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기반 멀티클라우드 전략에 승부수
X 기자
metax@metax.kr | 2025-03-23 14:23:50
구글(Google)이 클라우드 보안 시장에서 초대형 베팅에 나섰다.
2025년 3월 18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한화 약 46조 4,7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구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2011년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125억 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위즈는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사업부에 공식 편입될 예정이며, 현재는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클라우드 보안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동시에, 멀티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한 구글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보안 + 멀티클라우드' 구글의 복합 승부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술 확보 그 이상이다.
구글은 공식 발표문에서 "AI 도입과 멀티클라우드 사용의 확산이 사이버 보안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위즈의 기술력이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임을 강조했다.
위즈는 에이전트리스(agentless) 방식의 보안 플랫폼을 제공하며, AWS, Azure, 구글 클라우드 등 주요 클라우드 환경과 코드 기반 개발 환경 모두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지난 1년간 신규 보안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구글 측은 "위즈의 기술을 자사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보안 설계 및 운영 자동화 역량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즈는 인수 이후에도 AWS, Azure, Oracle Cloud 등 타사 플랫폼에서도 그대로 작동할 예정이며, Google Cloud Marketplace를 통해 다양한 보안 파트너 솔루션과 병행 제공된다.
CEO들의 입장… "단순 인수 아닌 공동 미션"
이번 인수에 대해 구글과 위즈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강한 공동 메시지를 냈다.
순다르 피차이(구글 CEO)는 "구글은 창립 초기부터 온라인 보안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며 "위즈와 함께 더 강력한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의 선택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토머스 쿠리안(구글 클라우드 CEO)는 "보안을 더 단순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양사의 공동 비전"이라고 밝혔고, 아사프 라파포트(위즈 공동창업자 겸 CEO)는 "AI와 글로벌 자원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업이 침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클라우드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O 거절에서 재협상까지… 위즈의 전략적 선택
흥미로운 점은 위즈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며 구글의 초기 인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는 점이다. 당시 위즈는 기업가치가 120억 달러로 평가됐고, 독립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구글이 인수 가격을 23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는 스타트업이 시장 내 입지를 단단히 다진 이후, 전략적 시점에서 대형 테크 기업과 손잡는 새로운 M&A 모델로 평가된다. 단순한 '엑싯'이 아닌,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환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 기술 주도권이 관건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당국이 이번 거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현재 구글은 검색과 광고 시장 지배력 문제로 이미 여러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위즈 인수가 경쟁을 제한하거나 기술 집중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판단될 경우, 심사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사이버보안과 AI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분야로,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산업적 논리가 우선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위즈의 기술이 단순한 보안 솔루션을 넘어서, 인프라 수준의 보안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할 경우 정책 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분기점에 선 보안 시장… '위즈 효과' 어디까지 갈까
구글의 위즈 인수는 단순한 보안 기술 확장이 아니라, AI 중심 클라우드 보안 전략의 본격적인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AI 기술이 사이버 위협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외에 멀티클라우드 전략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보안 역량은 곧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즈와 같은 보안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물론, 클라우드 보안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 전반의 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글이 보안 기술을 '서비스의 부속'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경쟁사들도 유사한 기술 확보나 인수 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이번 인수는 'AI 중심 보안 시대'의 서막이자, 보안을 중심에 둔 클라우드 플랫폼 경쟁의 신호탄이다. 구글이 인프라 제공자를 넘어 보안 생태계 구축에 나선 지금, 그 여파는 단순히 기술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산업, 정책, 사용자 환경 전반에 걸쳐 위즈 효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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