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자녀가 청소년기에 우울 증상을 보일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에히메대학교 미야케 요시히로 교수 연구팀은 8월 23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산부가 칼슘을 많이 먹을수록 아이가 13세가 되었을 때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모체(엄마)의 식습관과 자녀의 정신 건강을 직접 연결해 확인한 첫 대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지역 7개 현에서 진행된 엄마와 아이 건강 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아이가 13세가 되었을 때 추가 조사를 받은 873쌍의 엄마와 아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임산부의 칼슘 섭취량은 식사 조사표를 바탕으로 계산했으며, 영양제나 보충제는 제외하고 음식으로 먹은 칼슘만 반영했다.
아이의 우울 증상은 CES-D 검사라는 설문 도구로 확인했다. 이 검사는 자기 스스로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총점 60점 중 16점 이상이면 우울 증상이 있다고 정의한다.
연구팀은 임산부의 칼슘 섭취량을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 칼슘을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의 아이들 가운데 28%가 우울 증상을 보였다.
- 칼슘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에서는 18.7%만이 우울 증상을 보였다.
즉, 임신 중 칼슘을 충분히 먹은 그룹의 아이들은 우울 증상을 보일 위험이 약 42% 낮았다. 또한 칼슘을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의 하루 섭취량 중앙값은 675밀리그램 정도였는데, 이는 일본에서 18~29세 여성에게 권장되는 하루 권장량과 거의 같았다.
칼슘은 흔히 뼈와 치아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로 알려져 있지만,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태아 시기와 유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칼슘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 구조 형성과 기능 안정화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엄마가 임신 중에 섭취한 칼슘이 태아의 신경 발달 과정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것이 청소년기까지 이어져 정서적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식습관이 아이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 첫 분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원인과 결과 구분의 어려움: 칼슘 섭취가 직접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집단이어서 나타난 결과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다른 영양소와의 상관성: 비타민 D나 마그네슘처럼 칼슘과 함께 작용하는 영양소의 영향을 배제하기 힘들다.
문화적 차이: 연구가 일본의 특정 지역에 국한됐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청소년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사회 문제다. 임신부의 영양 관리가 장기적으로 자녀의 정신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 정책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일본과 한국의 임산부 영양 지침은 철분(빈혈 예방)과 엽산(태아 신경 발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연구는 칼슘도 정신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며, 향후 임신부 식생활 지침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임신부의 하루 식단 속 칼슘 섭취라는 작은 습관이, 자녀가 10년 이상 자란 뒤의 정신 건강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임신 중 영양 관리가 미래 세대의 정신 건강 자산”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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