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마시모, 혈중산소 측정 둘러싼 치열한 공방
X 기자
metax@metax.kr | 2025-08-25 13:00:12
애플은 지난 수년간 애플워치에 혈중산소 측정(Blood Oxygen Monitoring) 기능을 도입하며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Masimo)는 자사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애플을 제소했다. 문제의 핵심은 비침습적 혈액 분석 기술이다.
마시모의 ’502 및 ’648 특허는 LED를 활용해 손목 등 인체 조직에 빛을 쏘고, 광다이오드로 반사·투과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혈중 산소 포화도(SpO₂)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원리는 특정 분자가 빛을 흡수하는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한다. 즉, 빛의 ‘사라진 부분(attenuated wavelength)’을 추적해 산소량을 추정하는 기술이다.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2023년 말, 애플이 마시모의 ’502 및 ’648 특허 일부를 침해했다고 판정하며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LEO)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부 애플워치 모델은 미국 내에서 혈중산소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게 됐다.
법정 다툼의 경과
2021년 8월: ITC가 마시모와 계열사 Cercacor의 제소를 받아들여 조사 개시. 2023년 1월: 행정판사가 1차 판결에서 일부 특허 침해를 인정. 2023년 10월: ITC 본위원회가 판결을 확정, ’502 특허와 ’648 특허 일부 청구항 침해 인정. 2024년 1월: 애플이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에 항소. 2025년 7월: 구두 변론이 진행됐으며, 최종 판결은 아직 대기 중.ITC의 LEO에 따라, 애플은 미국 내에서 혈중산소 기능이 포함된 애플워치 판매에 제약을 받게 됐다. 다만 ITC 명령은 애플에 한정된 ‘특정 제한적 배제 명령’이어서, 다른 기업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애플의 대응 전략: 기능 복귀
애플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철수시키는 대신 기능을 재설계하는 방법을 택했다. 2025년 8월 14일 애플은 미국 내 시리즈9, 시리즈10, 울트라2 모델에 대해 혈중산소 기능을 다시 활성화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측정·계산 분리 방식이다.
기존: 애플워치 자체에서 센서가 데이터를 측정·계산해 결과를 표시 변경: 워치 센서는 원시 데이터를 수집 → 아이폰(iOS 18.6.1)으로 전송 → 아이폰이 계산 후 헬스앱에 표시즉, 애플워치가 ‘센서 단말기’ 역할만 하고, 측정 알고리즘은 아이폰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ITC 판결에서 문제 된 특허 회피를 시도한 것이다.
미국 세관(Customs)이 이 방식을 승인하면서, 애플은 기존 판매 제품의 기능 제약을 유지하되 신규·기존 사용자 모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우회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구매자와 해외 구매자는 영향이 없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혈중산소 기능이 되다/안 되다”를 반복한 탓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시장은 갈수록 의료 규제와 특허 분쟁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마시모는 의료기기 전문성, 애플은 대중 브랜드 파워라는 강점을 내세운다.
이번 사례는 웨어러블 헬스 기능이 의료기기 특허 체계와 직접 충돌하는 첫 대형 판례로, 앞으로 스마트워치·헬스밴드 업체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분쟁의 결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법원이 ITC 판결을 뒤집는다면 애플은 혈중산소 기능을 자유롭게 복원할 수 있다. 반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애플은 현재처럼 우회 설계(측정-계산 분리) 방식을 유지하거나, 마시모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분쟁은 단순히 애플워치 기능 문제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특허와 규제의 경계를 가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소비자용 가젯’에서 ‘의료기기와 맞닿는 도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ICT 기업과 의료기술 기업 간 충돌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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