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 메타에 ‘타임라인 알고리즘 수정’ 명령

X 기자

metax@metax.kr | 2025-10-10 09:00:00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적용 확대 신호탄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둘러싼 갈등이 또 한 번 빅테크를 압박하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이 메타(Meta)에 대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타임라인을 변경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결정은 유럽 내에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사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법원은 메타가 현재 제공하는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가 자유롭고 자율적인 선택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네덜란드 국민은 프로파일링 기반 추천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있어 충분한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메타에 대해 타임라인 설정 시 연대기순(Chronological order) 또는 알고리즘을 배제한 옵션을 제공하고, 앱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에도 사용자가 선택한 옵션이 유지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현재 메타의 플랫폼은 앱을 재실행하면 기본적으로 알고리즘 기반 피드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소송은 네덜란드 디지털 권리 단체 ‘비츠 오브 프리덤(Bits of Freedom)’이 제기했다. 단체 측 대변인 마르트예 크나프(Maartje Knaap)는 “소수의 미국 빅테크 억만장자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결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메타는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사안은 개별 국가 법원이 아니라 EU 집행위원회와 역내 규제기관이 다뤄야 한다”며, 판결이 유럽 단일 디지털 시장(Digital Single Market)의 통합적 규제 체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메타가 판결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하루 11만 7,450달러(약 1억6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벌금은 최대 58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2022년 발효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유럽연합이 빅테크 기업의 권한을 제한하고, 사용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핵심 법률이다.

핵심 규제: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 알고리즘 투명성, 미성년자 보호, 데이터 접근 및 감사 권한 확대.

애플·메타·알파벳(구글 모기업) 등은 이미 수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일부 플랫폼은 청소년 보호 기능 강화, 맞춤형 광고 제한 등 규제를 반영해 정책을 변경해야 했다.

네덜란드 판결은 DSA의 해석과 적용 범위가 국가 차원에서도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EU 집행위의 중앙집중적 규제 모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법적·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하다.

알고리즘 타임라인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광고 수익 극대화와 직결돼 있다. 사용자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노출되는 콘텐츠가 제한될 경우, 사회적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여론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판결은 “알고리즘 편향에 대한 실질적 견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용자가 직접 타임라인 방식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유지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용자의 자율성과 디지털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전례가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메타뿐 아니라 유럽 내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U 역내에서 알고리즘 선택권 보장이 “표준 규제”로 자리 잡을 경우, 틱톡, X(구 트위터), 유튜브 역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국가별 법원이 독자적으로 DSA를 해석·적용하기 시작한다면, 메타가 우려하듯 ‘EU 단일 시장 규제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이용자 권리 강화라는 규제 본래의 취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피드 구조를 바꾸라는 요구를 넘어, 알고리즘 권력에 대한 사회적 통제라는 더 큰 흐름의 일부다. 메타의 항소가 어떤 결론을 낳든, 이번 판결은 유럽에서 빅테크 기업과 사용자 권리 간 힘의 균형을 다시 그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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