web3 패권 시대
이정민 기자
dave126999@gmail.com | 2025-06-20 09:00:00
2025년 6월, 중국의 빅테크 기업 Tencent가 넥슨 인수를 탐색하고 있다는 주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넥슨은 2003년 ‘메이플스토리’ 출시 이후 글로벌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쌓아왔으며, 2025년 5월에 NFT 기반 자산 관리·온체인 퀘스트·유저 주도 경제 실험을 포함한 Web3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와 첫 Web3 MMORPG ‘메이플스토리 N’을 공식 런칭했다.
한편 Tencent는 2020년 이후 중국 내 게임 판호 규제 강화에 대응해 유비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 등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해외 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왔다. 또한 Tencent Cloud의 Web3 플랫폼 지원, NFT·메타버스 프로젝트 투자 등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인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양사의 전략적 방향성과 기술적 접점이 맞물릴 경우 Web3 게임 산업 전반에 구조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넥슨의 Web3 도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보여준 가능성
넥슨은 2003년 ‘메이플스토리’로 시작된 PC MMORPG 강자로 자리매김한 뒤, 2023년 설립된 Web3 전용 조직 NEXPACE를 통해 본격적인 블록체인 전환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물로 2025년 5월 공식 론칭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와 메이플스토리 N은 모두 NFT로 발행된 게임 아이템, 온체인 퀘스트·보상 시스템, 유저 주도 아이템 제작 등 Web3 핵심 기능을 탑재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 활동을 통해 획득한 토큰(NXPC)을 실제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는 ‘Create-to-Earn’ 모델을 선보였다. 유저는 퀘스트 수행, 콘텐츠 제작, 거버넌스 참여 등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얻고, 이는 곧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되어 외부 시장과 연동된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Web2 게임의 플레이어-퍼블리셔 가치 불균형 문제를 직시한 설계다. 넥슨은 유저에게 게임 아이템의 온전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이를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유저의 경제적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했다.
Tencent의 빅픽처: 콘텐츠, 블록체인, 글로벌 확장
2020년 이후 중국 정부의 게임 판호 발급 지연과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자, Tencent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모색하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7% 인수 등으로 단순 퍼블리셔에서 벗어나 IP 중심의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Tencent가 넥슨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단순한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서 세 가지 축(글로벌 IP 확보, Web3 역량 강화, 자체 생태계 구축)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첫째, 넥슨의 대표 IP인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는 북미·유럽을 포함해 수억 명의 글로벌 이용자층을 확보한 장수 브랜드이다. 이를 흡수함으로써 Tencent는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 한다. 둘째, 넥슨이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NFT 아이템 발행, 온체인 퀘스트·보상 구조, DAO 거버넌스 포털을 공식 로드맵에 포함한 Web3 경제 실험의 대표 사례이다. Tencent는 이를 자사 플랫폼에 통합해 Web3 게임 생태계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Tencent Cloud가 제공하는 Web3 전용 노드·지갑 인프라와 WeChat Pay·WeChat ID 기반 인증·결제 기능은 넥슨의 Web3 콘텐츠와 결합되어 하나의 통합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렇게 Tencent는 블록체인 기술을 콘텐츠 지배력 확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재화하려 하고 있으며, 넥슨 인수를 통해 그 그림을 완성해 나가려는 것이다.
Web3 게임의 제2막: 왜 ‘Tencent + 넥슨’이 주목받는가
2021년 NFT 붐 이후 Web3 게임 시장은 단기 투기 중심에서 점차 개발사 실적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왔다. 그러나 여전히 두 가지 근본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 부족이다. Axie Infinity와 같은 P2E 게임들은 초기 투기 자본 유입 후 실제 플레이 없이 재정거래에 의존하다가 경제 모델이 급격히 붕괴되는 사례를 경험했다. 둘째, 대중성 부족이다. 신규 이용자는 지갑 설치 및 자금 이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Web3 게임의 불안정한 경제 모델은 주류 게이머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Tencent와 넥슨의 결합은 새로운 국면을 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넥슨의 검증된 개발 역량과 IP(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를 바탕으로, Tencent는 WeChat(월간 13억 MAU) 내 미니게임 플랫폼을 통해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Web3 게임을 노출시킬 수 있다. 또한, 단일 P2E 모델을 넘어 NFT 기반 부가 소비와 DAO 기여 보상, Create-to-Earn 등 다층적 수익모델을 통합함으로써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테이블 코인 논의 등 정부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되는 가운데, 양사가 협력해 제도권 내에서 실현 가능한 디지털 자산 경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게임에서 경제로: Tencent×넥슨 결합이 여는 Web3 패권의 서막
현재 Tencent와 넥슨 간 인수 검토는 탐색 단계이다. 이는 김정주 전 회장의 가족이 보유한 NXC 지분과 한국 정부가 상속세 대가로 확보한 지분, 그리고 한·일 양국의 외국인 투자 규제 승인 절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거래가 실현된다면 넥슨의 실험적 콘텐츠 역량과 Tencent의 글로벌 플랫폼·자본력이 결합되어 Web3 게임 시장의 제도화·상업화·글로벌화를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Tencent 생태계를 통해 수억 명의 사용자가 빠르게 Web3 게임에 진입할 수 있는 반면, 넥슨이 구축해온 NFT 자산 소유권, DAO 거버넌스, Create-to-Earn 모델이 제도권 내에서 구현될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따라서 Tencent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분 매입을 넘어 Web3 게임을 전통 경제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실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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