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시대, 소비자 책임이란 이름의 비열한 사각지대

광화문덕 기자

metax@metax.kr | 2025-07-05 16:14:41

믿고 맡긴 당근, 결국 상처만 남겼다

에어컨 청소를 맡기기 전, 나는 당근마켓 광고를 믿었다. ‘지역 전문가’, ‘안전보장’, ‘당일 방문’ 같은 달콤한 문구들. 실제로 들어와 보니, 청소 비용 12만 원에 ‘믿음, 신뢰’를 내세우는 업체였다.

하지만 작업 결과는 참담했다.

하청에 하청을 거친 청소인이 와서 에어컨 액정을 망가뜨렸다. 수리비는 출장비 포함 청소비의 2배가 청구됐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다녀간 결과에 말씀드리자, 돌아온 답은 “내 잘못 아니다, 고장 날 때가 돼서 그럴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

화가 치밀었지만, 그분 역시 하루 일당을 날린 셈이니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개별 노동자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은가?'

당근마켓은 광고를 받고, 업체가 중개하며, 실제 일은 다시 하청에 내려간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심지어 당근 고객센터에는 이에 대한 문의 항목조차 없었다. 앱에 탑재된 고객센터 AI는 당근 서비스 홍보만 반복한다.

어차피 고객센터에 문의한다 해도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직접 업체와 해결하세요’, ‘플랫폼은 광고만 중개합니다’라는, 책임 회피의 공식 답변만 돌아올 것이지만...

당근 플랫폼이 요즘 정말 문제가 많긴 하다.

요즘 유튜브에서 '제이특공대: 수입차 정비 전문' 영상을 즐겨보고 있는데, 한 달 전 '당근 무료세차 맡겼다가 도난당한 벤츠 E클래스 근황'이란 영상이 올라왔다.

(출처:유튜브채널 '제이특공대: 수입차 정비 전문' )

무료 세차를 맡겼는데 차가 도난을 당했고 찾긴 찾았는데 차 상태가.... 복구가 힘들 정도로 차량 내 배선들, 선이란 선들이 다 잘려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근은 말할 것이다. 우린 중개만 했을 뿐이에요라고.

결국, ‘당근에서 차량 세차해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차를 맡겼지만, 당근은 “우리는 광고 플랫폼일 뿐, 실제 거래나 피해는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광고료로 돈만 챙겨가며 배 불리는 당근이지만 당근을 믿고 이용한 소비자는 돈을 잃고 정신적 고통까지 얻게 된 셈이다.

당근마켓을 통한 피해 사례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입주 청소 후 집안 도난 : “믿고 맡긴 입주 청소, 집안 귀중품이 사라졌어요. 당근은 ‘우리 책임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 자동차 세차 후 차량 도난 : “차 맡겼다가 연락 두절, 경찰에 신고해도 회수 못함. 플랫폼은 광고비만 챙김.” 이사 서비스 파손 : “당근 통해 이사 업체 불렀다가 가전제품 파손. 보상 요구했더니 서로 책임 떠넘김.” 반려동물 미용 사고 : “반려동물 미용 맡겼다가 상처 입고 돌아옴. 업체도, 당근도 책임 회피.”

 

겉으로는 ‘사용자 가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플랫폼 운영을 들여다보면 당근마켓은 수익 증대라는 목표에만 매몰된 이기적인 기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실제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당근 내 중고차 사기 피해 금액은 10억 원, 부동산 피해 금액은 17억 원에 달한다.

거래량이 급증하며 사기 피해도 함께 늘었다.

중고차 거래는 2022년 84건에서 2024년 8만 405건으로, 부동산 거래는 같은 기간 268건에서 5만 9451건으로 폭증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 수사협조요청 건수도 2023년 중고차 16건, 부동산 2건에서 2024년 각각 86건, 17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피해 급증의 배경에는 당근의 게시자(판매자)·소유자 인증 절차 미흡이 있다. 당근은 2024년 1월부터 본인인증을 도입했으나, 이전까지는 휴대폰 점유 인증만 거쳤다. 이 때문에 타인의 중고차·부동산을 허위로 올려 사기가 빈번히 발생했다.

플랫폼 경제는 거래를 간편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보호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사라진다.

특히 당근처럼 C2C 거래에 광고까지 결합된 플랫폼은 광고 수익만 챙기고, 문제 생기면 모두 책임을 미루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인 셈이다.

‘중개만 했다’는 변명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광고료를 받고 ‘전문가 인증’, ‘당일 보장’이라는 믿음을 팔았다면, 플랫폼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플랫폼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단순 연결자일뿐, 실거래와는 무관하다.”

단 한 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로 수익을 얻고 있다면, 최소한의 검증과 피해 보상 절차는 마련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업체 신원 검증 피해 보상 보험 하청·재하청 구조 공개 거짓 광고·후기 관리

이런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무한중개만 반복한다면, 플랫폼은 결코 ‘지역 사회의 신뢰’도, ‘지속 가능한 서비스’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당근에 올라온 서비스는 더 이상 ‘동네 이웃의 따뜻한 거래’가 아니라, ‘책임 없는 위험’의 온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믿고 맡겼다가 내 잘못이 되어버리는 일, 도대체 누가 보호해 주는가.

결국 플랫폼 경제 시대, 우리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계’에 내던져진 소비자가 되어버렸다.

혹시 당신도 오늘 당근에서 무엇을 맡기거나, 맡길 계획이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권한다. 믿음은 쉽지만, 상처는 오래 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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