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동반자형 챗봇, 친구인가 위험인가

X 기자

metax@metax.kr | 2025-09-15 09:00:00

FTC, 글로벌 빅테크 7곳에 실태조사 명령
정서적 의존과 아동 안전, 새 규제의 초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25년 9월 11일, 소비자 대상 AI 챗봇을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AI 기업 7곳에 대해 광범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AI 동반자형 챗봇(Companion Chatbot)’이 아동·청소년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AI 동반자형 챗봇은 단순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다. 사용자와 정서적 관계를 맺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으로, 감정을 모사하고 대화를 기억하며 캐릭터를 부여해 친구·연인·멘토처럼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는 챗봇을 실제 인간처럼 신뢰하거나 의존할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은 정서적 의존이 강화될 위험이 있어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FTC는 Alphabet, Character Technologies, Instagram, Meta, OpenAI, Snap, X.AI 등 7곳에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조사 항목은 아동·청소년 보호 장치 마련 여부, 데이터 처리와 개인정보 활용 방식, 연령 제한과 부모 고지 준수 여부, 수익화 구조와 광고 투명성, 부정적 영향 평가·완화 절차 등이다. 특히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보호법(COPPA) 준수 여부가 집중적으로 점검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이 AI 챗봇을 친구처럼 신뢰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서비스에서는 미성년자가 부적절한 대화에 노출되거나, 과도한 몰입으로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더 나아가 챗봇이 자해나 위험 행동을 부추길 가능성까지 경고해 왔다. FTC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사회적 우려를 제도권 조사로 끌어들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조사는 연방거래위원회법 6(b)에 근거해 진행된다. 이는 특정 법 위반이 없더라도 산업 전반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기업은 FTC가 요구한 항목에 따라 특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허위나 누락은 법적 책임을 수반한다. 보고 대상은 2022년 이후 챗봇 서비스 운영 전반이며, 수익 구조, 위험 관리, 연령 검증, 데이터 처리, 광고 관행 등이 포함된다.

조사 결과는 기업들에 두 가지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첫째는 준법·안전 설계 비용이다. 연령 검증 강화, 아동 보호 모드 탑재, 데이터 최소수집, 위험 평가 체계 마련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둘째는 평판 리스크다. FTC가 공개하는 결과에서 미흡한 기업으로 지목될 경우, 학부모와 학교, 광고주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선제적 조치를 취한 기업은 윤리적 리더십을 앞세워 시장 신뢰를 선점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AI 법(AI Act)’에서 아동 대상 챗봇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엄격한 안전성 테스트를 의무화했고, 중국은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를 챗봇 서비스에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별도 규제는 없지만, 2025년 아동·청소년 온라인 보호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FTC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은 “아이들을 온라인에서 보호하는 일은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혁신과 규제의 균형이 향후 정책 논의의 핵심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연령 검증 강화, 아동 안전 모드 탑재, 데이터 최소수집 원칙, 광고·스폰서 표시 의무화, 위험 대화 차단 기준 강화 등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AI 동반자형 챗봇은 정서 지원과 학습 보조,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주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에게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FTC의 이번 조사는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설정 과정이다. 앞으로는 “누가 더 안전한 AI를 만들었는가”가 혁신 경쟁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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