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고용구조: 변화하는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
현대원 칼럼니스트
dhyun12@gmail.com | 2025-03-25 00:44:36
기술 혁신이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때마다, 노동시장 또한 필연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왔다. 증기 기관이 등장한 산업혁명, 전기의 보급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한 20세기 공업화 시대, 그리고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이 주도한 정보화 시대까지, 인간의 노동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주도하는 제3차 기계시대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노동시장에 가져오고 있다. 단순한 기계화 수준을 넘어, AI는 인간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필요로 하던 전문직까지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기술 혁신의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반드시 노동시장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이 이미 입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대다수의 노동자가 경제적 불안정에 직면하는 사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AI 시대에 노동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의 공포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1930)는 기술 혁신이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면서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발생할 것이라 예견했다. 이는 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AI는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금융, 의료, 법률 등 고급 전문직까지 대체하며 노동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AI 기반의 챗봇 ‘닥터’들이 환자 상담과 진단을 수행하며, 법률 분야에서는 AI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및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등 전통적으로 인간 전문가가 담당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직업 소멸을 넘어, 노동 수요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와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교수는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창출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속도의 불균형으로 인해 노동시장 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자리의 양극화’와 ‘중산층의 공동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산층의 공동화 현상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소득정체와 불평등 확대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반복적인 중산층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소득 직종과 저숙련의 저소득 직종으로의 이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Job Automation과 Job Creation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존 중산층 일자리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일자리의 양극화"라는 표현보다는 "중산층의 공동화"가 더욱 적절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고, 자동화 대상 직군의 재교육 및 직업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일찌기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통해 기술 혁신과 고용 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역시 창업 지원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AI로 인한 고용 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기존 일자리 보호를 넘어 새로운 산업과 직무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자리의 미래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 2023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6,9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약 8,3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여 순수하게 약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 지속가능성 이슈, 디지털 전환 등의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소멸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AI 기술과 데이터 분석의 확산으로 인해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전문가, 지속가능성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핀테크 엔지니어 등의 직업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이버 보안 전문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면,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 입력원, 사무직 및 비서직, 은행 창구업무, 출납 및 매표 업무 등 전통적인 반복 업무를 담당하는 직종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WEF의 2020년과 2023년 보고서를 비교하면, 기술 발전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20년 보고서에서는 향후 5년간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8,500만 개의 일자리 감소로 순수 증가가 1,200만 개로 예상되었으나, 2023년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규모가 6,900만 개로 줄어든 반면, 감소하는 일자리는 8,300만 개로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1,400만 개의 순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2020년 보고서에서는 2025년까지 업무의 47%가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2023년 보고서에서는 2027년까지 42% 자동화로 조정되며 자동화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재교육 및 직업 전환 지원이 필수적이다. AI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자동화로 인해 감소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 전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급격한 고용구조 변화로 인해 실업 상태에 놓이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을 도입하여 자동화로 인해 감소하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AI와 자동화가 가져오는 고용구조 변화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창출하고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AI 시대에 적합한 고용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며, 이를 통해 미래의 노동시장을 더욱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착취에서 무관심의 대상으로
OECD 보고서 Artificial Intelligence in Society는 AI와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도입되면서 저숙련 일자리에서 자동화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인간 노동력이 기업과 경제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지만,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와 저숙련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 노동력의 가치는 착취의 대상에서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고서는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융, 의료, 제조업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지만, 자동화에 의해 대체되는 직종의 노동자들은 경제적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AI 기반의 고급 기술직과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은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저숙련 노동자들은 점차 필요성을 상실하며 노동시장 내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대량 실업과 함께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의 축소를 초래하며, 노동시장 내 계층 간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기존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기회를 더욱 좁히고 있다. OECD 보고서는 AI가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며, 편향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 생존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AI의 발전은 노동자들이 아예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절과 빈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OECD는 AI 정책 수립 시 인간 중심 접근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간 복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해야 하며, 기술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포용적 성장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AI 기술이 초래할 법적·규제적 도전 과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특히 AI 시스템의 자율성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 소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
기술 발전이 기존의 일자리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이다. AI 시대 역시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경제 속에서 ‘협업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당연히 자동화의 수순을 밟게 되지만, 반대로 AI와의 협업이 요구되는 직업군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AI의 부상은 단순한 ‘일자리 대체’가 아니라, 인간이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웹3와 AI 토큰 이코노미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AI 데이터 큐레이터로, 이들은 분산형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서 데이터의 품질을 평가하고 AI 학습 모델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웹3 환경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선별하고 검증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AI 기반 콘텐츠 크리에이터 역시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다. 이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웹3 생태계에서 탈중앙화된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핵심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NFT 아트,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가상 아이덴티티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등 새로운 창작 방식과 경제 구조가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 윤리 전문가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됨에 따라,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편향성을 점검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윤리적 이슈를 관리하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를 책임감 있게 운영하고 감시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AI 의료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업도 등장하고 있다. AI 시스템이 분석한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환자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에 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AI가 의료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만큼, AI가 생성한 의료 정보를 인간의 관점에서 조정하고 최적의 진료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AI와 웹3의 발전은 기존의 직업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노동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된다면, AI 시대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AI는 위협이 아니라 도구이며,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에서도 기계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지만, 이를 활용한 새로운 직업과 산업이 탄생하면서 경제와 사회가 더욱 발전해왔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과 인간의 협업이며,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우리가 미래 노동 시장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변화이다.
새로운 고용구조의 해법
: 긱 다오(Gig DAO)의 출현을 기대하며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기 계약과 독립적인 경제 활동이 중심이 되는 근로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전통적인 고용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근무 방식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근로자들의 권리가 취약해지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은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존의 택시 산업을 붕괴시키면서 근로자들을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았다. 뉴욕에서는 차량 면허 가격이 20만 달러 이하로 폭락하고, 수입 감소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택시 운전사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크리스 헤지스(2018)는 이러한 현상을 ‘신봉건주의적 농노제도(Neofeudal Serfdom)’라고 지적하며, 긱 이코노미가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을 디지털 중개자에게 종속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착취 구조로 작용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근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이며, 인공지능(AI)과 웹3 기술이 결합하면서 고용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AI는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 큐레이터는 웹3 기반의 분산형 데이터 시장에서 데이터의 품질을 평가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AI 기반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NFT와 메타버스를 활용해 디지털 자산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AI 윤리 전문가와 의료 코디네이터 같은 직업군도 새롭게 등장하며, AI 시대에 적합한 근로 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탈중앙화된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긱 다오(Gig DAO)’는 긱 근로자들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긱 다오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근로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자율 분산형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다. 기존의 긱 이코노미에서는 플랫폼이 중개자로 작용하면서 근로자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긱 다오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활용하여 중개자를 배제하고, 근로자들이 직접 공정한 거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경제적 주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활용한 집단적 협업을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긱 다오’의 도입은 긱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근로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큐레이션이나 AI 콘텐츠 제작과 같은 웹3 기반의 직업들은 긱 다오를 통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여도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플랫폼 근로가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집중된 구조였다면, 긱 다오는 근로자 중심의 경제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근로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다 민주적인 근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결국, AI와 웹3 기술의 발전이 기존 플랫폼 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긱 노동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긱 다오(Gig DAO)’와 같은 탈중앙화된 협력 모델이 필수적이다. 긱 노동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이들은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긱 이코노미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제적 대응과 구조적 해법
초지능(AI Superintelligence) 시대에 예상되는 실업 문제는 기존의 자동화 및 플랫폼 경제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급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해법 마련이 필수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해결책 중 하나는 정부가 보장하는 최저 소득제(GMI, Guaranteed Minimum Income) 또는 기본소득제(UBI, Universal Basic Income)의 도입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노동의 가치가 변화하는 시대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캐나다, 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민컴(Mincome)’ 실험에서는 기본소득이 빈곤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비 절감과 교육 수준 향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나미비아에서 시행된 실험에서도 빈곤율이 76%에서 37%로 감소하고, 범죄율이 낮아지는 등 사회 전반적인 긍정적 변화가 확인되었다. 한편, 스페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정 소득 이하의 가구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며 그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활력을 동시에 촉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GMI 또는 UBI의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가계 자산조사를 거쳐 일정 소득 이하에게만 지원하는 ‘선별적 기본소득(Means-tested Basic Income)’과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의 두 가지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경우 높은 재정 부담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국민 1인당 연간 1만 달러를 지급할 경우 연방정부 예산과 맞먹는 수준의 재원이 필요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AI와 자동화로 인해 노동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UBI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빌 게이츠 역시 로봇세 도입을 통해 기술 발전으로 발생한 초과 이익을 재분배하고, 이를 사회 안전망 확충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로봇세(Robot Tax)와 같은 대체재원을 마련하여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로봇세는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절감한 인건비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여, 이를 노동시장 전환 비용이나 기본소득 지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 내 일부 국가들은 로봇세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자동화로 인한 세수 감소 문제를 고려하여 유사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세가 기술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이 있어, 신중한 설계가 요구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초래할 대규모 고용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 해결책 마련은 이제 모든 국가의 핵심 정책 아젠다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실업급여와 같은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AI와 자동화로 인한 고용구조 변화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GMI나 UBI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단순한 정치적 선심 정책이나 추가적 복지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제도가 근로자들의 재교육과 직업 전환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결국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에 실패하고 엄청난 재정 부담과 정책적 실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AI로 촉발되는 불안한 고용구조를 정상화하거나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GMI나 UBI를 복지예산의 구조조정 및 재배분과 연계하여 실질적인 재교육 및 재배치 프로그램과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현금 지원 방식이 아니라, 이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기본소득과 연계한 직업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근로자들이 AI와 자동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 또한 ‘국민내일배움카드’와 같은 직업훈련 지원제도를 발전시켜 AI 기반 산업과 연계된 교육 과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GMI나 UBI는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구축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재정 지출 증가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재원을 구조조정하여 기존의 실업급여, 직업훈련 보조금, 기업 지원금 등의 지출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이를 AI 경제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고용전환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로봇세(Robot Tax)나 디지털 서비스세와 같은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을 병행하여 GMI나 UBI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GMI나 UBI와 같은 구조적 대응이 AI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조정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복지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근로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재교육과 직업전환 노력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노력과 병행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야만 AI 경제 시대의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