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휴먼③] 가상인간 기업들 전략적 변화, 그리고 향후 전망
김하영
metax@metax.kr | 2025-02-15 18:14:08
가상인간(디지털휴먼)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부터 기업 교육, 트레이너, 인플루언서, 버추얼 프렌드, AI 은행원이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엔비디아부터 국내 크래프톤, 신한은행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상인간을 고도화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상인간을 발전시키고, 사용자 요구에 맞게 ‘개인화’하고 있다. 아이돌, 모델 등 특정 분야에서 교육,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가상인간이 확장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술로 구현된 ‘가상 인간’은 그저 가상의 ‘기능’이지 가상의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가상의 기능’으로만 치장한 ‘가상 인간’들만 등장한다면, 인간의 기대가 무너지고 너무 빨리 질리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가상 인간’이 등장하기 위해선 인간과 공존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개인정보 보호, 윤리적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디지털휴먼 기사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의 제작 방식을 언급하며, 지금이야말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최적화 타이밍이라 강조했다. 두 번째 디지털휴먼 기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격히 증가했던 가상 인간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다루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 가상 인간 관련 기업들은 현재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가상 인간’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현재 상황은 물론, 전략적 변화를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지속적 투자와 전략의 변화를 꾀하는 NVIDIA
디지털 휴먼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 6월 ‘ACE 마이크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휴먼 개발을 위한 개발 키트다. 개발자들이 쉽게 디지털 휴먼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실시간 음성 인식, 번역, 얼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엔비디아가 출시한 가상 인간 관련 플랫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4월에도 ‘Omniverse Avatar’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AI 기술을 통합하여 사실적인 디지털 아바타를 만드는 종합 플랫폼으로 특히 실시간 상호작용 가능한 AI 어시스턴트 개발에 중점을 둔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ACE에서 강조한 것은 ‘발전된 가상 인간의 제작 기술’뿐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하드웨어에서의 호환과 간편한 배포, 관리 등 개발자의 편의성과 다용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NVIDIA의 가상 인간 관련 기술을 대하는 온도가 달라졌음을 말하고 있다.
2. 새로운 ‘버추얼 아이돌’을 향한 도전, Aww
이마, 리아, 플러스틱 보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가상 인간을 만들어냈던 Aww.
이케아, 디올, 포르쉐 등 유명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과시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이케아 모델’, ‘이마’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Astral Body’를 론칭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인간보다 더 아름다운 3D 얼굴로 유명했던 ‘리아’는 오히려 애니메이션 풍으로 렌더한 모델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팬 층을 사로잡고 있다.
가상 인간의 제작 기술을 넘어 ‘스토리텔링의 힘’을 강조하던 Aww의 새로운 도전은 ‘버추얼 아이돌’이었다. 2023년 가을에 첫 선을 보인 가상 인간 트레이닝 센터, "VHuman Streamer Project 'ANOME'"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가상 인간을 통해 삶의 선택을 확장한다"는 철학을 고수하며, 한 사람이 가상 인간을 통해 두세 번의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보였다.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의 첫 번째 가상 인간이 지난 6월, 공식 데뷔를 알렸다.
‘아라레 키루아’는 ‘ANOME’ 프로젝트의 첫 번째 졸업생이자 연습생으로, 약 6개월의 연습 기간과 테스트를 거쳐 데뷔했으며 현재 유튜브와 SNS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 Aww는 ‘ANOME’프로젝트를 통해 가상 인간 한 명 한 명의 ‘스토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3. 스페인의 첫 AI 모델, 핫 인플루언서 등극
Synthesia는 영상 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하여 가상인간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업 교육, 트레이너,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가상 인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tana’는 Synthesia에서 탄생해 직접 운영중인 가상 인간으로, 스페인의 첫 AI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으며, 현재 유럽 내에서 핫한 인플루언서로 등극했다. 스포츠 보충제, 스포츠 및 언더웨어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으며 광고와 실제 모델 활동을 제외한 SNS 활동으로만 월 10,800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4. 크래프톤, 넥스트 스텝은 ‘AI’와 ‘버추얼 프렌드’
2023년, 매출 1조 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한 크래프톤. 한 개의 게임으로 2조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은 역대 최대치였다. 대표작 ‘PUBG:배틀그라운드’ 관련 IP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원히트 원더’인 크래프톤은 여전히 다음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 크래프톤에서 선택한 ‘다음’은 ‘AI’였다. 올 초 개최된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김창한 대표는, 매 해 신작 출시를 목표로 삼으며 크래프톤의 계단식 성장을 예고했는데, 성장과 함께 ‘AI’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딥러닝을 직접 공부해 개발자를 뽑을 만큼 딥러닝에 진심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딥러닝 본부’를 설립하고 ‘버추얼 프렌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버추얼 프렌드’는 플레이어와 함께 대화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다. 단순히 게임 플레이의 안내NPC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빠르면 올 해 안에 도입될 것으로 보여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 절반의 ‘익숙함’을 더하는 신한은행
2021년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와 함께한 광고로 재미를 톡톡히 보았던 신한은행은 2024년 7월 ‘AI 은행원’을 선보인다.
'AI 은행원'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음성합성과 영상합성을 융합한 AI 휴먼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도록 설계되었다. 한데, 이들의 외형은 실제 신한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우수직원 등 5명을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AI 은행원’이라는 생소함에 절반의 익숙함을 담은 것이다.
가상 인간 관련 여러 기업들의 최근 현황을 알아보니, 역시 ‘가상 인간’들은 우리의 관심이나 주요 기사란에서 멀어졌을 뿐, 그들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례를 더할, 가상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이고, 고도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AI기술과 적용 방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개인화’가 더욱 잘 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요구나 선호에 따라 특화된 경험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가상 인간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아이돌, 모델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될 것이 아니라,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가상 인간 활용성을 탐구하고, 응용 사례를 늘려야만 한다.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 사용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사실, 가상 인간에 대한 ‘인간의 기대’는 이미 한껏 높아져 버렸고, 기술은 그 기대를 빠르게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반대로 우리의 기대보다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상 인간’을 보는 우리는 그저 ‘편리함’, 혹은 ‘아름다움’으로만 그들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를 철저히 관리해 사용자나 소비자로부터 ‘가상 인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히 기술로 구현된 ‘가상 인간’이라면 그저 가상의 ‘기능’이지 가상의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가상의 기능’으로만 치장한 ‘가상 인간’들만 등장한다면, 너무 빨리 질리게 될 것이고, 그 동안의 인간의 기대는 한 순간에 반대로 돌아설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가상 인간’은 그저 꿈에 머무르며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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