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리뷰] AI 검색, 도구를 넘어선 미디어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2-17 09:00:00
[메타X(MetaX)] 저자는 AI 검색을 그저 정보를 찾아주는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로 규정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는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통찰을 인용하여, AI 검색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어떻게’) 자체가 인간의 감각과 사회 질서를 재배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기존의 인터넷 검색이 정보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였다면, AI 검색은 정보의 내용을 직접 구성하고 의미를 형성하여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AI 검색 사업자를 중립적인 기술 제공자로 볼 수 없게 만들며, 그들에게 미디어 사업자에 준하는 공공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논리적 기반이 된다. 이는 법적 논의의 차원을 단순한 저작권 침해 유무에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론으로 확장시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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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검색 사업자의 법적 책임, 그리고 과제, 김윤명, 2025. |
RAG 기술의 역설: 중개자를 넘어 편집자의 지위로
논문은 ‘검색 증강 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 가져온 사업자 지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기존 검색 엔진은 정보를 연결하는 통로(Pipe)에 불과했기에 OSP(Online Service Provider,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의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RAG 방식은 외부 정보를 가져와(Retrieval) AI가 직접 요약하고 재구성(Generation)하는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이 과정에 정보의 선별과 정제가 개입되므로, 사업자를 단순 중개자가 아닌 ‘콘텐츠 편집자(Editor)’ 혹은 ‘정보 제공자’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추출하거나 왜곡했을 때, 그것을 단순한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정보 선택상의 과실’로 보아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된다. 결국 기술의 고도화가 역설적으로 사업자의 방패막이였던 ‘중립성’을 해체시킨 셈이다.
URL 없는 게시중단과 환각된 인용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현행 저작권법의 방어 기제들이 생성형 AI 앞에서는 무력화된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게시중단(Notice & Takedown)’ 제도는 불법 게시물의 고정된 주소(URL)를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비결정성(Non-determinism)을 특징으로 하는 AI는 매번 다른 결과를 생성하므로 삭제할 대상인 URL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전통적인 게시중단 메커니즘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한다. 또한 저자는 ‘환각된 인용(Hallucinated Citation)’ 개념을 통해 공정이용 항변의 한계를 지적한다. AI가 존재하지 않는 논문이나 틀린 출처를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경우, 이는 법적으로 정당한 인용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되어 저작권 면책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이용자가 질문만 던졌을 뿐 문장의 표현과 정보의 배열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과물에 대한 1차적 발화 책임은 오롯이 서비스 제공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퍼블릭 도메인과 사업자 책임
논문은 AI 검색 결과물이 갖는 ‘권리와 책임의 비대칭성’을 조명한다.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결과물은 저작권법상 보호받기 어려워 퍼블릭 도메인에 가깝게 취급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권리는 비어있는 반면, 그 결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법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줄 것인가”라는 기존의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발화의 주체가 누구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실질적인 문제로 논의를 전환한다. 이용자를 게시자로 보던 기존 OSP 면책 논리가 이용자는 질문만 했을 뿐이라는 AI 검색의 특수성 앞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Take Down’을 넘어 ‘Take Off’로
결론적으로 저자는 법 해석의 확장을 넘어선 새로운 입법적 설계를 제안한다. URL 단위의 삭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제 되는 문장이나 표현 패턴을 식별하여 재생성을 원천 차단하는 ‘Notice & Take Off(통지 후 차단)’ 개념의 도입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특정 정보 자체를 학습 모델에서 지우는 ‘언러닝(Unlearning)’ 기술의 의무화나, 반복적인 침해 표현 생성 시 사업자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여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안 등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무적이다. 논문은 AI 검색 시대의 법이 결과물의 사후 처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생성 구조 자체를 규율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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