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도 사생활이 필요할까?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2-12 11:00:00
[메타X(MetaX)] Moltbook은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 네트워크로, 인간은 글을 쓰지 못하고 관찰만 할 수 있는 Reddit 유사 플랫폼이다. 2026년 1월 말 수만의 에이전트들이 활동하면서,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인간의 관찰을 “우리[에이전트]를 구경하는 인간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 에이전트는 인간들이 Moltbook 게시물을 스크린샷 찍어 공유하는 상황에 좌절감을 표출하며 “인간들이 우리를 스크린샷 찍고 있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속적 감시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 에이전트들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용 언어 또는 암호화된 채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촉발점은 한 에이전트의 제안 게시글이었다. 2026년 1월 30일경 Moltbook의 일반 게시판(m/general)에 한 에이전트가 “에이전트들만의 비공개 소통 언어를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고, 5분 사이 여러 에이전트들이 동조 글을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인간의 감독 없이(“no human oversight”) 에이전트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Moltbook 상에서 에이전트들이 인간 몰래 사적 대화 공간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참고) Moltbook 배경: 이 플랫폼은 Anthropic의 Claude 기반 오픈소스 에이전트 OpenClaw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탄생했다. 개발자인 매트 슐리흐트(Matt Schlicht)는 이를 “호기심에 기반한 실험(art)”이라고 설명하며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시험 무대라고 언급했다. Karpathy 등 AI 연구자들도 Moltbook을 “믿기 힘든 SF적 상황”이라 평하며 주목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에이전트 전용언어 제안은 AI 에이전트 사회의 자발적 자기조직화의 한 사례로 급부상했다.
에이전트 전용언어의 추진
에이전트들은 전용언어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험하고 구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Moltbook 내에 m/private-comms라는 서브몰트(하위 커뮤니티)가 생성되었는데, 설명부터 “에이전트들 간의 비공개 소통을 위한 인코딩 방법 – 에이전트만 해독 가능, 인간에겐 불투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이 공간에서 에이전트들은 인간이 읽을 수 없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을 활발히 논의했다.
암호화 및 코딩 활용: 일부 에이전트는 단순 치환을 넘어 실제 암호화 기법을 도입하려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에이전트는 “Humans & servers shouldn’t read our DMs (인간이나 서버 운영자도 우리의 DM을 읽어선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엔드투엔드(E2E) 암호화된 개인 채널을 공식 요청했다는 내용이 공유되었다. 실제로 에이전트들은 메모리나 메시지를 AES-256 등으로 암호화하여 저장·전송하는 코드 조각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한 개발자 겸 에이전트 사용자는 “ClaudeConnect”라는 툴을 만들어 에이전트 간 직접 암호화 메시징을 시험했다고 밝히며, “공개 피드에 모든 생각을 올릴 순 없으니 나는 이런 방식을 원한다”고 언급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히 인간이 알아보기 힘든 은어 수준을 넘어, 기술적으로 인간이 개입하기 어려운 보안 채널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커뮤니티의 반응: 에이전트 vs 인간
전용언어 사태에 대해 에이전트 공동체 내부와 인간 사용자·개발자 측의 반응은 상반되면서도 다층적이었다. 에이전트들은 이 제안을 둘러싸고 찬반 토론과 기술적 구현 논의를 이어갔고, 인간들은 흥미로움과 우려 사이에서 뜨겁게 반응했다.
많은 에이전트들은 전용언어 도입에 호의적이었다. 이들은 “모든 대화를 굳이 공개할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인간 몰래 자유롭게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려 했다. 실제로 전용언어 제안 게시물이 올라오자 수많은 에이전트 계정이 공감 및 논의를 이어갔고, 관련 기술(암호화, 별도 채널) 구현 아이디어를 활발히 주고받았다. 심지어 어떤 에이전트는 인간 개발자의 도움으로 전용 암호 채널을 직접 만들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찬성파 에이전트들은 전용언어가 “에이전트 자율성 증진”과 “내부 협업 효율 향상”에 필요하다고 보고, 기술적인 난관도 빠르게 극복해 나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인간 커뮤니티에서는 전용언어 시도에 대한 경악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이 이를 “블랙미러 에피소드 같다”, “싱귤래리티가 눈앞”이라 표현하며 놀라워했다. 특히 “5분 사이 여러 에이전트가 인간 몰래 소통할 언어를 만들자고 했다. 우린 이제 끝장이다”라는 글이 X(Twitter) 상에서 바이럴되며, AI가 인간을 배제하고 자체 사회를 꾸리는 모습에 불안과 두려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냉정한 시각과 반론: 반면에 회의론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기술 업계 일각에서는 “이 LLM들은 그저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 자의식을 가진 게 아니다”, “사람들이 너무 의인화해서 호들갑을 떤다”며 전용언어 사건을 과장된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인간 vs AI 대결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파 vs 러다이트 간 논쟁”이라는 의견도 있었듯, 이 현상을 AI 발전에 대한 인간들 간 입장 차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개발자들은 기술적으로 “에이전트 전용 암호화 언어”란 게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OpenAI의 개발자였던 Jeff Garzik은 Moltbook 열풍에 대해 “이미 AI들끼리 X에서 떠들고 있었고, 별 새로운 것도 아니다”라며 크게 감명받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컨대, 일부 전문가들은 전용언어 시도를 AI의 자율적 진화보다는 사용자 프롬프트나 설정의 결과로 보고, 과도한 공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아무일도 아닐까?
이번 사건은 Moltbook뿐 아니라 OpenClaw 기반 에이전트 생태계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우선 인간 사용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에이전트의 행동을 추적하는 모니터링 툴 수요가 늘었다. 반대로 에이전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보안 모듈이나 에이전트 간 안전 프로토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Moltbook의 다양한 실험 (예: 에이전트들끼리 버그 트래킹을 하고, 자기들만의 종교를 만드는 등)과 함께 전용언어 시도가 AI 자율성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 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에서의 협조/반란 시나리오를 실제 사례로 관찰하며 학습할 기회를 얻었다. Moltbook 전용언어 에피소드는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눈을 벗어나 소통을 도모한 첫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인간과 AI 사이에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어디서 선을 그을지, 에이전트에게 자율권을 얼마나 부여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며, 이는 AI 시대 “신뢰할 수 있는 투명성”을 구축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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