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E, 2025 시즌 끝으로 잠정 중단
X 기자
metax@metax.kr | 2025-09-15 11:00:00
산업은 ‘친환경 연료 내연기관’에 무게
미국 시간 2025년 9월 11일,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과 도르나 스포츠(Dorna Sports)는 FIM MotoE 월드 챔피언십을 2025 시즌을 끝으로 중단(hiatus)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첫 출범 이후 ‘전기 모터사이클 레이스’라는 혁신적 실험을 이어왔지만, 팬덤의 관심과 시장 파급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MotoE는 모토GP의 친환경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전기 바이크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 7년간 대회는 흥미로운 레이스와 챔피언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팬덤 기반 형성에는 실패했다. 동시에 고성능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도 예상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산업적 배경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모터사이클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순수 전기’보다는 더 효율적인 내연기관과 비화석 연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모토GP는 이미 2024년부터 최소 40% 비화석 연료 사용을 시작했으며, 2027년에는 100% 비화석 연료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이는 전 세계 제조사들의 개발 방향과 보조를 맞추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FIM 회장 호르헤 비에가스는 성명에서 “최선을 다해 MotoE를 키워왔지만,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산업이 전기 모터사이클 퍼포먼스 시장을 뒷받침하지 못한 현실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도르나 스포츠 CEO 카르멜로 에스펠레타 역시 “MotoE는 모토GP의 혁신 정신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팬덤과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며 중단 결정을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모터스포츠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다변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자동차 레이스의 전기 시리즈인 포뮬러E와 달리, 이륜차 산업은 아직 전기화의 필요성과 경제성이 뚜렷하지 않다. 전기 모터사이클은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기술 한계로 고성능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팬들에게도 내연기관 특유의 ‘사운드와 감각’을 대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MotoE의 완전한 종료가 아니라 ‘잠정 중단(hiatus)’이라는 점은 향후 가능성을 남겨둔다. FIM과 도르나는 향후 전기 기술이나 대체 에너지 기술이 성숙할 경우 MotoE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 기술의 발전과 팬덤 수요에 따라 레이스가 언제든 부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MotoE의 중단은 단순히 한 대회의 종말이 아니라, 모터사이클 스포츠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의 선언이기도 하다. 환경 규제 강화와 지속 가능성 요구 속에서 모토GP는 ‘100% 비화석 연료 시대’를 새로운 모토로 내세웠다. 전기화가 아닌 또 다른 길을 선택한 모터사이클 업계의 행보가 자동차 업계와 어떻게 교차·차별화될지, 그리고 팬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MotoE는 7년간의 여정을 통해 전기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이번 중단은 산업 현실과 팬덤의 기대, 기술 발전 속도 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모터스포츠가 단순히 흥행을 넘어 기술 방향성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앞으로 전기 모터사이클이든, 합성연료든, 혹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든, “누가 미래의 레이스를 주도할 것인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