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Killing Games’ 캠페인, EU 공식 검토 착수… 서명 70만 돌파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7-30 07:00:00

수익이 나지 않는 게임은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가?
문화 자산으로서의 게임, 이제는 ‘접근의 권리’가 논의될 때

▣  문화 자산으로서의 게임, 이제는 ‘접근의 권리’가 논의될 때다

2025년, 유럽에서 시작된 ‘Stop Killing Games(Stop Destroying Videogames)’ 캠페인이 70만 명 이상의 서명을 기록하며 EU 차원의 정책 검토 단계에 공식 돌입했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게임 서비스 종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기반 게임이라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접근성과 아카이빙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용자·보존 단체들의 요구가 집결된 결과다.

청원은 영국의 디지털 권리 단체 Digital Rights Group과 유럽 게임 보존 네트워크가 주도했으며,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콘텐츠의 문화적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ttps://citizens-initiative.europa.eu/initiatives/details/2024/000007_en


▣ Stop Killing Games이란?

‘Stop Killing Games’(SKG) 캠페인은 디지털 게임 시장에서 퍼블리셔가 판매를 마친 후에 일방적으로 서버를 종료하거나, DRM(디지털 권리 관리) 등의 이유로 소비자의 접근권을 제한하는 관행에 맞서 시작된 글로벌 시민운동이다. 이 캠페인은 2024년 4월, Ubisoft가 오픈 월드 레이싱 게임 ‘The Crew’의 서버를 공식적으로 영구 종료하면서 불거진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많은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게임임에도 서버 종료로 인해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단순한 상업적 전략을 넘어 소비자 권리, 디지털 소유권, 게임 보존 등 디지털 시대의 핵심 사회 이슈로 제기한 것이다.

역시 마찬가지다. 2016년 과대광고 논란 이후 수년간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개발사 Hello Games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료 DLC 없이 장기적인 무료 업데이트를 지속하며 2020년 이후부터 평판이 반전되었고, 지금은 VR·멀티플레이·건설 시스템까지 포함된 생존 시뮬레이션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사례들은 말한다.

"게임의 생명력은 매출 그래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어떤 게임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고, 어떤 게임은 마지막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연착륙, 보존은 단지 과거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라고 말이다. 


▣ 디지털 시대의 문화 의무, '게임 보존'

게임은 이제 영화, 드라마, 음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복합 예술이며, 하나의 서사적 미디어다. 상호작용성과 기술, 감정이 결합된 게임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동시대의 감성과 상상력을 담은 문화적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게임을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카이빙의 대상은 더 이상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만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창조되고 소비되는 콘텐츠 역시 동시대 문화를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당연히 기록되고 보존되어야 할 자산이다.

게임 보존은 과거의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살려두자’는 정서적 호소가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상호작용적 기억과 감정, 집단적 경험을 보존하려는 문화적 책임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기록 작업이다. 특히 MMORPG나 온라인 시뮬레이션처럼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참여하며 만들어낸 세계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살아 있었던 공동체의 흔적이다. 때문에 이런 게임들은 그 시기의 사회성, 유행, 놀이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 상호작용적 아카이브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하기 위한 문화적·역사적 기록으로의 체계적 보존 노력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게임 보존'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문화적 의무에 가깝다.


▣ 게임, 사라지게 둘 것인가?

게임이 단순히 소비되고 사라지는 휘발성 콘텐츠에 불과하다면, 서비스 종료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절차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디지털 시대의 유산으로 인정한다면, 지금 우리는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정말로 이 게임들을 ‘끝낼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최소한 남겨둘 수 있는 ‘의지’는 있는가?'

게임의 연착륙은 타협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적 책임과 문화적 존중이 만나는 지점이며, 이용자에게는 작별을 준비할 시간을, 미래에는 되돌아볼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단순한 운영 유지가 아니라, 기억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는 태도이자, 과거를 삭제하는 대신 기록하려는 문화적 선택이다.

결국 답도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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