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 규제와 한국의 딜레마

X 기자

metax@metax.kr | 2025-06-10 11:00:00

“규제냐, 철수냐… 빅테크와 국가의 힘겨루기,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글로벌 IT 공룡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MA)’과 ‘디지털 서비스법(DSA)’ 등 전례 없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통해 GAFA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하게 규제하자’와 ‘산업 위축을 우려한다’는 입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실제로 GAFA는 규제를 이유로 어떤 나라에서 ‘철수’를 단행한 적이 있을까? 그리고 한국은 과연 이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까?

GAFA에 칼을 든 유럽… “데이터 주권은 국민의 권리”

유럽연합은 데이터 주권과 시장 공정성을 명분으로 GAFA에 대한 규제를 선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구글: 2018년 EU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자사 검색엔진을 끼워팔았다며 43억 유로(약 6조 5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구글은 유럽 내 안드로이드 폰 초기 설정에서 경쟁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애플: 유럽연합은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 구조를 통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수년간 조사를 벌였고, 2024년부터는 앱스토어 외부 결제 허용을 의무화하는 DMA 조항을 적용시켰다. 애플은 이에 따라 iOS 17.4부터 유럽 내에서 외부 앱마켓 설치를 허용했지만, 동시에 보안 및 수수료 관련 '우회 방지 조항'을 새로 도입해 규제에 대한 실질적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 EU는 아마존이 자체 쇼핑몰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 판매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 판단, 2022년 반독점 조사를 통해 일부 마켓 운영 방식의 변경을 요구했다.

이처럼 유럽은 수년간 강력한 규제 법안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왔고, GAFA는 철수 대신 ‘부분 수용 + 새로운 장벽’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GAFA, ‘철수’라는 카드 실제로 꺼낸 적 있을까?

완전한 철수 사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GAFA는 자주 “철수를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성 발언으로 각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호주 사례 (2021): 호주 정부는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뉴스 미디어 협상법’을 제정했다. 이에 구글과 페이스북(현 메타)은 자사 서비스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잠시 호주 내 뉴스 콘텐츠 공유를 차단하며 시범적 철수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이 재개되자 서비스는 곧 정상화되었고, GAFA는 일부 언론사와 수익 배분 협정을 체결했다.

캐나다 사례 (2023): 캐나다도 뉴스 저작권료 지불법을 추진하자 메타는 페이스북에서 캐나다 뉴스 링크를 차단하며 대응했다. 구글도 유사한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후 캐나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모색했다.

이들 사례는 GAFA가 ‘서비스 중단’이라는 수단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협상으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즉, 실제 철수보다는 정치적 레버리지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GAFA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은 GAFA에 대한 규제를 시도한 적은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있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규제: 2021년 8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구글은 이 법안에 따라 '제3자 결제(대체 결제 시스템)'를 허용했지만, 동시에 대체 결제에 대해서도 약 26%의 수수료(기존 인앱결제 수수료 30%보다 4%p 낮은 수준)를 부과하여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은 정책을 일부 변경하며 우회 수단(‘대체결제’ 수수료)을 도입했고, 여전히 높은 수수료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 (구글/메타 과징금 부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2년 9월,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로 각각 구글에 692억 원, 메타에 3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과 메타는 이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하여 국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공정화법 (디플법):  정부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여러 차례 입법 예고와 논의가 있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와 규제 범위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국회 통과 및 최종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 '서비스 철수 시 국민 불편' 우려: 한국은 검색, 소셜 미디어, 운영체제(iOS/Android), 클라우드 서비스 등 디지털 생태계의 상당 부분을 GAFA 기업들의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의존도는 만약 GAFA 기업들이 규제에 반발하여 실제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철수할 경우,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는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정치적, 사회적 부담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규제냐 협상이냐, 한국의 전략은?

GAFA는 지금껏 어떤 국가에서도 완전 철수를 단행한 적이 없다. 다만 ‘철수 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자국 법률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유럽은 이 같은 압박에도 원칙을 지키며 규제를 관철했지만, 한국은 경제적 영향과 여론을 우려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이 GAFA와의 건전한 관계를 재설정하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려면 유럽처럼 명확한 원칙과 단계적 규제 전략을 세우고, 철수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공공 인프라 대안을 구축하며, 국민을 대상으로 규제의 필요성과 논리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디지털 주권은 단지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 콘텐츠, 여론 형성, 민주주의의 문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규제 없는 편리함”이냐, “주권 있는 디지털 미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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