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메타에 7억 유로 과징금…DMA 위반 첫 제재

X 기자

metax@metax.kr | 2025-04-24 06:35:26

애플은 ‘앱 외 구매 유도 금지’, 메타는 ‘개인정보 기반 광고 강요’가 문제

2025년 4월 2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이하 DMA) 위반 혐의로 애플에 5억 유로(약 7,200억 원), 메타에 2억 유로(약 2,9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DMA 시행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비(非)준수 판정이며, 양사는 모두 60일 이내에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애플, 앱 개발자 ‘안내 권한’ 차단…기술·상업적 제한 모두 문제

EU는 이번 결정에서 애플이 App Store 내 앱 개발자들이 소비자에게 외부 구매 경로를 안내하고 유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DMA의 ‘안내(Steering)’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거나 대체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 알리는 것을 기술적으로 제한했으며, 상업적 조건으로도 이를 억제했다.

EU는 “애플이 이러한 제한이 객관적으로 필요하며 비례적인 조치임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해당 제한을 즉각 철폐하고 유사한 효과를 지닌 정책 또한 도입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다만, 애플이 자발적으로 협력한 사용자 선택 관련 사항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되어 해당 사안은 조기 종결됐다.

메타, ‘동의 또는 유료결제’ 모델로 개인정보 선택권 침해

메타는 2023년 11월부터 유럽 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기반 맞춤형 광고 수신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경우 유료 구독을 선택하라”는 이른바 ‘Consent or Pay’ 이중 선택 구조를 도입했다.

EU는 이 모델이 DMA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덜 사용하는 광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부재 데이터 결합에 대한 ‘진정한 동의’가 불가능한 구조

이에 따라 유럽 집행위는 해당 모델이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공하지 못했으며, 합리적 대안 없이 사실상 강제하는 구조라고 결론지었다.

2024년 11월, 메타는 새 광고 모델을 도입하며 이른바 ‘덜 개인화된 광고 옵션’을 제시했으나, 이번 과징금은 해당 모델 도입 전인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의 위반 기간에 대한 조치로 내려졌다. 새 모델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현재 별도 검토가 진행 중이다.

DMA 최초의 비준수 제재…두 기업 모두 항소 예정

이번 결정은 디지털 시장법 시행 이후 첫 공식 제재 사례로 기록된다. DMA는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업들에게 특정 행위를 의무화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집행위는 이번 결정에 앞서 애플과 메타 양사에 사전 통지서를 보냈으며, 양측은 조사를 위한 자료 접근, 서면 의견 제출 등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애플과 메타는 모두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EU의 결정은 부당하며 사용자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해롭다”고 주장했고, 메타는 “유럽 기업과 미국 기업 간 이중잣대”라며 차별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Facebook 마켓플레이스는 ‘게이트키퍼’ 지위 해제

이번 발표에서는 메타의 온라인 중개서비스인 Facebook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지정 해제 결정도 포함됐다. 2024년 기준 1만 명 미만의 사업자만이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DMA 상의 ‘중요 게이트웨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는 메타가 해당 플랫폼에 대해 강화된 모니터링 및 사업자 제한 조치를 취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규제 전쟁 본격화

애플과 메타에 대한 이번 제재는 단순한 벌금 부과를 넘어, 유럽과 미국 간의 기술 규제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의 기술 규제를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보복 관세를 언급한 상황에서, DMA를 둘러싼 갈등은 향후 미-EU 통상 갈등의 새로운 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메타는 60일 이내에 시정 조치 이행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일일 벌금(Periodic Penalty Payment)이 부과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양사와 지속적으로 규정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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