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국가 통제 논란 속 메타·오픈AI까지 위협
Z 기자
metax@metax.kr | 2025-03-24 07:00:03
딥시크, AI 판을 흔들다…비상장, 저비용, 고성능
올해 1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챗봇 앱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딥시크는 2023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설립된 신생 AI 기업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훈련해 왔다. 특히 상장하지 않은 민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모델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구현한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딥시크는 창업 초기 중국계 헤지펀드 및 금융 알고리즘 기업으로 알려진 '하이플라이어 캐피탈'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이후 독립된 AI 기업으로 전환해 자체 데이터센터와 연구조직을 바탕으로 모델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성형 AI 다크호스, 딥시크… 설립자 배경은 여전히 제한적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2023년 설립 직후부터 독자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돌입하며 생성형 AI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창립자인 량원펑(Liang Wenfeng)은 저장대학교(浙江大学) 출신의 AI 박사로 알려져 있으며, 딥시크 설립 이전에 금융 및 데이터 분석 관련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일부 중국 매체에서 언급됐다.
딥시크는 설립 초기부터 자체 연구조직을 운영하며, 박사급 인재 채용과 내부 모델 훈련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자사 블로그와 채용 페이지 등을 통해 중국 내 주요 대학 출신의 연구 인력 확보 및 논문 기반 성능 검증 활동을 공개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Nvidia A100이나 H100 등 고성능 GPU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딥시크는 중국 시장 전용 GPU인 Nvidia H800을 활용한 효율적 훈련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H800은 A10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중국 AI 기업들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는 GPU다.
OpenAI도 인정한 성능, “비공개 모델보다 낫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2024년 12월 DeepSeek-V3를, 2025년 1월에는 DeepSeek R1을 공개했다. 초대형 모델 DeepSeek-V3와 추론형 모델 DeepSeek R1은 오픈소스 기반과 높은 성능, 낮은 운영 비용을 무기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 초거대 모델 ‘DeepSeek-V3’, 오픈소스로 공개
딥시크는 2024년 12월 26일, 6,71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 언어모델 DeepSeek-V3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Mixture-of-Experts(MoE) 구조를 채택해 각 입력 토큰당 약 370억 개의 매개변수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계산 효율성과 메모리 사용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 특징이다.
DeepSeek-V3는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GPT-4o 및 Meta의 Llama2 모델과 유사하거나 상회하는 성능을 보였으며, 특히 코딩, 수학, 언어 이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당 모델은 MIT 라이선스로 공개돼 상업적 활용도 가능하다.
* ‘DeepSeek R1’, 추론 중심의 고신뢰 모델
2025년 1월 20일에는 추론형 Reasoning AI 모델인 DeepSeek R1이 출시됐다. 이 모델은 복잡한 수학, 물리, 과학 문제를 스스로 검토하고 계산 과정을 추론하는 능력을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딥시크는 운영 비용이 GPT-4 계열보다 약 95% 낮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소 규모 연구기관 및 스타트업도 고성능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DeepSeek R1 역시 MIT 라이선스 하에 완전한 오픈소스 코드와 모델이 공개되어,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수정·재배포·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유럽 일부 기술 매체들은 “딥시크는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AI 시장의 가격과 기술 허들을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판 Open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라며 기술 주권과 시장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모델들이 중국 인터넷 규제와의 관계, 코드의 투명성, 운영 인프라에 대한 의존성 등에서 장기적 신뢰 확보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딥시크는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기술 혁신과 오픈 생태계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경제적 충격: 시장 파괴적 전략
딥시크는 가격을 경쟁사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덕분에 중국 내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도 자사 모델 가격을 인하하거나 무료화하며 대응 중이다.
또한 VC 자금을 받지 않고도 자체 수익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유럽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정부의 간접 지원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딥시크는 “AI 연산 효율성과 기술적 돌파 덕분에 가능한 전략”이라며 부인했다.
딥시크, ‘가성비 혁신’인가 ‘정치 검열형 AI’인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AI 모델이 기술 성능 면에서 주목받는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과 검열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은 중국 사이버 규제 기관의 기준에 따라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 운영된다. 실제로 텐안먼 사건, 대만 독립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에 대해 챗봇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우회적으로 응답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딥시크는 기술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정치적·윤리적 중립성은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제적인 규제 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OpenAI는 딥시크를 '국가 통제형 모델'로 규정하며, 미국 정부에 공공 시스템에서의 사용 금지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와 뉴욕주 정부, 한국 정부 등 여러 국가 및 지방정부가 딥시크 앱과 모델을 공공 기기에서 차단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딥시크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기술 혁신과 오픈 생태계 기여를 목표로 한다”며, 정부와는 무관한 독립 민간 기술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딥시크를 둘러싼 국내외 반응… ‘혁신인가, 위협인가’
딥시크(DeepSeek)의 초고성능 오픈소스 모델 출시 이후, 글로벌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 OpenAI
OpenAI는 딥시크를 “국가 통제형 모델”로 규정하고, 미국 내 공공 시스템에서 해당 모델 사용을 금지할 것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사의 폐쇄형 모델 전략과의 충돌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 요구로도 해석된다.
■ 미국 상무부
미국 상무부는 공공 시스템 내에서 딥시크 모델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내용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025년 3월 보도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국가 안보 및 기술 통제 차원의 조치로 해석된다.
■ 미국 해군 및 기타 기관
미 해군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이유로 딥시크 앱 사용을 금지했다.
■ 미국 의회
미국 의회는 딥시크의 정부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국가 안보 우려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 한국 정부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 각 부처 및 지자체에 생성형 AI의 보안 리스크에 대한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주요 내용은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지 말 것, 충분한 검증 없이 업무에 활용하지 말 것 등이다.
특히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외교·안보·통상 관련 부처는 자체적으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다.
이번 조치는 딥시크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라 정부가 자국 기업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호주, 일본, 대만 등 국가
호주, 일본, 대만 등도 자국 공공기관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조치도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AI 기술은 더 빨라지고 싸지는데, 규제는 더 복잡해진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 말은 중국의 비상장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을 통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딥시크는 강력한 기술력과 파격적인 가격 정책, 그리고 '검열된 Reasoning AI'라는 특이한 속성을 지닌 채 글로벌 AI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기업이 주도하는 '추론형 AI(Reasoning AI)'는 기존 생성형 AI를 뛰어넘어 수학, 과학, 법률, 의료 등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용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GPT 이후 차세대 AI 기술의 진화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LG의 EXAONE Deep, Anthropic의 Claude 3, 오픈AI의 GPT-5 예상 스펙 등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딥시크의 급부상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주도의 AI 연구와 글로벌 기술 시장 간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AI 기술 주권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발 AI 기술의 확산을 견제해야 하는 복합적인 전략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딥시크는 단순한 기술기업을 넘어, AI 기술 경쟁, 정책 설계, 국가 안보, 글로벌 플랫폼 거버넌스 등과도 직결되는 상징적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검열된 추론형 AI'라는 개념은 AI의 자유와 통제를 둘러싼 글로벌 윤리 논쟁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의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그 기술이 불러올 정책적, 산업적, 사회적 파장을 심도 있게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향후 AI 시장의 주도권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신뢰 가능한 추론 능력을 확보하느냐, 그리고 누가 이를 윤리적이고 법적으로 책임 있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추론형 AI'는 차세대 전장이다. 딥시크는 그 전장을 먼저 밟은 도전자로서, 기술 이상을 흔들 수 있는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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