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타버스 법정 도입 초읽기: 클라우드 펀딩 통한 준비 가속화
정수연
jsy020224@naver.com | 2025-02-16 19:40:19
일본에서 메타버스 법정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행 재판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단법인 ‘형사사법미래’는 9월 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가상 현실 공간에서 형사재판을 체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법정 솔루션 '메타버스 모의재판'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메타버스 법정' 솔루션을 통해 국민의 법적 리터러시(legal literacy)을 높이고, 시민의 형사재판 참여를 독려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법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메타버스 법정의 도입 배경
‘형사사법미래’가 메타버스 법정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현행 재판 제도의 한계에 있다.
일본은 2009년부터 배심원제도에 해당하는 재판원 제도(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에 해당)를 형사재판에 도입했다. 재판원 제도란, 국민 중에서 재판원이 선택되어 형사 재판에 참가하는 제도이다. 재판원 제도의 대상이 되는 재판은 중대한 형사 재판의 제1심이며, 재판원은 재판관과 함께 재판의 심리나 판결에 참여한다.
즉, 이 제도는 중대한 형사 재판에서 재판원이 재판관과 함께 판결에 참여하도록 하여 국민의 관점을 사법 절차에 반영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재판원의 사퇴율과 결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53%였던 재판원 사퇴율은 2021년에는 67%까지 상승했다. 또한, 재판원 후보자의 출석률 역시 2009년 84%로부터 2021년 약 71%로 감소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이유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재판에 참가한 사람 중 다수가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진다.
실제로 일본의 재판원 경험자 네트워크에서 2015년도에 조사한 앙케이트에 따르면, 재판원 경험자 80%가 “정신적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잔혹한 증거를 접하는 경험과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중압감이 꼽혔다.
게다가 2019년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판 견학이나 방청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은 11.9%에 불과했다. 이는 시민들이 법정을 직접 체험하거나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메타버스 법정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재판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 법정 접근성 향상을 위한 메타버스 모의재판
이번 메타버스 법정 프로젝트는 모든 일본 국민의 법적 리터러시를 높이고, 재판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법원이 시민들에게는 먼 곳이거나 접근이 어려운 장소로 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로 법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서 시민들은 경찰관, 검찰관, 피고인, 변호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재판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와 재판의 구조를 학습하고, 실제 재판에 참여할 때 겪을 수 있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어, 이를 통해 재판원 제도의 시민 참여율을 높이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조달 및 진행 현황
이러한 메타버스 모의재판 프로젝트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 '형사사법미래'는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현재 1차 목표였던 5만 엔을 이미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2차 목표인 1,000만 엔을향해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9월 27일 현재까지 달성한 금액은 128만엔이다.
‘형사사법미래’ 측은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서 "프로젝트가 예정 금액에 미달하더라도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금까지 사용된 자금 용도
- 메타버스 모의재판을 공개하기 위한 비용 [500만엔]
- 메타버스 모의재판에 관한 운영활동, 광고비 [200만엔]
- podcast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경비 [300만엔]
◆ 메타버스 모의재판이란?
'형사사법미래'는 모든 국민이 재판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메타버스 법정의 개발을 진행해왔다. 최신의 VR기술을 사용하여, 누구나 아바타가되어 경찰관, 재판원, 검찰관, 피고인, 변호사, 방청인을 체험할 수 있다.
상세한 시점화면은 다음과 같다.
또한, 메타버스 모의재판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고전 문학이나 전래 동화나 같은 픽션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재판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한다.
반면, 고등학생과 성인에게는 대마초 소지 같은 약물 관련 사건이나 절도와 같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를 제공해 현실적인 법적 문제를 다룬다.
이처럼 연령대에 따라 Beginner, Middle, Advanced 단계로 난이도를 구분하여 법적 리터러시를 단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메타버스 모의재판은 ‘재판이라는 장소’를 사전에 체험함으로써 실제 재판원으로서 참가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의문을 해소하고, 보다 적극적인 사법참가를 촉진하는 것을 지향한다.
◆ 범죄학 Podcast 프로그램, '마루짱 교수의 츠미나이야기'
'형사사법미래'에서 추진하고 있는 펀딩은 메타버스 법정 뿐만이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범죄학 팟캐스트 ‘마루쨩 교수의 츠미나이야기’다. 이 팟캐스트는 범죄와 형벌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범죄학적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범죄학 교수와 동료들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범죄와 처벌에 얽힌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청취자들이 법적 문해력을 기르는 데 기여한다.
◆ 시사점
일본의 사단법인 ‘형사사법미래’가 메타버스 법정 도입에 나선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통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물리적 법정 시스템이 공간적, 시간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메타버스 법정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메타버스 법정이 열리게 되면, 물리적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형사재판 절차에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법적 절차를 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체험할 수 있어 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사단법인 ‘형사사법미래’는 가상 현실에서 형사재판을 체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모의재판’을 개발하기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형사사법미래'는 메타버스 법정 개발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법 시스템을 혁신해나가겠다는 포부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법적 리터러시(legal literacy)를 높이는 동시에 형사재판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기대돼, 미래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지 주목된다.
◆ 관련논문
<공정한 재판을 위한 메타버스 형사법정의 구현 가능성, 그 의의 및 한계>
요약: 본 논문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형사법정이 열릴 경우, 그 공정성 제고 가능성에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형사 재판은 기존 온라인 재판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의 개입을 줄이고, 전관예우와 같은 관행의 약화를 촉진하며, 재판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공개 재판 원칙의 원활한 구현을 돕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