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26개 신작 파이프라인 가동…"2년 내 12개 출시"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1-26 07:00:00

'Big 프랜차이즈 IP' 전략 지속하며 AI First 전환 본격화
PUBG 다음을 찾아서

[메타X(MetaX)] 크래프톤이 26개 신작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며 'PUBG' 이후의 차기 프랜차이즈 IP 확보에 본격 나선다. 인공지능(AI)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AI First' 전환도 병행하며 개발 효율화와 신작 도전을 동시에 추진한다. 

https://krafton.com/news/press/%ED%81%AC%EB%9E%98%ED%94%84%ED%86%A4-pubg-ip-%ED%99%95%EC%9E%A5%EA%B3%BC-%ED%94%84%EB%9E%9C%EC%B0%A8%EC%9D%B4%EC%A6%88-ip-%ED%99%95%EB%B3%B4-%EC%9C%84%ED%95%9C-%EC%8B%A0%EC%9E%91-%EB%8F%84%EC%A0%84/

Big 프랜차이즈 IP 전략: PUBG 다음을 찾아서
크래프톤은 15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통해 2026년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김창한 대표는 '게임의 본질, 가치의 확장'을 주제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Big 프랜차이즈 IP' 전략을 올해도 이어간다고 밝혔다.

전략의 핵심 축은 세 가지다. 첫째, 자체 제작 투자 확대. 둘째, 퍼블리싱 볼륨 확장. 셋째, 자원 배분 효율화다. 크래프톤이 말하는 '프랜차이즈 IP'란 단순히 한 편의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르와 콘텐츠, 서비스 형태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장기간에 걸쳐 반복 성장하는 IP를 뜻한다. EA의 FIFA(현 EA Sports FC),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닌텐도의 마리오처럼 수십 년간 시리즈를 이어가며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IP가 목표인 셈이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지난해 15명의 주요 제작 리더십을 영입하고 제작·퍼블리싱 체계를 전면 고도화했다. 올해는 이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조직 단위의 제작 구조를 확대하며, 자체 제작 라인과 '작고 빠른 방식'의 신작 출시를 동시에 늘린다는 계획이다.


26개 신작, 12개는 2년 내 출시
현재 크래프톤은 총 26개 게임 프로젝트를 신작 파이프라인으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12개 작품은 향후 2년 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서브노티카2, 팰월드 모바일, NO LAW 등이 포함됐다.

서브노티카2는 크래프톤이 2021년 인수한 언노운 월드(Unknown Worlds)가 개발 중인 해저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다. 전작 '서브노티카'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인디 게임의 성공 신화로 꼽힌다. 후속작은 협동 멀티플레이 요소를 추가해 기존 팬층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팰월드 모바일은 2024년 PC·콘솔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팰월드'의 모바일 버전이다. 크래프톤은 개발사 포켓페어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원작이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20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만큼, 모바일 버전에 대한 기대도 높다.

https://nolawthegame.com/?sectionId=media

NO LAW는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 중인 오픈월드 FPS 신작이다. 법이 사라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생존 슈터로, PUBG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담았다.
개발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크래프톤은 '작고 빠른 도전'이라는 원칙 아래, 핵심 팬층이 분명한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먼저 검증한 뒤, 성과가 확인된 프로젝트만 스케일업해 프랜차이즈 IP로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대작 한 편에 회사의 운명을 거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중소규모 프로젝트를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보며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략 IP로 낙점된 인조이 & 미메시스
기존 IP의 스케일업도 병행한다. 2025년 얼리액세스로 출시된 '인조이(inZOI)'와 '미메시스'는 각각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글로벌 타이틀로 자리 잡았다. 크래프톤은 두 작품을 2026년 전략 IP로 선정하고 장기 프랜차이즈로 육성한다.

https://playinzoi.com/en

인조이는 EA의 '심즈'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AI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캐릭터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생태계를 확장하고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IP의 수명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저가 업로드한 이미지를 3D 오브젝트로 변환하는 AI 기술은 "게임에 AI를 도입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메시스는 협동 공포 장르의 신작으로, '페이즈모포비아'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공포 협동 게임 트렌드에 올라탔다. 크래프톤은 미메시스를 협동 공포 장르의 대표 타이틀로 키우며 중장기 성장을 도모한다.

두 작품 모두 얼리액세스 단계에서 100만 장 이상 판매된 만큼, 정식 출시와 후속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PUBG IP, 게임을 넘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PUBG IP 프랜차이즈도 한 단계 진화한다. 2017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 수조 원을 기록한 PUBG는 여전히 크래프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캐시카우다. 크래프톤은 이 IP의 생명력을 더욱 연장하기 위해 다각도의 확장 전략을 펼친다.

https://pubg.com/en/media?category=key_art&postId=8635

올해는 모션 업데이트와 신규 모드 도입으로 플레이 방식의 폭을 넓힌다. 또한 PUBG 고유의 건플레이·메카닉·물리엔진을 활용한 샌드박스형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생태계를 강화해, 유저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구조를 확대한다. 미디어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게임 외 영역으로 IP를 확장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신작을 통한 PUBG IP의 장르 확장도 시도한다. '블랙 버짓', '블라인드스팟' 등은 PUBG의 세계관과 게임성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에 도전하는 파생작이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신흥국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모바일 및 크로스 플랫폼 신작 개발도 확대한다.

크래프톤은 PUBG를 "게임을 넘어선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단일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 미디어, UGC가 공존하는 생태계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AI First 전환, 1,000억 투자에 연 300억 예산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AI First' 기업 전환을 공식 선언하고 AI 기반 업무 자동화를 본격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투자 규모도 파격적이다.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26년부터는 매년 300억 원 규모의 AI 툴 예산을 편성한다. 이는 기존 AI 서비스 지원 규모의 10배 이상이다. 구성원들이 다양한 AI 툴을 직접 활용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지원한다.

주목할 점은 크래프톤이 AI First 전환과 함께 신규 채용을 동결했다는 사실이다. 신규 오리지널 IP 개발 조직과 딥러닝 관련 AI 인력을 제외한 전사 인력 채용을 중단했다. 배동근 CFO는 이 결정이 "비용 절감보다는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AI로 확보한 시간과 리소스를 신작 개발과 혁신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사내 AI 활용 인프라도 구축했다. 'AI 러닝 허브'를 중심으로 AI 학습과 업무 도구 활용을 지원하고, 'AI 라운드테이블'과 'AI 해커톤'을 운영해 실무 중심의 AI 활용 문화를 확산한다. 개인용 AI 비서 '키라(KIRA)'도 개발해 지난해 12월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했다.


게임 속 AI: CPC에서 피지컬 AI까지
게임 내 AI 적용도 확대한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이용자의 재미와 플레이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왔다. 2025년에는 CPC(Co-Playable Character)라는 새로운 개념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CPC는 '함께 플레이하는 AI 캐릭터'를 뜻한다.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가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CPC는 플레이어와 함께 게임을 즐기며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친구와 게임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AI가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오픈AI와 기술 협력을 통해 CPC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https://www.krafton.com/en/more-experience/ai/


올해부터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도 게임 기술 확장 영역으로 검토한다. 피지컬 AI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 AI를 뜻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처럼 현실의 물리 법칙이 정교하게 구현된 가상 세계에서 축적한 플레이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경험이 피지컬 AI·로보틱스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게임사가 로봇 산업에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PUBG 이후 7년, 두 번째 도약의 시험대
크래프톤이 채용을 동결하면서까지 AI 전환에 집중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인력 확충 대신 AI 투자를 택한 것은 생산성 향상분을 신작과 혁신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의 72.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업무 시간이 평균 32.4% 단축됐다.

AI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실무 경쟁력이 된 시대, 크래프톤은 여기에 1,000억 원 이상을 베팅한 셈이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26개 프로젝트를 병렬로 운영하는 전략은 실험의 폭을 넓히는 대신, 핵심 인력과 예산이 분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작고 빠른 도전’이라는 기조 역시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얕고 많은 시도’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채용 동결이 장기화된다면, 조직 내부의 불안감이나 개발 역량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모든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PUBG 이후 7년, 크래프톤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공을 방어하는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위험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아직 쓰이지 않았지만, 이번 베팅이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전략임은 분명해 보인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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