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반도체 패권 동맹 가속...‘사상 최대’ 무역·투자 합의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1-23 07:00:00

5,000억달러 투자로 리쇼어링
무역·관세로 공급망 재편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대규모 무역·투자 합의를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최소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금융 지원을 핵심으로 하며, 미국 반도체 제조의 리쇼어링과 국가안보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는 2026년 1월 15일, American Institute in Taiwan과 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를 통해 공식 발표됐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를 비롯해 AI, 에너지 등 전략 산업 전반에서 양국이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산업적 배경을 보면,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반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히 약화됐다. 1990년대 30%를 넘던 글로벌 웨이퍼 생산 비중은 최근 10% 미만으로 떨어졌고, 첨단 공정은 동아시아에 집중됐다. 이는 공급망 불안과 군사·안보 취약성으로 직결되며, 미국 정책 전환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합의의 특징은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 유도형 관세·무역 인센티브’다. 미국 내 생산에 나서는 기업에 관세 혜택을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구조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입지 선택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지정학적으로는 대만의 위치가 재정의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한 대만을 미국 산업 생태계 내부로 구조적으로 편입함으로써, 미국은 동맹 공급망을 고정시키고 대만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노린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대만 반도체·기술 기업의 미국 내 최소 2,500억 달러 직접 투자와, 이에 더해 대만 정부가 2,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국 내에는 반도체·AI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며, 관세 체계도 전략적으로 조정된다. 대만산 제품 상호관세는 최대 15%로 제한되고, 일부 전략 품목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건설·가동 단계에서 일정 물량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학술적·정책적 관점에서 이번 합의는 기존 CHIPS Act와 결이 다르다. 재정 보조 중심이었던 이전 정책과 달리, 무역 규칙과 관세를 결합해 산업 구조를 강제적으로 이동시키는 고강도 모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미국은 반도체를 군사·안보 핵심 산업으로 완전히 재분류하며 제조·AI·에너지 전략을 통합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미국 시장 접근성과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생산 거점의 일부를 이전하는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본·EU 기업들 역시 미국 투자를 압박받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합의는 단순한 무역 협정이 아니라 반도체 패권의 구조적 재배치 선언이다. 글로벌 기술 질서는 효율 중심에서 안보와 통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국가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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