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D 이사회 “파라마운트 공개매수는 ‘착시’… 주주들은 응하지 말라”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20 15:00:00

넷플릭스 합병 지지 재확인
‘30달러 올캐시’에 “자금확약·구속력·비용 리스크가 핵심 약점”

Warner Bros. Discovery(WBD) 이사회가 Paramount Skydance(PSKY)가 제시한 주당 30달러 올캐시 공개매수에 대해 전원일치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해당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이는 ‘더 높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확실성과 주주 가치 측면에서 착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WBD는 12월 17일(미 동부 기준) 이사회 명의의 주주서한과 함께 SEC 제출 문서인 14D-9를 공개하고, PSKY의 공개매수가 ‘우월 제안(Superior Proposal)’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미 발표된 Netflix와의 합병 계약이 가치·확실성·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지점은 자금 조달의 구속력이다. PSKY는 엘리슨 패밀리의 자금 지원을 내세웠지만, WBD는 해당 구조가 철회 가능한 신탁(revocable trust)에 기반하고 있으며 자산과 부채의 구성, 손해배상 책임 한도 등 핵심 정보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이런 구조에서는 거래가 실제로 종결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위험은 주주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넷플릭스와의 합병은 구속력 있는 계약과 집행 가능한 확약을 갖춘 구조라는 점을 대비시켰다.

공개매수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WBD는 PSKY의 제안이 합병 계약과 달리 조건 변경이나 철회 가능성이 큰 비구속적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가격과 조건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구조는 거래 확실성을 떨어뜨리고, 주주에게 불리한 비대칭 위험을 만든다는 논리다.

이사회는 ‘숨은 비용’ 문제도 강조했다. PSKY 제안을 수용할 경우, WBD는 기존에 체결한 넷플릭스와의 합병 계약을 파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종료 수수료와 부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이러한 비용이 결국 주주 가치에 직접적인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규제 리스크에 대비한 대규모 종료수수료를 현금으로 감수하는 구조를 수용해, 거래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규제 리스크를 둘러싼 시각 차이도 드러났다. WBD 이사회는 PSKY와 넷플릭스 결합 모두 규제 승인 가능성이 있으며, 양자 간 리스크 차이가 중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과 외신에서는 넷플릭스 결합이 더 강한 반독점 심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규제 당국이 자산 매각 등 조건부 승인을 요구할 가능성 역시 변수로 남아 있다.

이사회는 숫자 비교에서도 ‘확실성’을 앞세웠다. WBD에 따르면 넷플릭스 합병안은 주주에게 현금 23.25달러와 넷플릭스 주식 약 4.50달러 상당, 여기에 ‘Discovery Global’ 분리 이후 지분 가치까지 제공하는 구조다. 반면 PSKY는 주당 30달러 현금을 제시했지만, 거래 총액과 실질 가치에 대해서는 매체별로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며, WBD와 일부 외신은 약 1,084억 달러 규모로 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PSKY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파라마운트 측은 별도 입장을 통해 “주당 30달러 올캐시 제안은 명백히 우월하며, 거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사안이 단발성 공방이 아니라, 주주 여론전과 조건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분쟁의 본질은 콘텐츠 전략이나 플랫폼 규모가 아니다. WBD는 PSKY의 제안을 ‘가격은 높아 보이지만 확실성이 부족한 거래’로 규정했고, PSKY는 ‘즉시 현금 프리미엄’을 앞세워 주주를 설득하고 있다. 결국 주주들의 선택은 더 큰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거래가 종결될 가능성과 규제·자금·비용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PSKY가 자금 확약 구조를 얼마나 보강할 수 있을지, WBD가 넷플릭스 합병을 끝까지 밀어붙일 법적·절차적 여지가 충분한지, 그리고 규제 당국이 두 거래를 어떤 프레임으로 심사할지가 핵심 변수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참여율과 이사회·경영진에 대한 주주 신뢰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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