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크립토 기업의 '트러스트 뱅크 인가 러시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7-10 07:00:07

기존의 경직된 규제 틀에 유연한 적용 환경 필수
기존 금융기관과 기업간 협력 모델 다양화 필요
크립토 산업의 본질적 가치 '탈중앙화' 과제

▣ 미국 크립토 기업의 '은행 인가' 러시
글로벌 크립토 산업에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리플(Ripple)*과 서클(Circle)*이 연이어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은행 인가를 신청하며, 암호화폐 기업들이 제도금융권 본격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크립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2025년 7월 2일, OCC에 전국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를 신청한 리플(ripple): https://ripple.com/

서클과 리플의 은행 인가 신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요 크립토 기업들은 규제 준수를 통한 사업 정당성 확보와 동시에 금융 인프라 사업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리플의 경우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전국 신탁 은행* 인가를,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마스터 계좌*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은행업 진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 리플(Ripple):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및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핀테크 기업
* 서클(Circle):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된 디지털 자산, USDC(USD Coin,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
* 신탁 은행(National Trust Bank): 미국 금융 규제 체계에서 특정 자산(예: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준비금 등)의 보관·관리, 기관 고객 대상 커스터디(수탁)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은행 유형.
* 연방준비제도(Fed) 마스터 계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가 제공하는 중앙은행 직접 결제 계좌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준의 결제 시스템(예: Fedwire, ACH 등)에 직접 접근해 자금 이체, 결제, 정산 등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계좌. 기존 상업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의 결제 인프라를 직접 이용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진다.

▣ 미국의 변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사업 모델의 진화

미국 크립토 산업의 제도화는 단순히 규제 준수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미 의회에 발의된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최초의 연방 단위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GENIUS Act: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senate-bill/1582?q=%7B%22search%22%3A%22GENIUS+Act%22%7D&s=1&r=4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100% 준비금 요건, 투명한 공시, 소비자 보호, 파산 시 우선 변제 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연방과 주 단위의 이중 감독 체계를 도입한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OCC(통화감독청) 인가는 크립토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Circle, Ripple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전국 신탁은행(Trust Bank) 인가를 신청하며, 기존의 단순 거래소·지갑 서비스에서 벗어나 커스터디(수탁), 자산 토큰화, 결제 인프라 구축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Trust Bank 모델은 상업은행과 달리 예금·대출 기능 없이, 디지털 자산 준비금 관리와 커스터디에 특화된 금융기관으로, 해당 인가를 받으면 연방준비제도 결제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 기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실시간 결제·정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크립토 기업이 전통 금융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 구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 한국은 지금: 한미 크립토 산업 제도화의 비교와 전망

한국과 미국은 크립토 산업의 제도화에서 서로 다른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인가 중심’의 상향식(바텀업) 모델을 채택해, 크립토 기업들이 직접 금융 인프라의 일부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향식 제도화는 혁신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크립토 기업이 은행 인가를 통해 기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직접 결제·정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크게 강화된다. 실제로 Circle, Ripple 등은 Fed 마스터 계좌를 신청해, 기존 상업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법제화 및 감독 강화’의 하향식(톱다운) 접근을 택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통과를 목표로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복수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은, 크립토 산업을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규율하려는 방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민병덕 의원안과 강준현 의원안 등은 모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되, 자본금 요건(5억~10억 원), 준비금 관리, 금융당국 인가 등 엄격한 진입 장벽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하향식 모델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조화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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