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Apple은 벨기에·크로아티아·키프로스·덴마크·그리스·아이슬란드·룩셈부르크·몰타 등 8개 유럽 국가에서 ‘Tap to Pay on iPhone’을 공식 출시했다. 이번 확장은 Apple이 2022년 2월 8일 미국 시장 도입을 발표한 이후 유럽 지역으로의 첫 대규모 확대 사례로, NFC 기반 결제 생태계에 새로운 변곡점을 제공한다.
이로써 iPhone만 있으면 별도 POS 단말 없이 수백만 소규모 가맹점과 푸드트럭·팝업스토어 같은 이동형 비즈니스가 신용카드, Apple Pay, 그리고 제휴 디지털 지갑 결제를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현지 주요 결제 게이트웨이 파트너사(Adyen, Stripe, SumUp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즉시 활성화가 가능하며, 기존 카드 인프라와 병행 운영하면서도 결제 비용과 하드웨어 투자 부담을 크게 경감한다. 이번 출시로 Apple은 자사 생태계 락인 효과를 강화함과 동시에, 유럽 내 결제 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가시화했다.
비(非)전통적 결제 생태계의 재편
기존의 EMV 칩·마그네틱 스트라이프 카드 결제는 전용 POS 단말기 구입과 설치가 필수이며, 단말기당 평균 $300–$1,800 수준의 초기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Tap to Pay on iPhone은 iPhone XS 이상 기종에서 NFC 기능을 활용해, 제휴된 결제 앱만 설치하면 추가 하드웨어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푸드트럭·팝업스토어·야외 마켓 등 인프라 투자가 어려운 이동형 사업자는 iPhone 하나만으로 신용카드·Apple Pay·디지털 지갑 결제를 수용할 수 있다.
이는 이동형 사업자의 단말기 구매 및 유지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인다. 이러한 확장은 ‘수백만 소규모 가맹점’의 결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유럽 내 디지털 결제 생태계의 포용성(financial inclusion)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파트너 네트워크의 힘
Apple은 각국 주요 결제 플랫폼·앱 개발자·결제 네트워크와 협업하여 Tap to Pay on iPhone의 초기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를 통해 가맹점은 복잡한 하드웨어 도입 절차 없이 파트너 앱만 설치하면 즉시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예컨대 벨기에에서는 Adyen, Axepta, Mollie, myPOS, Pay.nl, Revolut, Stripe, SumUp, Viva, Worldline 등이 지원된다. 덴마크에서는 Adyen, Mollie, Nexi, Revolut, Stripe, SumUp, Surfboard Payments, Viva가 참여하고 PayPal 연동이 곧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들 파트너는 이미 광범위한 결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확산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Adyen은 전 세계 363,00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며 연간 1,943억 유로 규모의 거래를 처리 중이다.
또한 벨기에 대표 결제망인 Bancontact는 Axepta·Viva와, 덴마크 결제망 Dankort는 Nexi·Surfboard Payments와 연계되어 있어, 각국의 로컬 결제 인프라와도 원활히 통합된다. 이러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Tap to Pay on iPhone의 유럽 시장 정착을 더욱 견고히 하는 요소다.
Tap to Pay 정책·규제적 함의
유럽연합(EU)은 2018년 1월 발효된 ‘지불 서비스 지침(PSD2, Directive (EU) 2015/2366)’을 통해 은행에 고객 계좌 데이터 접근을 제3자 제공자(AISP·PISP)에게 개방하도록 의무화하며, 오픈뱅킹(Open Banking)과 금융 데이터 공유를 제도적으로 촉진해 왔다.
PSD2는 결제개시서비스(PISP)와 계좌정보서비스(AISP)를 통해 혁신적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고, 소비자 보호 및 보안(강력고객인증, SCA) 요건을 강화하도록 규정한다.
2024년 3월 발효된 ‘디지털 시장법(DMA)’은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반(反)독점 규제를 도입했다. 2025년 4월, EU 집행위는 Apple이 DMA의 ‘앱스토어 비(非)유도(anti-steering)’ 조항을 위반했다며 5억 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60일 내 시정 명령과 미준수 시 추가 벌금 부과를 예고했다.
이 같은 규제 지형에서 Apple의 Tap to Pay on iPhone 확장은 양면적 함의를 지닌다. 우선 PSD2 환경에서 제3자 결제 사업자(PISP)와의 연계는 오픈뱅킹 생태계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
반면 Tap to Pay가 iOS 생태계에 지나치게 종속될 경우, 독점적 플랫폼 이용을 통한 데이터·결제 경로 잠식으로 EU의 DMA 및 전통적인 경쟁법(조약 제102조 TFEU) 위반 소지 또한 커진다. 결과적으로 EU 집행위는 반독점(Cartel & Abuse of Dominance)과 데이터 접근성(Open Data) 양측면에서 추가 조사·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파워의 분수령: Tap to Pay on iPhone의 기회와 규제 딜레마
Apple의 ‘Tap to Pay on iPhone’ 유럽 8개국 공식 출시는 NFC 기반 비전통적 결제 생태계에 명확한 변곡점을 제시했다. iPhone 한 대로 별도 하드웨어 없이 소규모 가맹점과 이동형 비즈니스까지 아우르는 결제 접근성 확대는 기존 POS 중심 구조의 초기 진입 장벽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유럽 전역의 금융 포용성을 강화했다. 특히 Adyen·Stripe·SumUp 등 검증된 파트너 네트워크와 로컬 결제망과의 긴밀한 연계는 빠른 시장 안착과 서비스 확산을 뒷받침했다.
동시에 Tap to Pay의 확산은 Apple 생태계 락인을 심화시키며, EU의 PSD2·DMA 체제 하에서 반독점·데이터 접근성 이슈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EU 집행위의 과징금 사례가 보여주듯, Apple은 플랫폼 주도의 편의성·보안성 제고와 규제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향후 스페인·이탈리아 등 추가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Apple이 어떤 방식으로 현지 규제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생태계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지 주목된다.
결국 Tap to Pay on iPhone은 단순 결제 혁신을 넘어, 플랫폼 주도권과 규제 적응력, 그리고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시험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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