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뢰 시스템 ‘노령 맹점’이 드러나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4-05 09:07:37
미국의 106세 여성이 공항에서 반복적인 신원 확인 절차에 불편을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오류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가 고령 사회를 어떻게 배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웹3 기반의 자기주권 신원(SSI)과 영지식증명(zkp)은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Fox News)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주에 거주하는 106세의 크레토라 비거스태프(Cretora Biggerstaff) 여사는 매년 두 차례 여객기를 이용해 플로리다를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반복적인 나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로 인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7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일부 보안 절차를 면제하고 있으나, 해당 시스템은 그녀의 실제 나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생년월일 입력 필드가 100세 이상을 예외값(outlier)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거스태프 여사는 이 문제를 미 교통부(DOT)와 항공사 CEO들에게 직접 전달,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단순 오류가 아닌 구조적 결함
비거스태프 사례는 구형 시스템의 단순한 오류라기보다, ‘디지털 신뢰’의 구조적 맹점을 드러낸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 시스템은 사용자 정보를 정해진 숫자 범위 안에서 처리하도록 돼 있다. 생년월일 필드는 일반적으로 1900년대 중후반 출생자를 기본값으로 설계돼 있으며, INT(0~99) 범위의 숫자형 필드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의 노후화라기보다, ‘예외를 고려하지 않는 설계 철학’, 즉 디지털 시스템이 평균값만을 신뢰 가능한 기준으로 삼는 설계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복 인증이 초래하는 효율성 손실과 기회비용
공항과 같은 고도 효율 중심의 공간에서, 고령자에 대한 반복 인증 절차는 단순한 개인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공항 보안 시스템에서 고령자에 대한 반복 인증은 처리 시간 증가, 인력 부담, 보안 병목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디지털 신뢰 시스템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지며, 사회 전체에 기술 혁신의 기회비용을 야기한다. 특히, 고령 사회 진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는 점점 더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로 변질되고 있다.
반면, 웹3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원 인증 시스템은 인증을 개인화하면서도 자동화된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자기주권 신원(SSI)은 항공사, 정부기관, TSA 등 다양한 기관이 별도로 검증할 필요 없이, 사용자가 스스로 입증 가능한 형태로 신원 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포용의 사각지대
현재의 공항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의 고령자를 시스템적으로 ‘신뢰 불가능한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나이와 기술 사이의 차별 구조를 드러낸다. 인간의 수명은 120세를 향하고 있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생애주기 0~99세' 기준에 묶여 있다있다.
디지털 시스템의 나이 리터럴 한계많은 시스템은 나이 정보를 숫자 범위 내에서 처리한다. 생년월일 필드의 범위 제한, 데이터베이스 정수형 제한(INT 0~99), 입력값 검증 로직 등은 모두 기술 설계의 문제이자 관념적 한계다.
중앙화 신원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현재 공항 시스템은 각 기관(공항, TSA, 항공사, 주 정부)이 발급한 신분증과 데이터를 ‘중앙화된 신뢰’로만 검증하고 있다. 사용자는 언제나 검증당하는 수동적 위치에 놓이며, 이 과정에서 예외 처리 문제는 곧 개인 불편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구조적 대안: 웹3 기반 SSI, zk-SNARKs의 가능성
웹3 기술은 ‘디지털 신뢰’의 개념을 재설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SSI(Self-Sovereign Identity)는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신원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며, 각 기관은 신뢰만 하면 되는 구조다. 기관 간 중복 검증이 불필요하며, 신뢰의 분산과 개인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zk-SNARKs(Zero-Knowledge Succinct Non-Interactive Argument of Knowledge)는 사용자가 '나는 75세 이상이다'를 입증하되, 생년월일 자체는 밝히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다. 이는 보안성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해결한다.
에스토니아의 e-ID 사례는 블록체인 기반 DID(분산 신원) 시스템이 어떻게 고령자의 신원 확인을 간소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시사점 (Future Outlook & Strategic Implications)
디지털 포용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SSI 기반 인프라로의 전환
향후 공공 서비스, 공항, 병원, 국경 시스템은 국가별 인증이 아닌 글로벌 DID 기반 인증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나이’의 개념 재정립
생년월일만이 신뢰 기준이 되는 구조를 넘어, 나이+건강상태+이용이력 등 맥락 기반의 신뢰 설계로 전환 필요하다.
기술 설계의 기본값을 ‘예외 기반’으로
앞으로의 디지털 기술은 평균값 중심 설계가 아니라, ‘예외를 전제로 한 설계’를 기본값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과 시스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UX·UI 및 보안 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106세 여성의 공항 불편 사례는 단지 ‘구형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신뢰 시스템이 여전히 인간 수명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사례다.
웹3 기반의 SSI와 zk-SNARKs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다.
공공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평균값만을 기준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신뢰’의 기준도, 이제 다시 설계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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