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술, ‘수용’인가 ‘생존’인가..."생성형 예술에 대한 인식의 진화"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5-11-05 09:00:00
AI 그림, ‘호기심’에서 ‘생계위협’ 그리고 ‘일상’으로
불과 몇 년 전, 생성형 인공지능 DeepDream이 만든 이미지를 보고 흥미롭고 기이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도무지 이 기술이 대단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25년 현재, AI 이미지는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흥밋거리를 넘어 광고, 쇼핑몰, 미디어 콘텐츠에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동시에 창작자의 생계를 좌지우지 하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2022년 주다영.석정현의 연구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예술계에 진입하던 시점의 대중 반응을 포착했다. 미드저니(Midjourney)가 콜로라도 미술대학에서 수상한 사건 이후,SNS를 중심으로 ‘AI가 인간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감정적 반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밝혔다. 반면 2025년의 연구(방지연, 주다영)는 그로부터 3년 뒤, 같은 맥락을 훨씬 더 거시적으로 다룬다. 이 시점의 인식은 단순한 충돌에서 ‘창작의 주체성’과 ‘창작 생태계의 재편’으로 옮겨가 있었다. 2022년이 AI 예술의 충돌기였다면 2025년은 수용과 윤리의 병존기로 진입한 셈이다.
2023년 학회에 발표된 첫 번째 논문(이하 2022년 연구)은 2022년 10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미드저니(Midjourney)의 미술대회 우승과 Novel AI의 등장이 촉발한 초기 갈등에 주목한다. 2022년 10월의 빅데이터 분석은 긍정 33%, 부정 65%로 부정의 경우 5배 높아졌다. 전달인 9월은 긍정 86%, 부정 13%였던것에 비하면 부정이 5배 상승한 것이다. 연관어 분석에서 ’커미션‘, ’작가‘, ’일러스트‘, ’저작권‘ 등의 비슷한 맥락을 가진 단어들이 급부상한 것은, 이들이 AI의 ’유사 화풍‘생성과 ’저작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준다.
2022년 연구는 ’AI 그림임을 속이고 커미션을 받는 행위‘에 대한 비판 등, 창작자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침해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저항이 부정적 인식의 핵심이었음을 밝힌다. 흥미롭게도 이 논문의 결론부에서는 AI “현업 작가, 창작자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제공”하는 도구로써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직은 직접적인 ’생계 위협‘으로까지는 인식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2.2025년: ’생계 위협‘의 현실화와 ’실용성‘의 대두2025년 학회에 발표된 두 번째 논문(이하 2025년 연구)은 2020년부터 2024년 10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인식의 극적인 전환을 포착한다. 이 논문은 서론에서부터 “2023년 레이아크(Rayark)사태”(게임 회사가 AI 도입 후 디자인팀 아티스트를 해고한 사건)을 언급한다. 확인해본 결과 레이아크는 이후 성명을 내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에는 추상적인 우려가 불과 1년만에 ’일자리 상실‘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으로 현실화되었다고 여겨지게 되었다. 2023년의 감성 분석 결과 긍정 37.8%, 부정 53.7%를 기록하며 ’싫다‘, ’이상하다‘,’보기싫다‘등 AI 창작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2025년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4년의 또 다른 반전을 제시한다. 2024년, 긍정적 인식이 54.2%로 다시 부정을 앞지른 것이다. 이 긍정의 본질은 2021년의 ’호기심‘과는 다르다. 긍정 연관어로 ’효율적‘. ’혁신적‘, ’창의적‘, ’싸다‘등이 등장한 것은, 대중이 AI를 ’실용적 도구‘로서의 가치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즉 AI 예술에 대한 인식은 ’기술적 호기심(2021)‘ - ’윤리적 충돌(2022)‘ - ’경제적 위협(2023)‘ - ’실용적 수용(2024)‘이라는 역동적인 4단계를 거쳐왔다.
4.비교분석두 연구는 AI 예술 인식의 진화적 궤적을 보여준다. 2022년 연구가 초기 단계의 호기심과 부정(부정 57.1%)을 포착했다면, 2025년 연구는 이를 연장해 2023~2024년 현실화된 위협과 적응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생계 위협 인식의 변화다. 2022년 연구는 AI가 '아직'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으나, 2025년 연구는 레이아크 사태를 서두에 언급하며 직접적 피해(예: 불매운동, 'AI 창작물 싫다' 반응)를 강조한다. 이는 2023년 실제 사건(네이버 웹툰 AI 논란 포함)이 예측을 넘어선 변화를 반영하며, AI 예술이 추상적 우려에서 구체적 사회 문제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는 더 넓은 맥락에서 주요 사건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2022년 Midjourney 수상은 'AI vs 인간' 프레임을 강화했으며, 이는 2018년 Christie's 경매에서 AI 작품 'Portrait of Edmond de Belamy'가 43만 달러에 낙찰된 사건의 연장선상이다. 2023년 레이아크 사태는 글로벌 트렌드인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감(예: Hollywood 작가 파업 중 AI 규제 요구)을 반영하며, 2024년 X의 AI 학습 데이터 논란은 EU의 AI Act(2024 시행)처럼 윤리적 규제 요구로 이어진다. 또한, OpenAI의 Sora(2024 출시)처럼 동영상 생성 AI의 등장으로 인식 범위가 확대됐음을 고려하면, 두 연구는 AI 예술의 사회적 혐오감(예: '가짜' 이미지 거부)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5. 표면적 수용과 내재된 갈등두 논문은 AI가 광고, 쇼핑몰 등 상업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2025년의 연구는 ’효율적‘, ’싸다‘와 같은 실용적 긍정어가 부상한 동시에, ’혐오하다‘, ’피해‘, ’불법‘, ’구라‘와 같은 극단적인 부정 역시 강력하게 존재한다.
이는 사회적 인식이 하나로 수렴된 것이 아니라, 실용적 사용자 집단과 윤리적, 경제적 피해자 집단으로 양극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은 AI 이미지를 일상에서 소비하면서도 그것이 창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와 반감을 동시에 가진다. 표면적으로는 일반화 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6. 연구의 한계와 비판적 고찰두 연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증적 접근으로 강점을 보이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데이터 소스가 주로 X(twitter)에 치중돼 편향될 수 있다. 2022년 연구에서 언급량의 96%가 트위터에서 발생했듯, 이 데이터는 커미션 문화 등 특정 하위문화의 목소리를 과대 대표할 수 있다.
둘째, 레이아크 사태(2023)가 루머였음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AI혐오감을 증폭시켜 2023년 부정 인식 53.7%로 피크를 찍게 했다.
7. 결론주다영 연구원 등의 두 논문은 AI예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창작의 본질‘에서 ’노동의 가치‘로, ’윤리‘에서 ’경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AI기술은 사회에 수용될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단계를 지나, 어떻게 수용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일자리 상실, 창작 의욕 저하)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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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석정현, 주다영. (2023) AI 그림에 대한 사회 인식 및 AI 생성 서비스의 발전 방향성 분석. 한국HCI 학술대회, 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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