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엔비디아 H200 對중국 출하 ‘조건부 승인’ 공식화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1-21 11:00:00

조건부 승인으로 통제 정교화
AI 반도체 ‘관리된 교역’ 전환

미국 상무부가 첨단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대신, 조건을 붙인 선택적 허용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2025년 12월부터 NVIDIA의 H200과 AMD의 MI325X 등 고급 AI 가속기는 중국 내 ‘검증된 고객’에 한해 출하가 가능해진다. 군사·감시 전용 전환을 막기 위한 최종 사용자와 사용 목적 검증, 재수출 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수출 통제의 완화라기보다 정교화에 가깝다. 미국은 그간 첨단 AI 칩을 일괄 봉쇄해 왔지만, 상업용·민간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차단하는 방식이 시장과 기술 표준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칩 자체보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위해 쓰느냐’를 관리 대상으로 삼겠다는 접근이다.

기술·산업적 현실도 반영됐다. 생성형 AI와 추론 워크로드는 중국 내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으며, 완전 차단은 중국의 독자 생태계를 가속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의 표준 주도권과 매출을 약화시킬 수 있다. H200과 MI325X는 글로벌 AI 인프라의 사실상 표준 가속기로 자리 잡은 제품군으로, 미국 정부 역시 통제 하의 공급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 논리 역시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반도체를 군사·AI·데이터 주권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한 미국은 고위험 용도는 차단하고, 저위험·검증 가능 용도는 허용하는 이원적 통제 방식을 택했다. 이는 전면 금지에서 선택적 허용으로의 후퇴가 아니라, 집행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 전환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검증된 고객’의 범위다. 구체적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정보기관 연계 여부, 초대규모 모델 학습 목적, 감시·사회통제 활용 가능성 등이 핵심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 내부에서도 민간 기업용 데이터센터와 국가 전략 조직을 구분해 접근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산업 전반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 기업은 중국 매출 일부를 회복하는 대신 정부 통제 하의 준공공적 기술 공급자 역할을 강화하게 됐고, 중국은 최첨단 AI 칩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되 항상 조건부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게 됐다. 한국과 대만, EU 기업들에도 “기술은 팔 수 있지만 미국의 규칙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결국 이번 H200·MI325X 출하 승인으로 미·중 기술 관계는 전면적 디커플링이 아닌 ‘관리된 연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AI 반도체는 더 이상 순수한 상업재가 아니라, 국가가 규칙으로 설계하는 통제된 교역 자산이 됐다. 이번 조치는 그 질서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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