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스마트글래스 특허 공개…"XR 승부수"

X 기자

metax@metax.kr | 2025-03-23 17:19:04

미국 특허청에 공개된 ‘스마트글라스 설계'
전자파 차단 스피커부터 골전도·시선 추적·모듈형 설계까지
스마트 안경의 새로운 기준 제시

삼성이 차세대 스마트글래스 시장을 정조준했다.

2025년 2월 20일 공개된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에 따르면, 삼성은 AI 기반 실시간 인터랙션, 뼈전도 오디오 시스템, 제스처·시선 추적 UI 등을 탑재한 웨어러블 글래스 기술을 개발 중이다.

경쟁사인 애플의 비전 프로, 메타의 스마트글래스에 대응하며 삼성은 자사의 디스플레이·반도체·AI 기술 역량을 집약한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특허는 단순한 증강현실 기기를 넘어, 실생활에 최적화된 웨어러블 안경 디자인과 기능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출처:yankodesign.com

오디오 품질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잡다

삼성은 기존 웨어러블 오디오 기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인 전자파 간섭(EMI)을 줄이기 위한 특수 스피커 설계를 적용했다. 엔지니어들은 전력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소음은 줄이고, 음질은 유지하는 저전력 스피커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는 스마트글래스처럼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인 기기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다.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출처:yankodesign.com

특히 삼성은 골전도(bone conduction) 기술을 핵심 오디오 전달 방식으로 채택했다. 소리 진동을 귀가 아닌 두개골을 통해 내이에 전달함으로써, 사용자는 음악이나 안내 음성을 들으면서도 주변 소리를 동시에 인지할 수 있다. 이는 실외 활동이나 이동 중 사용 시 상황 인식 능력을 높이고, 음향 누설을 줄이며, 소음 환경에서도 오디오 선명도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I 통합으로 실시간 반응, 시선만으로 제어

삼성 특허의 또 다른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처리 구조다. 사운드 및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가 실시간 번역, 음성 명령 인식, 상황 판단을 수행하며,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여 반응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출처:yankodesign.com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다중 입력(Multimodal Interaction)을 적극 반영했다. 음성 명령뿐 아니라 손 제스처, 눈동자 추적을 통한 직관적 컨트롤 방식이 적용돼 사용자는 손이나 시선만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화면 상의 특정 정보를 응시하면 해당 기능이 실행되는 방식으로, 이는 양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경량 설계와 쾌적한 착용감… ‘안경처럼 보이는 스마트글래스’

디자인 측면에서도 삼성은 기능성과 일상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프레임에는 프로세서, 센서, 마이크,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 부품이 내장되지만, 전체 무게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 장시간 착용에도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특히, 경량 금속과 강화 폴리머를 활용해 내구성을 확보하면서도 부피를 줄였고, 모듈형 구조를 도입해 부품 교체나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유연한 힌지와 템플 구조는 다양한 머리 모양에 맞춰 착용할 수 있어, 격렬한 활동 중에도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한다.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출처:yankodesign.com

열 관리 또한 주요 고려 사항이다. 전자 부품이 몰린 프레임 내부에는 방열 소재와 미세 환기 채널이 포함돼 있어, 능동적 냉각 없이도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킨다.

무엇보다 삼성이 주목한 것은 ‘기술이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다. 외부에서 눈에 띄는 카메라, 모듈이 거의 없도록 설계돼, 전통적인 안경처럼 보이면서도 고기능을 수행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 친화적 소재와 마감… 장시간 사용을 고려한 디테일

사용자 경험을 위한 디테일도 눈에 띈다. 렌즈에는 반사 방지 및 얼룩 방지 코팅이 적용되며, 코패드와 귀에 닿는 부분은 피부 친화적 소재로 마감돼 장시간 착용 시 불편함을 줄인다. 삼성은 이처럼 기술적 복잡성과 일상적인 편안함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꾀하고 있다.


미국 특허(출원번호: US 2025/0060618 A1)/출처:yankodesign.com


XR 경쟁 격화 속 삼성의 차별화 전략

XR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은 AI와 오디오 중심의 실용형 스마트글래스 전략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몰입형 고가 장비로 XR의 미래를 그렸다면, 삼성은 일상에 녹아드는 가벼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현실 속 사용자 경험을 재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특허가 보여준 스마트글래스는 고성능 오디오, 실시간 AI 처리, 직관적 인터페이스, 경량 설계까지 아우르며 ‘매일 쓰는 AI 안경’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예고한다. 이는 기존 XR 기기가 가졌던 “비싸고 무겁고 복잡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삼성은 디스플레이·반도체·AI 기술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B2C와 B2B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중간형 제품군을 구상 중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헬스케어, 물류, 교육, 원격 작업 등 실용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 In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글래스 시장 규모는 2025-2030년 동안 27.3%의 CAGR을 기록하여 2030년까지 82억 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글래스가 웨어러블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은 이번 특허를 통해 한 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스마트글래스는 기술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은 감춰지고, 경험만이 남는 시대.

삼성의 스마트글래스가 상용화된다면, XR 시장은 곧 ‘하이엔드 몰입형(애플)’ vs ‘경량형 AI 글래스(삼성)’의 양분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웨어러블의 미래는 더 이상 상상 속 공간이 아니다.

지금, 그 미래는 우리의 눈 위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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