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규제·연방 단일 기준’ 행정명령 발동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규제의 중심축을 주(州) 정부에서 연방 정부로 명확히 이동시키는 강력한 정책 전환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 11일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 정책 프레임워크 확립(Ensuring a National Policy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의 AI 글로벌 주도권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주별 AI 규제에 대해 본격적인 제동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AI 산업을 둘러싼 규제 논쟁에서 “혁신 우선, 최소 규제”라는 연방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두에서 “미국의 AI 리더십은 국가안보와 경제적 지배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규정하며, 이전 행정부가 추진했던 규제 중심 접근이 AI 산업을 사실상 마비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2025년 1월 행정명령 14179를 통해 AI 산업에 대한 규제 장벽 제거를 지시했으며, 그 결과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미국 전역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의 핵심 문제의식은 주(州) 단위로 확산되고 있는 AI 규제가 미국 전체의 혁신 역량을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백악관은 주별 규제가 50개의 상이한 규제 체계를 만들어 스타트업과 중소 AI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주법이 AI 모델에 ‘이념적 편향’을 강제하고 있으며, 그 결과 AI가 사실과 다른 출력을 내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행정명령은 콜로라도주의 ‘알고리즘 차별 금지법’을 사례로 들며, 차별 방지를 명분으로 AI의 진실한 출력 자체가 훼손될 위험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차원의 단일하고 최소한의 규제 기준을 확립하겠다는 방침을 명문화했다. 행정명령 제2조는 미국의 글로벌 AI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국가 정책임을 선언하고, 주법이 이 정책과 충돌할 경우 연방법이 우선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다만 아동 보호, 검열 방지, 저작권 존중, 지역사회 보호 등은 국가 프레임워크 내에서 함께 보장돼야 할 가치로 명시됐다.
가장 주목되는 조치는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AI 소송 태스크포스(AI Litigation Task Force)’다. 행정명령에 따라 법무장관은 30일 이내에 해당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방 정책에 반하는 주 AI 법률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게 된다. 이 태스크포스는 주법이 주 간 상거래를 침해하거나 연방법에 의해 선점(preemption)되는 경우, 또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상무부 역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상무부 장관은 90일 이내에 기존 주 AI 법률 전반을 평가해, 과도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법률을 식별하고 법무부 태스크포스에 회부할 대상을 정리해야 한다. 이 평가에는 AI 모델이 사실과 다른 출력을 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이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보고·공개 의무 규정이 최소 기준으로 포함된다.
연방 정부는 재정 수단을 활용한 압박도 병행한다. 행정명령은 광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한 BEAD 프로그램 잔여 예산과 관련해, 과도한 AI 규제를 유지하는 주에 대해 비배치(non-deployment) 자금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연방 기관들은 재량 보조금 지급 시, 주 정부가 문제 있는 AI 법률을 제정하지 않거나 집행을 유예하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받았다.
규제의 기준을 연방으로 통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포함됐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주법을 선점하는 연방 차원의 AI 보고·공개 기준 도입 여부를 검토하게 되며,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 모델의 ‘진실한 출력’을 왜곡하도록 강제하는 주법이 불공정·기만적 행위에 해당해 연방법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는 정책 성명을 발표하도록 요구받았다.
입법 측면에서도 행정부는 적극적이다. AI 및 암호화폐 특별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은 연방 단일 AI 정책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기 위한 입법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도록 지시받았다. 다만 이 입법안은 아동 안전, 주 정부의 AI 조달 및 활용,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 규제 등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주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예외를 두게 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AI 정책이 ‘윤리·차별 중심 규제’에서 ‘경쟁·패권 중심 전략’으로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 정부의 AI 규제를 연방 차원에서 소송과 재정 압박으로 견제하겠다는 점은, 미국 연방주의 체계 내에서도 상당히 강경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미국 AI 기업들에게는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주 정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법적·정치적 반발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속도와 규모’를 최우선 가치로 선택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