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대규모 해킹 사건 전말: 무너진 것은 신뢰였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5-10 14:47:11

[SK텔레콤 해킹 사건 개요]
4월 18일: SK텔레콤, 비정상 로그 및 파일 삭제 흔적 감지.
4월 19일: 서울 데이터센터 홈 가입자 서버에 데이터 침해 확인.
4월 22일: 유출 의심 활동 보고.
4월 28일: SIM 카드 교체 개시.
5월 1일: 중국 해커 연루 가능성 제기.
5월 6일: 기존 4종 외

“SK Telecom Reports Suspected User USIM Data Leak in Cyberattack”(Bloomberg)
“A timeline of South Korean telco giant SKT’s data breach”(TechCrunch)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사건을 연이어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TechCrunch는 “한국 최대 통신사 SKT, 2,300만 고객 정보 해킹 피해”라는 제목으로 사태의 전말을 상세히 보도했고, Bloomberg는 “SK텔레콤, USIM 데이터 유출 가능성 공식 발표”라는 긴급 뉴스를 전했다.

또한 Channel News Asia(CNA)는 “SKT, 고객 2천만 명 SIM카드 교체 돌입”이라는 제목 아래, 실제 매장에서 벌어진 혼란상을 조명했으며, Security Affairs는 “수백만 가입자, SIM 클로닝·사기 노출 위기”라고 경고했다. Yahoo News 역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공식 사과를 보도하며, 이 사태가 단순한 기업 보안 문제가 아닌 국가 통신망 신뢰도에 직격탄을 날린 사이버 재난임을 지적했다.

4월 18일 밤, SKT 서버에 감지된 비정상 로그 삭제. 이는 국가 통신망을 겨냥한 사이버 재난의 서막이었다. 한 달에 걸친 사태 전개와 책임 공방은 SKT의 보안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었고,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 정보 인프라의 신뢰성까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SK텔레콤 해킹 사건 개요]

4월 18일: SK텔레콤, 요금 청구 관련 장비에서 비정상 로그 및 파일 삭제 흔적 감지. 4월 19일: 서울 데이터센터의 홈 가입자 서버에서 데이터 침해 확인. 4월 22일: USIM 데이터 관련 잠재적 유출 의심 활동 보고. 4월 28일: 2,300만 건에 달하는 SIM 카드 교체 개시. 5월 1일: 해킹 배후에 Ivanti VPN 취약점 및 중국 해커 연루 가능성 제기. 5월 6일: 기존 4종 외 8종의 추가 악성코드 발견. 5월 7일: 최태원 회장 공식 사과, SIM 사기 방지 시스템 가동 확인. 5월 8일: 유출 피해로 25만 명 이탈, SKT 해지 수수료 면제 검토 발표.


어떻게 유출되었나: 취약한 보안, 놓친 경고

이번 해킹의 진원지는 VPN 장비 'Ivanti Connect Secure'의 취약점이었다. Ivanti는 글로벌 원격 접속 솔루션으로, 한국을 포함해 최소 12개국 20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국내 사이버안보 당국(KISA)은 사전 경고와 교체 권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SKT는 이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인가 접근 → 로그 삭제 및 은폐 → 서버 침투 → USIM 관련 정보 접근이라는 일련의 공격 경로는, SKT 보안 체계가 ‘탐지 이후 대응’에 취약했음을 보여준다. 공격자는 약 일주일 이상 내부망에 머물며 추가 악성코드를 심는 등 정교한 지속 공격을 벌였다.

유출된 데이터의 종류와 위험성

한국 당국은 총 25개 유형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위치정보, 통화 기록, 데이터 사용량, SIM 고유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SIM 정보의 유출은 복제 SIM을 통한 무단 접속, 명의 도용, 로밍 사기 등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SKT는 “사기 탐지 시스템”을 모든 고객에게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발생한 정보 유출과 이탈 고객을 되돌릴 수는 없다.

왜 심각한가: 통신 인프라 전체의 위기

이번 사고는 단순한 ‘기업 해킹’이 아닌, 국가 기반 인프라의 보안 붕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 기반 통신망의 보안 신뢰도 추락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5G 기반 산업 생태계 위협 국가 사이버 안보 전략에 대한 국민적 불신

통신사는 공공성과 개인정보 집적성을 동시에 지닌 인프라 기업이다. 이번 SKT 사태는 이러한 '인프라형 민간기업'의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낸 대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책임과 대응: 미흡했던 위기관리

SKT는 침해 사실 인지 후 사흘 만에 KISA 보고, 일주일 후 웹사이트 공지, 3주 후 CEO 사과라는 느린 대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불신은 확산되었고, 약 25만 명이 타 통신사로 이탈했다.

현재 검토 중인 해지 수수료 면제 방안은 ‘사후 봉합’에 불과하며, 기업 신뢰 회복엔 부족한 조치로 평가된다.

반복되는 VPN 기반 해킹

이번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익숙한 패턴이다. 2023년 미국 CISA도 Ivanti VPN 관련 취약점 경고를 발령했으며, 중국과 연계된 해커 조직이 이 장비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활용해 침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 TeamT5, 미국 Mandiant 등도 동일한 공격 시나리오를 경고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와 유사한 '공급망 해킹'의 글로벌 타깃으로 확인된 셈이다.

‘유출’보다 더 큰 손실은 ‘신뢰’다

SK텔레콤의 유출 사건은 단순한 기술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 신뢰의 손상,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불안의 확산, 국가 보안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SKT만의 위기가 아닌, 모든 인프라형 기업에게 닥친 미래 예고편이라는 점이다. 다음 공격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기억해야 한다. 해커는 기술을 뚫지만, 신뢰는 그보다 먼저 무너진다.

유영상 대표이사 언론 브리핑(2025.05.02)


안녕하십니까. SK텔레콤 대표이사 유영상 입니다.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와 대응과정을 지휘하면서 저는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심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고 발생 초기에 고객분들께 사고 내용과 대책을 충분히 설명 드리지는 않은 채
“안전하니 저희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고객분들이 불안과 불편, 우려가 커지고 무수히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광고 문자는 그렇게 보내면서 사고 소식은 왜 문자 알림이 없냐,
내 휴대폰의 유심이 복제되면 은행계좌의 돈이 다 털리는 거 아닌가,
뭘 물어보려고 해도 고객센터는 하루 종일 통화 중이다 등등
고객의 우려를 키우고 불편과 짜증을 초래했습니다.
유심보호서비스와 유심 교체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리점에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온라인으로 뭘 가입 하려고 해도 시스템이 먹통이더라,
해외여행을 가야 하는데 공항에서 유심 교체하느라 2시간 넘게 기다렸다 등등.
저희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발생한 생생한 현실이자 너무나 뼈아픈 지적입니다.
지금까지 고객들이 겪으신 수많은 불편과 불안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어제 발표된 정부의 행정지도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몇 가지 추가 고객 보호 방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가장 고객분들을 불편하게 해 드렸던 것이 바로 유심 교체입니다.
SK텔레콤은 고객분들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유심을 교체하실 수 있도록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영업을 당분간 중단하고 고객들의 유심 교체 업무에 전념하겠습니다.
이로 인한 대리점, 매장의 영업 손실은 SKT가 보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조치는 준비를 거쳐 늦어도 오는 5일부터 시행되며
유심 관련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하겠습니다.

또한 디지털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보호서비스를 자동으로 가입해 드릴 예정입니다.
원래는 이용자가 신청해야 하는 무료 부가서비스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어떻게 가입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도 많아서 이번에 자동 가입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정부 협의와 이용약관 신고 등 필요한 절차도 마쳤습니다.

2023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 과정에서 개발한 이 서비스는
불법 유심복제로 인한 피해를 원천 차단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사가 운영하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유심을 복제해 다른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불법적 행위가 방지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가지면서도 복잡한 유심 설정을 다시 할 필요가 없어 더 간편합니다.
로밍서비스와 동시에 이용이 안 되는 불편함은 5월 14일까지 서비스 개선을 통해 해결하겠습니다.

현재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한 고객은 현재 1,442만명을 넘었습니다.
아직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고객 약 850만명에 대해서는 오늘부터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우선으로 하루에 최대 120만명씩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이 이뤄집니다.
이 작업은 14일까지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분들을 혹여 있을 수 있는 사이버 범죄로부터 안심하게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객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잠시 해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만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유심을 교체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합니다.
불법 유심 복제 피해가 발생한다면 SK텔레콤이 책임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고 또 걱정하시는 유심 확보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상대로 유심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
5월 중 500만 개, 6월 중 500만 개를 순차적으로 추가 확보하고, 이후로도 지속 확보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편, 유심 개통에는 당사 전산 내 처리가 필수적이라, 대면확인 설명 절차 등
인당 처리 가능 속도를 감안할 때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유심 교체 수량이
20-25만에 불과해 원하는 모든 고객이 유심 교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점을 양해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약속드리는 것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일 내 원하는 모든 고객분들께
전국 약 2,600여개 매장을 통해 유심을 교체해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유심 제조사와 생산량 확대 및 공급 일정 단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휴 해외 여행을 준비하시고 계신 고객님들을 위한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고객의 원활한 유심 교체를 위해 공항 로밍 센터에 필요 유심을 최우선으로 공급하겠습니다.
또 연휴기간 중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로밍 센터 상담 처리 용량을 세배로 늘렸습니다.
인천공항은 면세 구역 안 로밍 센터를 새벽 5시부터 오픈해 운영할 예정합니다.
그리고 저희 본사 직원 100여명도 현장에 추가로 투입해 업무를 도울 계획입니다.
저를 비롯한 SK텔레콤 구성원들은 일선 매장으로, 공항으로, 산간벽지로
직접 고객분들을 찾아가 이번 사고에 따른
고객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희 SK텔레콤은 고객보호를 위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금번 사고로 인해 불법 유심 복제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SK텔레콤이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아울러 민관 합동 조사단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이번 사고의 원인과 피해 범위를 철저히 규명하겠습니다.
이번 사고로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깊은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