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I 법무 책임자 전격 사임…“두 말(家·일) 모두 탈 수 없었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8-14 09:00:00

약 16개월간의 ‘격동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사임
그는 “직업은 꿈이었고, 팀은 놀라웠다”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 나왔다. xAI의 법무 책임자 로버트 키일(Robert Keele)이 약 16개월의 ‘격동의 시간’을 마치고 회사를 떠난다.

그는 X(구 트위터)에 “두 아이와 보낼 시간이 부족했다. 직업은 꿈이었고 팀은 놀라웠다. 일론과 이 기술, 이 순간에 함께한 건 인생 최고의 모험이었다. 다만 세계관의 간극은 있었다”고 남겼다. 그러면서 “가족과 일, 두 마리 말을 동시에 탈 수 없었다”며 퇴사를 택했다.

유쾌한 이별 인사답게, 그는 xAI의 생성형 모델 Grok으로 ‘xAI에서 법무를 이끈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를 묻는 짧은 패러디 영상까지 ‘원샷’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키일의 사임은 개인적 사유로 읽히지만, 그 배경에는 지난 1년여 xAI가 통과해온 파고가 고스란히 비친다. 그는 2024년 5월 합류해 xAI의 법무·규제 대응을 이끌었고, 이번 발표는 “아이들과의 시간”과 “세계관의 간극”을 솔직하게 인정한 선택이었다. 현지 매체들은 그의 재임 기간을 ‘회오리바람 같은 한 해’로 요약하며, 퇴임 사실과 발언을 잇달아 전했다.

그가 일군 자리엔 공백이 길지 않았다.

xAI는 프라이버시·IP를 담당해온 리리 림(Lily Lim)을 신임 법무 책임자로 올렸다. 흥미로운 이력도 화제가 됐다. 림은 법조 이전에 NASA의 로켓 과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빅테크와 로펌을 거치며 기술·지식재산 분야의 실무를 다져온 인물이다. xAI가 데이터·컴퓨트·콘텐츠의 경계면에서 커지는 법적 쟁점을 다루기 위해 ‘이공·법’ 융합형 리더십을 선택한 셈이다.

사실 xAI의 법무는 ‘평시 운영’이 아니라 대형 의제의 연속이었다. 2025년 3월, xAI가 X를 전격 인수·합병하며 통합 가치 1,130억 달러에 이르는 딜을 성사시켰고(평가액: xAI 800억 달러, X 330억 달러), 공시·지배구조·데이터 결합과 관련한 규제 이슈들이 일시에 솟구쳤다. 이 초대형 거래는 xAI와 X의 데이터·제품 로드맵을 사실상 한몸으로 묶었고, 법무팀은 통합 브랜드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를 둘러싼 법적 경계선을 촘촘히 그어야 했다.

동시에 자금·사업 구조 재편도 속도를 냈다. 모건스탠리가 주선한 50억 달러 규모 부채 조달, 1,13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겨냥한 지분 거래 이슈는 투자자 보호·공시·이해상충 관리의 고난도 퍼즐을 던졌다. 스페이스X의 20억 달러 투자 보도 이후, 그룹 간 시너지를 노리는 지배구조적 결합이 얼마나 법·규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법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콘텐츠·브랜드 안전성도 ‘법무의 지뢰밭’이었다.

xAI의 챗봇 Grok은 공격적 유머와 한계 시험으로 주목받았지만, 일부 발언과 응답이 사회적 논란을 촉발했다. 이런 맥락에서 X 플랫폼 내 Grok 광고 삽입 계획은 표현의 자유·광고주 안전·책임 경계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했다. 수익 모델을 세우되, AI 응답과 광고 문맥의 혼선·오인 가능성을 통제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정치·공공감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 의회는 2025년 초 xAI의 지배구조, 이해상충 가능성, 민감 정보 접근 통제 등에 대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기술 기업의 법무는 더 이상 ‘사후 규정 준수’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설계 그 자체와 분리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 모든 의제는, 법무 책임자에게 밤샘·압축 의사결정·높은 사회적 심리전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키일의 고백, “가족과 일, 두 마리 말을 동시에 탈 수 없었다”은 실리콘밸리 임원층의 워라밸의 현실을 상징한다. 실제로 머스크가 이끄는 여러 조직에서 고위급 인사의 빠른 보직 순환이 이어졌고, xAI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관에 간극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하면서도, “비전·헌신·지성은 매일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이 상반된 감상은, 극단적 속도로 진군하는 ‘머스크식 경영’과 그 안에서 성장한 개인의 역량 업그레이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키일의 퇴장은 xAI가 ‘사람을 태워 성장하던 단계’에서 ‘제도·프로세스로 굴러가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초과근로·즉흥 대응이 아니라, 제품·조직·거버넌스가 ‘규모에 맞는 규칙’을 내장해야 할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xAI가 다음 장을 어떻게 쓰는지 새 법무 리더십의 펜촉에 산업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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