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로안전청, 테슬라 FSD 전면 조사...“교통법규 미준수” 의혹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08 09:00:00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 요구
FSD 안전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이 정점으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풀셀프드라이빙(FSD)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FSD가 신호를 위반하거나 잘못된 차로로 진입하는 등 법규를 벗어난 주행을 수행한다는 신고가 누적되자, 규제 당국이 시스템의 핵심 로직과 안전성 전반을 정밀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예비조사(PE25012)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오류 여부를 살피는 차원이 아니라, FSD의 감지·판단·경고·지도 데이터 처리·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전면 해부하겠다는 성격을 갖는다. 규제 기관이 테슬라에 요구한 정보의 범위 역시 전례 없이 방대하다.
조사 배경: “빨간불 통과, 역주행 시도”… 반복된 위험 신고
NHTSA는 최근 몇 년간 테슬라 FSD를 둘러싼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신고 내용에는 신호 위반, 역주행 차선 진입 시도, 직진 차선에서의 돌발 좌회전·우회전, 차선 표시 무시, 철도 건널목에서의 부적절한 대응 등 중대한 법규 위반이 여럿 포함돼 있다. 이는 FSD가 실제 도로 환경에서 교통 규칙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규제 당국은 이와 관련된 62건의 소비자 신고, 정기 보고 데이터(14건), 언론 보도 사례(4건)를 근거로 FSD의 전반적 동작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에는 모든 사건별 원시 로그와 감지 데이터, 영상, 지도 버전 등 사고 전후 시스템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상세 정보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모든 데이터를 제출하라” — 규제 당국의 전례 없는 요구
NHTSA가 테슬라에 요청한 자료는 FSD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수준이다. 차량별 VIN,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력, FSD 사용 시간과 사용 패턴 등 기본 정보뿐 아니라, 사고·위반 의혹이 제기된 모든 건에 대해 ▲차량 내부 센서·카메라 로그 ▲신호등 및 차선 감지 기록 ▲GPS·지도 데이터 충돌 여부 ▲계획 경로가 도로 규칙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근거 ▲운전자에게 경고가 전달된 방식과 반응 시간 ▲사고 발생 30초 전부터 종료까지의 타임라인의 데이터를 요청했다.
특히 NHTSA는 “왜 시스템이 특정 교차로에서 잘못된 차로로 진입했는지”, “왜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을 시도했는지”, “이때 운전자에게 어떤 형태의 안내가 제공되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FSD의 판단 알고리즘을 단계별로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FSD는 신호·차선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FSD가 신호등, 차선, 표지판, 교차로 구조 등 실제 도로 인프라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며, 그 인식을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주행 계획을 세우는가에 있다.
특히 규제 기관은 ▲신호등 감지 정확도 ▲분기점(교차로)에서의 경로 선택 기준 ▲지도 데이터 오류 발생 시 시스템의 우선 판단 ▲차선 변경 및 차로 유지 알고리즘의 적절성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고가 충분히 빠르고 명확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FSD가 도로 규칙을 일관되게 해석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근본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베타 상태 기능을 왜 일반 도로에 내보냈는가”라는 질문
규제 당국이 이번 조사에서 특히 강조한 항목은 테슬라가 FSD를 ‘베타(Beta)’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NHTSA는 테슬라에 ▲FSD의 베타 상태는 어떤 기준으로 규정되는가? ▲언제 베타 라벨을 제거할 계획인가? ▲베타 기능을 공공도로에서 제공할 만큼 충분한 안전 근거가 있는가? 에 대해 명확히 답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 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묻는 셈이다. 규제 당국이 이 문제를 공식 문제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 리콜 가능성에 직면할 수도
현재 조사는 예비 단계지만, 결과에 따라 엔지니어링 분석(Engineering Analysis) 단계로 확대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FSD 소프트웨어 리콜 ▲기능 제한 혹은 일시 중단 ▲지도 및 감지 모델 대대적 업데이트 ▲운전자 모니터링 강화 ▲특정 도로 환경에서의 기능 비활성화 등과 같은 조치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는 2023년에도 FSD 문제로 200만 대 리콜을 진행한 바 있어, 이번 조사가 그보다 더 강력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FSD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이번 조사는 단순 결함 점검이 아니다. 미국 규제 당국은 FSD가 도로 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확인하려 하고 있다.
FSD는 더 이상 테슬라의 주장대로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만 간주되지 않는다. 법규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시스템 책임의 영역이다. 테슬라가 공개하지 않았던 내부 알고리즘과 데이터 흐름을 규제 당국이 직접 검증하겠다는 신호다.
이번 조사는 미국 내 자율주행 기술 규제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향후 다른 자율주행 기업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의 시각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도로 안전의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이제 그 데이터로 평가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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