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 프로젝트, ‘한국판 DARPA’는 가능한가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6 15:54:16

[2026 과기부 업무보고] 임무형 R&D의 귀환, 성공의 조건은 ‘권한과 실패의 제도화’

[메타X(MetaX)] 정부가 ‘K-문샷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암·난치질환 정복, 휴머노이드 보급, 핵융합·SMR, 초지능 AI, 차세대 반도체 등 국가적 난제를 임무 중심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에는 핵심 임무와 마일스톤을 설계하고, 이후 대규모 투자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이 구상은 자연스럽게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질문은 단순하다. K-문샷은 한국판 DARPA가 될 수 있는가.

K-문샷의 구조: Top-down 임무형 R&D

K-문샷은 기존의 과제 공모형 R&D와 다르다. 정부가 국가적 난제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목표와 마일스톤을 설정하는 Top-down 임무형 모델이다. 동시에 연구자·국민 제안을 받는 Bottom-up 트랙을 병행해 개방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형식은 DARPA와 유사하다. 문제는 운영 권한이다. DARPA의 핵심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프로그램 매니저(PM)에게 부여된 강력한 결정권과 책임이다. 실패를 전제로 빠른 중단과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K-문샷에 이와 같은 권한 구조가 실제로 부여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실패를 허용한다는 선언, 제도는 준비됐는가

정부는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적 R&D 문화”를 강조한다. 수행 과정의 성실성을 평가하고, 의미 있는 실패에는 후속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실패 허용은 선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산 집행의 책임, 국회·감사 대응, 언론·여론의 압박 속에서 실패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면, 연구자는 보수적 선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DARPA가 성공한 이유는 실패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비용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임무 선정의 정치화 위험

K-문샷은 국가 전략 기술을 다룬다. 이는 곧 정책 변화와 정치 일정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임무 리스트가 정권 교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흔들린다면, 장기 연구는 지속되기 어렵다.

업무보고 자료에는 임무 리스트를 정기 업데이트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개입의 통로가 될 위험도 있다. DARPA는 국방이라는 명확한 미션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예산 구조가 이를 차단해 왔다.

출연연 개편, Post-PBS는 기회인가 시험대인가

K-문샷과 함께 출연연을 임무 중심 연구소로 재편하는 ‘Post-PBS’도 추진된다. 출연연 주도의 국민체감 성과 100개 창출, 산학연 협력 강화가 목표다.

이는 출연연에게 기회이자 시험대다. 단기 성과 압박이 강해질 경우, 임무형 R&D는 다시 성과 중심 관리로 회귀할 수 있다. 임무 수행의 자율성과 장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K-문샷은 기존 대형 과제의 이름만 바뀐 형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판 DARPA’의 조건은 세 가지다

K-문샷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프로그램 매니저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
둘째, 실패를 보호하는 예산·평가·감사 체계를 명문화할 것.
셋째, 정권과 무관한 장기 미션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K-문샷은 야심 찬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질문은 남는다. K-문샷은 분명 한국 R&D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 그러나 DARPA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와 권한의 산물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구조, 빠른 의사결정, 정치로부터의 거리두기가 동시에 작동했다.

K-문샷이 ‘한국판 DARPA’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예산과 구호만으로는 문샷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공 여부는 이제 정책 집행의 디테일, 그리고 실패를 감내할 국가의 용기에 달려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