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각화 시대의 권리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정민 기자

dave126999@gmail.com | 2025-03-29 14:58:00

Web3와 저작권 시리즈 ③ 생성형 AI의 확산은 디지털 창작의 방식뿐 아니라, 권리의 구조도 바꾸고 있다. 기술이 다각화될수록 콘텐츠는 늘어나고, 소유권은 불투명해진다. 법과 제도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생성형 AI는 이제 창작의 파트너이자, 경쟁자다. 우리는 기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누가 권리를 가졌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Web3와 AI, NFT 등 디지털 전환이 낳는 권리 재편의 문제를 다룬다. 이번 3편에서는 AI 기술의 다각화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충돌과 권리 분배의 복잡한 현실을 조명한다.[편집자주]


지난 26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약 7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그가 다시 공식 직함을 갖게 되면서, 네이버의 미래 전략, 특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에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GIO는 복귀 연설에서 AI 기술의 ‘다양성과 융합’을 핵심 가치로 강조했다. 단일 모델이나 특정 기업의 AI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결합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는 기술적 전략을 넘어 시장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AI 다각화 흐름: 기술 확산과 창작의 변형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클로바 스튜디오 ▲스마트렌즈 ▲추천 알고리즘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전개하며 AI의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기술적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AI 콘텐츠 생성 시스템이 병렬적으로 등장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ChatGPT, Midjourney, Sora처럼 AI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생성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저작권이라는 제도적 장치는 점점 더 복잡한 질문을 마주한다.

AI가 만든 그림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AI가 ‘배운’ 데이터의 출처가 타인의 저작물일 경우, 그 학습은 정당한가? 다른 AI 모델 간 비슷한 창작물이 생성될 경우, 원작자 판별은 가능한가?

이러한 쟁점은 AI 기술이 다각화될수록, 즉 수많은 기업과 기관이 독립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을수록 더욱 심화된다.

AI 저작권을 둘러싼 글로벌 정책 대응

이러한 경합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AI 저작권 문제를 법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AI Act)」과 「저작권 지침(CDSM Directive)」을 연계해, 생성형 AI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및 이용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인공지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AI 산출물 보호와 관련한 별도의 저작권 체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먼저 발전하고 법이 그 뒤를 쫓는 ‘기술-제도 간 시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AI 생성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창작자 권리 보호와 생태계 신뢰성 확보는 불가분의 과제로 떠올랐다.


AI 창작물과 권리 분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

AI 다각화가 만들어낸 창작물들은 기업·기관·개발자·이용자·데이터 제공자 등 수많은 주체들이 얽힌 복잡한 저작권 구조 속에서 존재한다.

이 구조에서 핵심 이슈는 바로 ‘분배’다.

AI 모델 개발자가 얼마나 권리를 갖는가? 학습 데이터 제공자는 어떤 수준의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결과물을 활용한 이용자는 콘텐츠에 대해 상업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이처럼 AI 창작물의 법적 권리 구조를 정교하게 분배하지 않는 한, 향후 비즈니스 확장은 물론 투자 유치에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AI로 생성한 콘텐츠를 광고에 사용했다가 해당 콘텐츠의 학습 데이터 일부가 타인의 저작물임이 밝혀진 경우,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물론, 금전적 손실과 프로젝트 전면 중단이라는 리스크로 직결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법적 구조가 불명확한 AI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 창출은 물론 원금 회수조차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투자로 인식될 수 있다. 결국, 저작권은 AI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글로벌 확장과 AI 저작권
: 네이버의 네옴시티 사례가 던지는 질문

출처: 네옴시티 홈페이지

네이버는 현재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 스마트시티 진출을 추진 중이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다.

네이버는 스마트 인프라 구축의 핵심 파트너로서 디지털 트윈, 도시 운영 자동화, 공공정보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 자사의 A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술적 야망은 AI 저작권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스마트시티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교통 안내 시스템의 음성 콘텐츠, 디지털 휴먼의 응대 문장, 공공장소의 디자인 이미지, 시민 참여형 콘텐츠 생성 도구 등 수많은 콘텐츠가 AI에 의해 자동 생성된다.

이 콘텐츠는 기술적으로는 AI가 만들었지만, 법적으로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디지털 휴먼이 생성한 공공 디자인 이미지가 시민의 투표를 통해 도시 곳곳에 설치됐다.
그런데 이 이미지가 하이퍼클로바X가 학습한 콘텐츠와 유사한 기존 저작물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그 이미지를 활용한 파생 디자인이 민간 사업에 활용된다면?

이러한 상황은 AI가 스스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이것이 다시 사회·경제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창작-활용-수익’ 사이클을 낳는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이 사이클을 법적으로 통제하거나,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그리고 AI 권리의 미래

AI 기반 도시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핵심이다. 현실 세계의 모든 객체와 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은 AI가 도시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설계 도면, 감정 표현, 음성 스크립트, 디자인 시안 등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기계가 만든다는 이유로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 지대로 남는다.

즉, 스마트시티는 기술의 도시이자 동시에 저작권의 테스트베드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AI 산출물에 대한 명확한 권리 귀속 기준 마련 도시 내 공공 콘텐츠의 법적 라이선스 체계 정립 디지털 휴먼, 디지털 트윈이 창출하는 콘텐츠의 윤리 기준 수립 국제 프로젝트의 경우, 다국간 법적 합의에 기반한 저작권 통합 모델 개발

네이버가 네옴시티를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AI 생태계 기반 스마트 도시는 그 자체로 새로운 정보 주권, 권리 분배의 규범을 요구한다. 기술의 주도권뿐 아니라, 콘텐츠의 주도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라는 문제로 직결된다.


창작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생성하고, 판단하고, 사회적 공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작 주체’로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는 여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누가 권리를 가지는가?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 무엇이 창작이고, 무엇이 도용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기술만 앞서게 되면, AI 창작물은 법적 분쟁의 지뢰밭이자 비즈니스 리스크의 뇌관이 될 수 있다.

AI 다각화 시대의 저작권은 단순한 법률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콘텐츠 시장의 질서를 다시 설계하고, 플랫폼과 창작자, 소비자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가장 핵심적인 디지털 사회계약이다.

Web3와 AI 기술이 진정한 창작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권리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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