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텍스트와 오디오로 음악을 만드는 생성형 AI 개발 중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11-03 07:00:00
미국의 다수 기술 전문 매체에 따르면, OpenAI는 텍스트와 오디오 프롬프트를 함께 입력받아 음악을 생성하는 새로운 AI 도구를 개발 중이다. 이미 Suno, Udio, Mubert 등 다양한 생성형 음악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이번 시도의 핵심은 단순한 ‘자동 작곡’이 아니다. OpenAI의 접근은 언어 모델이 인간의 언어와 정서를 해석해, 그것을 소리로 변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AI가 음악을 단순한 음향 패턴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의미를 지닌 사운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술적·문화적 전환점에 서 있다. 결국 OpenAI의 시도는 단순한 작곡 자동화가 아니라, 언어·감정·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는 음악 인지 시스템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음악이 서사를 따라가는 보조 수단에서 벗어나, 콘텐츠의 정서적 토대를 설계하는 기술적 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텍스트와 오디오를 아우르는 ‘의미 기반 합성’의 등장
지금까지의 AI 음악 생성은 주로 텍스트 태그 매칭 기반으로 작동했다. 예를 들어 “Epic orchestral trailer”처럼 키워드를 입력하면, 시스템은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스타일의 리듬과 악기 구성을 찾아 조합한다. 이는 통계적 예측에 가까운 방식으로, 음악의 표면적 특성은 재현하지만 그 이면의 문맥과 감정의 흐름까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결과물은 일정 수준의 완성도와 일관성을 갖추더라도, 서사적 몰입감이나 감정의 미묘한 변화는 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OpenAI가 개발 중인 시스템은 이러한 구조를 넘어선다. 핵심은 언어 모델과 오디오 모델을 결합한 통합 멀티모달 구조에 있다.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단순한 키워드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맥락과 정서를 해석해 음악의 구조적 흐름—리듬, 화성, 질감 등을 설계한다. 여기에 음성, 환경음, 리듬 샘플 등 오디오 프롬프트를 함께 입력받아, 텍스트와 소리, 상황을 동시에 인식하는 의미 기반 사운드 생성기로 확장된다. 다시 말해, 음악을 “텍스트의 음향적 번역물”로 다루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 기술적 전환은 OpenAI의 기존 생태계와 맞물려 있다. GPT-4o가 음성을 이해하고 감정을 인식하며, Sora가 영상의 서사적 맥락을 생성하듯, 음악 생성 모델이 여기에 결합될 경우 AI는 텍스트·영상·음향을 통합적으로 해석해 스토리 전체의 정서적 톤을 설계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작곡 자동화를 넘어, 언어와 감정, 서사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재구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인공지능으로 향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BGM이 아닌 “감정의 알고리즘”
AI 기반 음악 생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과 영상 속 음악은 더 이상 ‘미리 만들어진 배경음(BGM)’이 아니라, 상황에 반응하고 감정을 해석하는 알고리즘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 게임의 사운드는 사전에 제작된 트랙을 각 씬(scene)에 맞춰 교체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투 장면이면 전투 음악, 마을에서는 평화로운 테마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정해진 상태 변화에는 대응할 수 있어도, 플레이어의 감정과 내러티브의 미묘한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AI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음악 생성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행동과 감정선, 그리고 스토리 전개를 해석해 실시간으로 음악을 조합·변조·리믹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 직전 긴장감이 높아지면 코드 진행을 미묘하게 바꾸고, NPC의 대화 감정이 달라지면 테마의 리듬이나 악기 질감을 즉시 조정하는 식이다. 기존에 미들웨어 오디오 툴(Wwise, FMOD 등)이 담당하던 기능이, 앞으로는 AI 기반 서사-사운드 통합 엔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음악은 더 이상 미리 정해진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정과 세계의 흐름에 반응하는 실시간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변화는 유사하다. 감독이 “이 장면은 슬픔이 아니라 체념이야”라고 지시하면, AI는 그 감정을 인식해 적절한 코드 진행과 템포를 자동으로 조율한다. 편집 단계에서는 장면의 색감, 대사의 리듬, 컷의 속도 등을 분석해 음악의 긴장도와 다이내믹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음악은 후반 작업에서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서사의 정서적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음악감독은 단순히 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의 감정 톤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창작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작곡가는 음표와 악기를 중심으로 곡을 설계했지만, 이제는 감정과 맥락을 조율하는 ‘사운드 아키텍트(sound architect)’로 역할이 확장된다. 게임 디자이너와 영상 연출자 역시 더 이상 음악을 외주 요소로만 취급할 수 없다. 콘텐츠 전반의 정서를 설계하려면, 사운드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구성하고 조정할 수 있는 감각과 이해가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AI가 만드는 ‘감정의 인터페이스’
AI가 음악을 단순히 생성하는 도구를 넘어, 감정의 흐름을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AI 음악은 장면과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이로써 음악은 더 이상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 시스템의 피드백 루프로 작동하게 된다. 플레이어의 행동, 영상의 장면 전환,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공명하며, 감정이 콘텐츠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음악이 ‘정서적 장식’에서 ‘대화의 일부’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또한 AI 음악은 언어와 감정을 잇는 번역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이 언어로 표현한 감정을 AI가 해석해 음악으로 바꾸는 과정은, 기계가 인간의 내면을 감지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감정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음악은 더 이상 자동 생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의미를 매개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소통의 기술로 자리매김한다. 다시 말해, AI 음악은 ‘의미 기반 사운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예술 언어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음악 AI”가 아니라 “감정 AI”의 시대
OpenAI의 생성음악 기술은 단순한 작곡 자동화가 아니라, AI가 감정을 해석하고 맥락을 표현하는 첫 실질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의 구조를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앞으로 게임, 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감정 경험이 핵심인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기술이나 연출보다 감정의 설계 능력, 즉 “얼마나 깊이 있게 감정을 조율하고 전달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창작자는 AI에게 “어떤 소리를 만들어라”가 아니라, “이 장면이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하는가”를 정의하게 된다. 음악은 더 이상 결과물이 아니라 감정 디자인의 언어,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감의 방식을 공유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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