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술 로봇, '담낭 제거' 100% 자율 성공… 인간 수술 시대 다가오나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7-17 11:00:59

Johns Hopkins 연구팀, SRT‑H 로봇으로 수술 자동화의 새 지평을 열다.

미국 Johns Hopkins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 수술 로봇 SRT‑H가 말 그대로 인간 개입 없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8회 연속 100% 성공했다. 보조적 단계에 머물렀던 로봇 수술이, 이제 스스로 단계 계획·실행·오류 복구까지 수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 수술 시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번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2022년 발표된 'STAR' 프로젝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AR'는 Smart Tissue Autonomous Robot의 약자로, 연부조직(soft tissue)을 대상으로 한 고정밀 자율 수술 로봇 시스템이다. Johns Hopkins University의 Whiting School of Engineering과 Children's National Hospital이 공동 개발했으며, 소프트티슈(연부조직) 로봇 수술의 첫 글로벌 자율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존 수술 로봇(예: 다빈치 로봇)들이 의사의 조작을 전제로 한 "보조 시스템"에 가까웠다면, STAR는 의사의 직접 조작 없이 연부조직 수술을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하는 자율 로봇 외과의사를 목표로 개발되었다. 특히 장기나 혈관처럼 쉽게 움직이고 변형되는 조직을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는 센서·AI·로봇 제어의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았다. 

STAR의 수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ybRmhsvOss

2022년, STAR는 돼지를 대상으로 장 문합(intestinal anastomosis) 수술을 수행했으며, 4회 실험 모두에서 인간보다 정밀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런 STAR에도 부족한 점은 있었다. 수술 대상 조직에는 특정 표시(marking)가 필요했고, 사전 계획된 절차 기반으로 움직였다. 즉, STAR는 화면에 표시된 지점을 따라가는 ‘스마트 보조자’였던 것이다. 

스스로 대응하는 로봇외과의 SRT-H                                                                                  SRT‑H(Surgical Robot Transformer–Hierarchy)는 Johns Hopkins 연구진이 2025년 공개한 차세대 자율 수술 로봇 시스템으로, 기존 보조 중심의 수술 로봇을 넘어 완전 자율 수술의 가능성을 실증한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름 그대로 이 시스템은 수술 과정을 상위와 하위 두 개의 계층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계층형 AI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각 계층은 수술 절차의 ‘이해’와 ‘실행’을 분리하여, 더 유연하고 강인한 대응력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https://hub.jhu.edu/2025/07/09/robot-performs-first-realistic-surgery-without-human-help/

우선 상위 계층은 대형언어모델(LLM)과 유사한 구조로, 수술 자체를 이해하는 영역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사람이 직접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녹화된 17시간 분량의 담낭 제거 수술 영상, 자막, 의료진의 음성 지시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 계층은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술 전 과정을 17단계 절차로 분해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도구 사용, 해부학적 기준, 조직 반응 등을 고려해 자연어 기반의 세부 지시문(fine-grained instructions)을 생성한다. 즉, 단순히 도구를 ‘어디에 갖다 대라’는 식의 명령이 아니라, “담낭 머리를 집는다”, “간과의 접촉 부위를 조심해서 절개한다” 같은 수술적 의미를 이해한 지시를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위 계층은 이 언어 지시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3차원 공간 내에서 수술 도구를 조작하는 집도의 역할을 한다. SRT‑H는 단순히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모양 변화, 시야 흐림, 혈액 유출, 클립 부착 실패 등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예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립이 잘못 부착되었을 경우 이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위치를 재조정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색소가 주입되었을 때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오류 복구(self-recovery) 기능은 기존의 로봇 수술 시스템에서는 거의 구현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인간 외과의와 유사한 임기응변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SRT‑H의 높은 자율성과 정밀도는 학습 데이터의 깊이와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약 1만6천 건 이상의 수술 동작 시퀀스를 포함한 데이터를 통해 language-conditioned imitation learning(언어 조건 기반 모방학습) 기법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단순한 행동 복제가 아니라, 수술 맥락과 언어적 설명을 동시에 이해하면서 로봇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학습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SRT‑H는 기존처럼 사전에 마킹된 절개선이나 정해진 순서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수술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처럼 SRT‑H는 언어적 사고 능력과 기계적 정밀 제어를 결합한 계층형 자율 수술 프레임워크로, 인간 외과의가 수행하는 사고 과정과 집도의 행동을 분리해 모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기술적으로는 LLM 기반 의사결정과 강화학습 기반 로봇 제어가 결합된 형태이며, 그 결과 자율성, 정밀성, 복원력 측면에서 모두 의료 로봇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술의 정의를 다시 쓰다                                                                                                              SRT‑H의 자율 수술 실험은 아직 살아 있는 생체 내 환경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며, 돼지의 장기 조직을 활용한 ex vivo 실험 조건(생체 밖, outside the living body)에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의 성과는 의료 기술 발전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총 8건의 담낭 제거 수술을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했으며, 그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로봇의 움직임이 단순한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실제 외과의처럼 유연하고 정밀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다. 연구에 참여한 의료진은 SRT‑H의 동작이 “인간보다 더 부드럽고 정밀했다”고 평했으며, 이는 기존의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자율성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외과 인력 부족, 지역 간 의료 접근성 불균형, 수술 대기 시간의 구조적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만약 SRT‑H와 같은 자율 수술 로봇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실전 환경에 투입될 수 있다면, **수술의 ‘표준화’와 ‘자동화’**라는 의료계 최대 난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 과정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 이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RT‑H는 단순히 정밀한 도구가 아니다. 수술이라는 복합적 행위를 이해하고, 계획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완수한 최초의 자율 외과 시스템이다. 담낭 제거라는 절차적 수술에서 보여준 100%의 성공률은 기술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외과의사’라는 존재의 정의를 다시 묻는 도전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생체 외 실험 단계, 상용화까지는 생리적·윤리적 과제를 넘어야 한다. 수술은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그 자리에 이제, AI라는 새로운 주체가 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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