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교육, 현장과 산업·연구를 잇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8-23 23:25:45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2025 메타버스 교육산업·연구 세미나’ 개최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이 주최하고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 ‘2025 메타버스 교육산업·연구 세미나’가 지난 9일 서강대 마테오관 206호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교육 현장과 산업계, 그리고 학문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메타버스 기반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실천적 담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교육자, 산업 전문가, 연구진이 참석해 다양한 사례와 비전을 공유했다.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이 주최하고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 ‘2025 메타버스 교육산업·연구 세미나’가 최근 마테오관 206호에서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의 미래이자 국가 전략 자산”

좌장은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비즈니스 전공 주임 교수이자 비즈니스랩 책임자인 이석근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전 산업이 중국에 의해 추월당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에 밀리는 암울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현 산업 구조의 위기를 진단했다. 특히 “AI 산업 역시 중국과 미국에 압도당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절박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희망의 키워드로 메타버스를 제시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기술 영역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개념”이라며, “대한민국이 전략적 포지셔닝과 선택과 집중을 이뤄낸다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영역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것은 단순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여는 시도”라며 이번 세미나의 의미를 짚었다.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교 이석근 주임교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범수 연구원은 베트남 내 약 30만 명에 달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를 언급하며, 한류 열풍과 무역·문화 교류 확산으로 한국어 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서비스 ‘메타스픽(MetaSpeak)’은 ▲AI 기반 스마트 NPC의 맞춤형 대화 피드백 ▲상황별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실전 회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통한 학습 동기 부여라는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실제 시연에서는 베트남 학습자가 공항 입국 심사, 음식 주문, 회사 면접 같은 생활 장면 속에서 NPC와 대화하는 모습이 구현됐다.

NPC는 학습자의 발음·문법 오류를 실시간으로 교정해주며, 같은 질문에도 다른 방식으로 응답해 반복 학습을 넘어선 자연스러운 회화 경험을 제공했다. 김 연구원은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교육 대비 1/10, 온라인 교육 대비 1/3의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 기반 한국어 교육은 단순 언어 학습을 넘어 문화 교류와 경제 협력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배현영 연구원은 중등 교사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교사들의 응답 속에서 메타버스 교육의 실제 수요와 과제를 도출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력 5년 이하 교사들은 학생 참여도와 흥미 유발 같은 ‘교육적 유용성’을 중시했으며, 경력 10년 이상 교사들은 쉬운 사용법과 관리 편의성 같은 ‘기능적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교과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인문계 교사는 직관적이고 간단한 도구를, 자연계 교사는 실험·시뮬레이션 콘텐츠를, 예체능 교사는 공간 기반 활동형 콘텐츠를 선호했다.

배 연구원은 이 결과를 토대로 아침 자습 시간 10분 루틴 학습, 기초학력 부진 학생 맞춤형 플랫폼, 학부모 공개수업 활용 전략 등을 제안했다. 그는 “메타버스 수업은 정규 교과보다는 자율·보충 학습 시간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수학 문제풀이를 게임 형식으로 전환한 시연을 선보였다. 학생들이 게임 속 긴장감을 통해 연산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교사들로부터 “학습과 게임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긍정적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 발표자인 박광석 연구원은 30년간의 IT 엔지니어 경험을 바탕으로, 실습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디지털 트윈·VR·AR·MR 기술을 제시했다. 그는 “노후 장비와 안전 문제, 고비용 장비 운영 부담은 학교와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며, 메타버스 기반 시뮬레이션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사례로 ▲한양대 반도체 공정 가상 실습(ALD 공정 교육용) ▲삼성엔지니어링의 AR 설비검수 시스템 ▲한국기술교육대·육군의 AI 가상 강의실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들은 현실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해 학생들이 위험 부담 없이 반복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 연구원은 “VR·AR을 넘어 MR 기반 협업 환경이 가능해진 지금, 교육기관과 기업이 함께 실습 콘텐츠를 공동 개발해야 한다”며 산업과 교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 번째 발표자인 김동욱 3DBANK 대표는 XR 기술을 통해 교실 밖 학습을 확장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의 솔루션은 ▲XR 클래스(3D 수업 콘텐츠) ▲XR 쇼룸(학생 작품 전시) ▲홀로매직(홀로그램 체험)으로 구성됐다.

특히 비싼 HMD 장비나 별도 앱 설치 없이 QR 코드만으로 체험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초등 사회·과학·미술 과목 수업에서 XR을 적용한 사례를 공개하며, “현장 학습에 가지 않고도 유물 관람, 과학 실험, 역사 탐구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XR 콘텐츠가 디지털 교과서와 결합될 경우 공교육 전반에 폭넓게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상엽 ZEP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음소거된 마이크와 꺼진 카메라 뒤로 숨어버린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교사의 목소리가 배경 소음으로 전락했다”며 학습 몰입도 저하 문제를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자사 플랫폼 ‘ZEP QUIZ’였다. 이 퀴즈는 ▲AI 맞춤형 문제 출제 ▲학생 간 협력·경쟁 구조 ▲교사의 실시간 학습 대시보드 기능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팀 단위로 문제를 풀면서도 서로 협력하며 경쟁하는 학습 경험을 얻고, 교사는 개별 학생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고츠키의 “학습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는 교육이론을 인용하며, “ZEP QUIZ는 메타버스를 통해 교실의 잃어버린 상호작용과 몰입을 되찾아주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메타버스가 교육의 미래다”라는 구호가 아니라, 현장 적용 가능한 구체적 모델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메타버스 교육은 이미 교실과 기업 훈련 현장에서 실험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정책적 지원과 산업-교육 협력 생태계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교육 메타버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이번 세미나는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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