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R 시리즈: ⑤법률편] 당신의 변호사는 믿을 수 있는가?

X, 이정민 기자

dave126999@gmail.com | 2025-04-11 13:00:17

TCR이 바꾸는 법률 시장의 신뢰 구조
 '신뢰를 기술로 큐레이션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신뢰의 선택' 앞에 선다.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떤 콘텐츠를 믿고 공부할지, 어떤 변호사를 만나야 할지, 어떤 지역 가게를 응원해야 할지. 그러나 우리는 그 선택을 검증되지 않은 후기와 광고, 평점에 의존하고 있다. TCR(Token Curated Registry)은 이런 질문에 대해 기술과 커뮤니티가 결합한 새로운 답변을 제시한다. 중앙화된 인증 시스템 대신, 공동체가 토큰을 걸고 직접 신뢰 대상을 큐레이션하는 구조. 그 실험은 지금,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산되고 있다. MetaX는 이 시리즈를 통해 TCR이라는 기술이 ‘신뢰의 재구성 도구’로서 교육, 지역, 행정, 의료, 법률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기술 해설이 아니라, 신뢰와 공동체, 탈중앙성과 공공성, 그리고 Web3 이후 사회가 품어야 할 질문들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편집자주]


변호사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름값? 후기? 수임료?

법률 서비스는 생명과 재산, 평판이 걸린 민감한 영역이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카페 후기’, ‘지인 추천’, 혹은 광고에 의존해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에는 무자격 변호사나 허위 사무장이 활동하고, 특정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후기 조작과 별점 마케팅에 노출돼 있으며, 판례 검색 시스템조차 문서량은 많지만 실질적 신뢰 기반 큐레이션이 없다.

법률의 신뢰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다루는 시장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신뢰’가 부족하다.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실험, 그 중심에 TCR(Token Curated Registry)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 리스트, 누가 만들 것인가

오늘날 법률 시장은 정보는 넘치지만, 정작 누구를 믿고 의뢰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희미하다. 포털 기반 검색, 광고 중심 노출, 형식적인 후기 수는 오히려 법률 소비자에게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TCR(Token Curated Registry)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TCR은 집단지성이 신뢰 대상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탈중앙화 구조로, ‘누가 진짜 유능한 변호사인가’, ‘어떤 판례가 실질적으로 유효한가’, ‘어떤 단체가 공익성을 증명할 수 있는가’를 커뮤니티가 직접 검증하고 기록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Verified Lawyer Registry’ 시스템에서는 변호사 A가 자신의 전문 분야, 대표 판례, 수임 결과, 평판 자료 등을 제출하고, 일정량의 토큰을 스테이킹하여 신뢰 인증 리스트 등재를 신청한다.

커뮤니티는 해당 정보가 정당한지 확인한 뒤, 과거의 사건 처리 이력, 윤리 위반 여부, 사회적 평판 등을 기준으로 토큰 기반 투표를 통해 등재 여부를 판단한다.

정당한 등재로 판정되면 변호사는 ‘Verified’ 마크와 함께 리스트에 공식 등록되고, 플랫폼에서의 가시성과 검색 우선순위가 보장된다.

반면, 부적절한 시도로 판정되면 스테이킹한 토큰은 소각되며, 이력은 블록체인 상에 영구히 기록된다.

이렇게 구성된 신뢰 리스트는 하나의 독립된 자산이 된다. 법률 플랫폼, 공공기관, 공익지원기관, 나아가 기업의 법무부서와 연계되어 사적 계약에서의 변호사 선택 기준, 공공의뢰의 객관적 지표, CSR·ESG 사업의 파트너 선정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TCR 기반의 법률 전문가 인증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법률 생태계 전체에 신뢰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구조적 제안이 될 수 있다.

TCR이 법률 시장에 제시하는 구조 혁신

법률 시장은 ‘신뢰’라는 민감한 가치를 다루면서도, 실제 구조는 여전히 광고와 노출 중심의 플랫폼에 의해 왜곡돼 있다. 현재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은 키워드 배정, 광고 예산, 후기 수 조작 등의 요소로 실제 실력이나 평판과 무관하게 변호사의 노출도가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TCR(Token Curated Registry)은 이러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제시한다. 변호사는 자신의 이력, 사건 경험, 피드백 자료를 기반으로 등재를 신청하고, 일정량의 토큰을 스테이킹한다. 커뮤니티는 해당 법률 전문가의 전문성, 공정성, 소통 역량을 토큰 기반 투표로 평가하며, 큐레이션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Verified Lawyer’ 뱃지를 부여받고 플랫폼 상에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구조는 브랜드보다 실력, 노출보다 신뢰를 중심으로 변호사를 선택하는 새로운 질서를 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TCR은 공익 법률 분야에서도 새로운 인증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사회적 로펌, 인권 변호사, 공익 법률단체 등의 활동은 종종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CSR·ESG 사업과 연결되지만, 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찾을 수 있는 구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TCR 기반 공익 신뢰 리스트는 커뮤니티가 공익성, 지속성,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해당 단체를 큐레이션하고, 이 명단을 바탕으로 기업의 공익 법률 파트너 선정, 정부 지원 대상 선정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법률 신뢰 생태계와 사회적 가치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연결되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판례 정보의 큐레이션 역시 TCR을 통해 혁신할 수 있는 분야다. 기존 판례 검색 서비스는 단순히 양적인 정보와 키워드 중심 필터링에 의존하고 있으며, 판례의 실제 중요도나 사회적 신뢰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TCR은 법률 전문가, 시민, 로스쿨 교수, 현직 판사 출신 등 다양한 법조 커뮤니티가 실제 인용 빈도, 법정 판결에 끼친 영향, 맥락적 해석 등을 기준으로 ‘큐레이션된 실효 판례 리스트’를 구성할 수 있게 한다.

이 구조는 단순 검색을 넘어선 ‘판례의 의미 기반 탐색’이 가능해지는 환경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법률 AI의 정확성과 학습 데이터 신뢰도 향상에도 TCR은 핵심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많은 AI 법률 스타트업들이 공공 데이터나 웹상의 불완전한 자료에 의존해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편향된 알고리즘과 해석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TCR 기반의 신뢰 리스트는 AI 학습을 위한 정제된 데이터셋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 전문가의 검토와 사회적 신뢰를 통과한 정보만이 AI의 기반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TCR은 법률 AI의 윤리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신뢰 데이터 레이어’로 작동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법률 자동화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된다.

TCR의 법률 생태계 적용 시나리오

예시 1. AI 기반 판례 검색 서비스의 신뢰도 강화

기존의 판례 검색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의미 있는 판례’를 선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TCR 구조를 접목한 AI 판례 큐레이션 시스템이 제안될 수 있다.

법률 전문가 커뮤니티가 특정 판례에 대해 인용 가치, 법리 해석의 정교함, 사회적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큐레이션하고 평가한 데이터를 수집·학습시킴으로써, AI가 단순 텍스트 검색이 아닌 맥락 기반 추천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은 법률 AI 서비스의 정밀도와 해석력 향상에 기여하며, 신뢰할 수 있는 법률정보 탐색을 가능하게 만든다.

예시 2. 온라인 법률 자문 플랫폼의 공공성 확보

현재의 온라인 법률 자문 플랫폼은 대부분 광고 예산과 후기에 기반한 노출 중심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는 후기에 대한 조작 논란, 변호사의 윤리성 문제 등으로 인해 플랫폼 신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에 TCR 구조를 도입해, 변호사의 인증 및 노출 과정을 커뮤니티 중심의 평가와 큐레이션으로 이관할 경우, 플랫폼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변호사는 일정 기준의 이력과 평판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큰 스테이킹을 통해 등재를 신청하고, 법률 커뮤니티와 시민 참여자들이 다층적 평가를 통해 신뢰 점수를 부여한다.

그 결과, 사용자는 광고보다 신뢰 기반으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고, 플랫폼은 윤리성과 실효성을 갖춘 법률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다. 

예시 3. Pro Bono DAO: 공익 법률 활동의 분산형 구조 실험

블록체인과 TCR을 결합한 공익 법률 DAO 프로젝트(Pro Bono DAO)는 전통적인 비영리 법률 단체 운영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실험이 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커뮤니티는 공익 소송, 무료 법률 상담, 사회적 약자 보호 활동 등을 TCR 메커니즘을 통해 직접 큐레이션한다. 누가 신뢰할 만한 공익 활동을 수행해왔는지, 어떤 소송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커뮤니티가 판단하고 등재 리스트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후 DAO 내에서는 기여자 보상, 소송 펀딩, 캠페인 지원 등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되며, 실제 법률 지원 현장에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

이 실험은 법률 지원의 중심을 정부나 대형 법률기관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주도의 신뢰 거버넌스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적용 사례 - Kleros, 커뮤니티가 만드는 중재자 리스트 

Kleros Court는 법률 TCR의 실전 모델로, 토큰 보유자들이 직접 중재자 리스트를 큐레이션하고, 분쟁에 참여한 중재자는 게임 이론적 설계에 따라 보상 혹은 페널티를 받는다.

이 구조는 단지 중재자의 전문성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신뢰할 수 있는 판단자’를 실시간으로 걸러내는 집단 큐레이션 모델이다.

특히 Kleros가 개발한 T2CR(Token² Curated Registry) 시스템은, ‘어떤 토큰이나 사용자를 믿을 수 있는가’를 공동체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 구조는 교육, 행정, 의료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한 신뢰 구조의 프로토타입으로 평가받는다.

밈 실험에서 시작된 법률 혁신 – 'Doges on Trial'

2018년, Kleros는 ‘Doges on Trial’이라는 실험을 통해 TCR 기반 중재 시스템의 현실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참여자는 도지(Doge) 이미지를 제출했고, 커뮤니티 중재자들은 이를 ‘진짜 도지’인지 판단해 목록 등재 여부를 결정했다.

특이한 점은, 어떤 참가자가 고양이 이미지를 제출했는데도 일부 중재자들이 이를 승인했고, 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실제 분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중재 시스템을 통해 최종 판단됐고, 결과적으로 오판한 중재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스테이킹 토큰을 잃게 되었다. 이 단순한 이미지 실험은 TCR 메커니즘이 법률적 판단 영역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Kleros Court 분쟁 처리 절차

분쟁 제출: Kleros Court는 DAO, 스마트 계약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인 사용자 등이 직접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API 및 계약 구조를 제공한다. 분쟁은 이더리움 메인넷상의 스마트 계약(Dispute Registry)을 통해 생성된다.

중재자 할당: Kleros의 네트워크에 참여하려면 사용자는 PNK(Pinakion) 토큰을 스테이킹해야 하며, 중재자로 활동할 수 있는 후보군에 포함된다. 중재자는 Kleros의 Sortition Module을 통해 무작위로 추첨되며, 랜덤성은 오라클과 블록체인 난수 생성기를 통해 보장된다.

증거 제출 및 열람: 분쟁 당사자들은 텍스트, 이미지, 문서 등 증거 자료를 IPFS와 같은 탈중앙 저장소에 제출하며, 중재자는 이를 Kleros의 웹 UI를 통해 확인하고 판단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증거 제출 및 관리 방식은 ERC 1497: Evidence Standard에 따라 표준화된다.

중재자 투표: 중재자들은 각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결을 내리고, 이를 커밋-리빌(commit-reveal) 또는 제로 지식 증명 기반 투표 방식으로 제출한다. 이는 가장 다수의 판단과 일치하는 중재자는 보상을 받고, 일치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중재자는 패널티를 받는 게임 이론적 인센티브 구조를 따른다.

판결 실행 및 보상 처리: 판결 결과는 Kleros와 연결된 DApp이나 스마트 계약 시스템에 전달되어 자동으로 집행된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자금이 해제되거나 신원 인증 상태가 변경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정확한 중재자에게는 PNK 보상, 오류 판단자는 스테이킹 손실이 발생한다.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Appeal Layer를 통해 상위 중재 라운드로 전환된다.

TCR의 법률 생태계 도입을 위한 고려 요소

TCR(Token Curated Registry)이 법률 분야에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제도적, 기술적 고려 사항이 있다.

먼저, 현행 변호사법 및 관련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플랫폼이 변호사를 중개하거나 소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TCR 기반 법률 리스트가 이를 회피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구조를 갖기 위해선 플랫폼 사업자가 개입하지 않고,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하는 구조로 법적 위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와 사건정보의 보호도 핵심 설계 과제다. TCR 큐레이션 과정에서 과거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가 필요할 경우, 피해자나 제3자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사건 요지를 비식별화하거나 익명화하는 설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아울러, 변호사 평가 시 ‘사실 기반 피드백’과 ‘감정 기반 평가’를 구분하여 평판 왜곡을 방지하는 알고리즘적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난이도 역시 현실적인 도전 과제다. 단순히 일반 사용자의 추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직 변호사, 법대생, 전직 법조인, 공익 단체 관계자 등 다층적 평가 주체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한 ‘대중 인기 투표’가 아닌, 전문성과 윤리성, 실효성에 기반한 신뢰 리스트를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법기관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TCR 법률 생태계의 확장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예컨대 법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호사협회 등과의 협력 체계나 공익 소송, 무상 법률지원 연계 사업과의 접점을 설계함으로써 TCR이 실질적인 사회적 신뢰 구조로 작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정의’는 구조로 구현된다

TCR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의와 신뢰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구조 실험이다.

법률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다루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신뢰, 판례의 실효성, 공익단체의 자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권위 있는 기관’이나 ‘평균별점’으로 답할 수 없다.

공동체의 판단과 책임, 기술 기반의 투명성, 그리고 정량적 근거를 가진 분산 신뢰 구조, 그것이 지금 법률 시장에 필요한 변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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