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블록체인 위에 올라탄 날: 실물자산 토큰화의 새로운 진화

이정민 기자

dave126999@gmail.com | 2025-05-26 09:00:55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수익-운영-규제’를 연결하는 진화형 RWA 모델로서의 로봇

2025년 5월, 블록체인 생태계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과 예술품에 머물렀던 실물자산 토큰화(Real World Asset, RWA)는 이제 ‘로봇’이라는 동적인 유기체를 대상으로 그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단지 정적인 자산을 분할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서, 로봇이 창출하는 수익, 운영 리스크, 기술 주기에 따른 가치 변화, 그리고 글로벌 규제 준수까지, 모든 요소를 하나의 스마트컨트랙트 흐름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금융 설계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로봇의 수익을 나누는 법: ‘모듈형 현금 흐름’의 토큰화 설계

과거 부동산 RWA는 임대료, 예술품 RWA는 전시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었다. 그러나 AI 로봇은 이보다 훨씬 복합적인 수익 구조를 갖는다.

물류, 순찰, 청소 등 현장에서의 업무 수행에 따라 발생하는 서비스 사용료가 1차 수익이고, 클라우드 기반 운영 소프트웨어의 구독료가 2차 수익, 로봇 운행 중 축적된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AI 학습용으로 판매하는 데이터 라이선스가 3차 수익이다.

이처럼 다양한 수익 축은 토큰화에 있어 모듈식 설계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 수익은 일정 비율을 즉시 토큰 홀더에게 분배하고, 나머지는 플랫폼 내 보상 풀에 예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구독료와 데이터 라이선스는 각각 별도 토큰 혹은 현물로 배분해, 수익 종류에 따라 맞춤형 보상을 설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수익 항목을 온체인 오라클로 집계해 자동 분배를 트리거하는 기술적 토대가 필요하며, 이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투자자는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이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로봇의 멈춤은 곧 수익 손실: 운영 리스크의 실시간 반영

로봇 토큰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운영 리스크가 즉각적으로 토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부품 교체 없이는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유기체에 가깝다. 이로 인해, 가동률이 1%만 저하돼도 연간 수익률이 급감할 수 있으며, 이는 SLA 위반 벌금이나 서비스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리스크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분배 구조에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장이 발생하면 해당 수리비는 즉시 토큰 배당금에서 차감되거나, 보험 풀에서 보전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실제 현금 흐름과 자산 가치가 실시간 운영 성과에 따라 조정되는 구조는, 로봇 RWA가 정적인 자산을 넘어선 ‘살아있는 투자 상품’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기술 주기의 파고를 넘는 법: NAV 동적 재평가 메커니즘

부동산이나 예술품은 일정한 희소성과 보존성을 기반으로 가치를 유지한다. 하지만 AI 로봇은 기술 발전과 경쟁 제품 출시 주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요 제조사들이 3~5년 주기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은 지원 종료되고, 이는 즉각적인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를 감안한 로봇 RWA 설계에서는 동적 NAV 재평가 시스템이 핵심이다. 단순 분기별 회계 평가를 넘어서, 펌웨어 종료, 신모델 출시와 같은 이벤트 기반 가치 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더불어 중고 로봇 시장의 실거래가, 펌웨어 지원 여부, IoT 센서 기반 성능 지표 등을 온체인 오라클로 연동하면 실시간으로 자산 가치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투자자는 언제든지 “내가 보유한 이 토큰의 기초 자산이 지금 얼마짜리인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로봇은 하이브리드 자산이다: 금융·기기·데이터 규제의 삼중 트랩

로봇 토큰화가 진정한 RWA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이나 수익 모델만으로는 부족하다. 규제 준수가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Howey 테스트에 따라 토큰이 증권으로 간주되면 SEC 등록이 필요하고, 유럽에서는 MiCA 규정이 이에 대응한다. 이는 토큰 발행 기업이 단순 블록체인 전문가를 넘어서, 금융·법률·정책 전반에 통달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로봇은 전자기기이자 데이터 수집기기이기도 하다. EU CE 마크, 미국 FCC 인증, 중국 PIPL, 한국 개인정보법 등 다양한 기술 및 정보보호 규제에 모두 적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 기술 인증, 개인정보 보호, 보험 언더라이팅 등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크로스펑셔널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며, 이 체계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로봇 RWA의 신뢰를 좌우하게 된다.

 
토큰화된 로봇이 증명해야 할 단 하나의 질문

로봇 RWA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새로운 투자 신뢰 구조의 완성형이다. 핵심은 하나다. “이 토큰이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과 가치 보전을 제공하는 실질 자산인가?”라는 질문에 시스템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로봇 RWA는 ▲수익원 다각화에 따른 정교한 분배 로직, ▲실시간 운영 리스크 반영, ▲기술 주기별 자산 가치 재평가, ▲다중 규제 준수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그 모든 요소가 통합될 때, 블록체인 위에 올라탄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투자 가능한 유기체’로서 시장에 새로운 신뢰를 제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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