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비자 취소

X 기자

metax@metax.kr | 2025-09-04 09:00:00

미국 국무부 발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PLO 소속 인사들에 대한
비자 취소·발급 거부 조치 시행.

미국 국무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속 인사들의 비자 발급을 취소·거부한다고 8월 29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오는 9월 열리는 유엔 총회에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장이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치는 국제법적 의무 위반 논란과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민감성을 다시 드러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인사 전반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취소하거나 거부하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유엔 대표부는 예외적 조치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범위가 불분명해 아바스 의장의 총회 참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번 조치가 유엔 본부 설치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에 철회를 요구했다.

1947년 체결된 유엔 본부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 회의 참석자를 위한 비자 발급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약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주최하는 팔레스타인 관련 회의가 예정돼 있어, 다수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비자 거부는 이러한 흐름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유엔도 우려를 표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번 총회에서는 모든 회원국과 옵서버국이 참석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자적 협의 구조로 다루려는 기조와 배치된다.

핵심 쟁점은 국제법과 국가 주권의 충돌이다. 미국은 비자 발급 권한을 주권의 일부로 주장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유엔 본부 협정 의무와 상충한다. 또한 옵서버국 지위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국제 사회의 국가 승인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를 차단하려는 외교적 대응으로 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가 팔레스타인 관련 회의를 공동 주최하는 것은 아랍권과 유럽의 공조 강화로 해석되며, 미국의 독자적 조치는 오히려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아바스 의장이 총회에 불참할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 논의의 상징성이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럽과 중동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의 중재력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미국의 국제법 준수 의지에 대한 신뢰에도 부담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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