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 1,500명 감원…컨설팅 업계에 드리운 구조조정 그림자
X 기자
metax@metax.kr | 2025-05-07 08:00:31
전문 인력 중심 산업의 구조 전환…‘사람’이 리스크가 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미국에서 1,500명 감원을 단행한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팬데믹 이후 확장 일로를 걸었던 컨설팅 산업이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M&A 둔화, 정부 지출 축소, 이직률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사람 중심’ 전문 서비스업이 본격적인 인력 정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등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PwC 미국법인은 전체 직원 약 75,000명 중 2%에 해당하는 1,5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회계감사(Audit)와 세무(Tax)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반 행정직과 백오피스 직군이 포함된다.
이는 2024년 9월 컨설팅 부문 인력 1,800명 감원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두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미 수백 명 단위의 부서 이동 및 재배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번에는 실질적인 해고로 이어지며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왜 지금 감원인가?
① M&A 시장 급냉
팬데믹 직후인 2020~21년은 글로벌 M&A(기업 인수합병)의 황금기였다.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 속에 기업들은 공격적 확장을 추진했고, 컨설팅 회사들은 인력 채용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M&A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었다. 기업 간 거래가 줄면서, 이에 의존하던 회계·세무 부문의 프로젝트도 급감했다.
② 이직률 하락 → 인력 과잉
PwC 측은 “최근 이직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아 인력 과잉 상태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산업은 일반적으로 연간 10~20%의 자연 이직률을 전제로 인력을 관리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과 인재 유입 감소로 퇴사율이 크게 줄며 ‘정체된 인력 구조’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③ 미 정부의 긴축 정책
미국 정부는 부채 상한 이슈 이후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공공 부문 프로젝트가 줄고, 정부와의 계약에 의존하던 회계·세무 서비스 수요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은 PwC만의 일인가?
이번 사태는 PwC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24년부터 ‘빅4’ 회계법인 전체가 유사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딜로이트(Deloitte)는 지난 12개월 동안 북미와 유럽 법인에서 수백 명의 컨설턴트를 정리했고, EY와 KPMG도 디지털 사업부 축소와 관리직 감원에 나섰다.
이는 전문 서비스업도 기술 자동화, 경기 위축, 고객 예산 삭감의 삼중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문 인력 중심 산업의 구조 전환…‘사람’이 리스크가 되다
PwC의 최근 대규모 감원 조치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글로벌 컨설팅 산업 전반에서 ‘전문 인력 중심 운영 모델’ 자체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통적으로 사람의 전문성이 핵심 경쟁력이었던 회계·컨설팅 업계에서, 이제는 ‘사람’이 비용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감원 사태는 전략적 전환의 신호탄이다.
가장 먼저, 고정 인건비에 의존하던 인력 중심 모델에서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운영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 대신,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투입 가능한 인재 활용 방식이 주목받고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도·동남아 등 기술 인력 허브의 확대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업무 영역의 재편도 함께 진행 중이다.
회계·세무 중심의 전통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AI, 사이버 보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PwC는 최근 AI 및 지속가능성 컨설팅 부문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으며, 기술 기반의 신규 수익 모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회계법인의 변화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전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컨설팅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인재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민첩하게 인재와 기술을 결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로 재정의될 것이다.
컨설팅 산업, 과잉 성장의 반작용 속 리셋 국면
PwC 미국법인의 이번 감원은 전체 구조조정 흐름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하반기에도 컨설팅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인력 감축 또는 조직 통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AI 도입과 원격 근무 시스템 고도화에 따라 일부 고정 인력은 점진적으로 계약직화되거나 글로벌 오프쇼어링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PwC의 미국 내 1,500명 감원은 코로나 이후 ‘과잉 채용’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더 이상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왔으며, 인적 자본 중심 구조가 처음으로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향후 컨설팅 산업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겸비한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리셋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PwC는 전 세계 152개국에 32만 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감사, 세무, 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회계법인 네트워크다. 1998년 Price Waterhouse와 Coopers & Lybrand의 합병으로 출범한 PwC는 기업의 재무 신뢰성 검토를 넘어 디지털 전환, ESG 전략, M&A 자문까지 포괄하는 통합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에버그란데 회계 스캔들, 호주 세무 정보 유출 등 연이은 논란 속에서 일부 고위험 국가 회원사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등, 글로벌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