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택(데이터·연산·네트워크·경제) 결합 구조를 통해
Tether.AI·Bittensor·Fetch.AI·Gensyn의 핵심 혁신과 전략적 시사점을 조망한다.
Tether의 AI 진출 발표(‘Tether.AI’)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전통적인 금융·결제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AI) 시스템 설계와 운영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앙집중형 AI 서비스는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과도한 데이터 수집·통제, 높은 API 사용료 등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에 대응해, 여러 탈중앙 AI 플랫폼이 블록체인과 결합된 새로운 생태계를 제안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네 가지 프로젝트—Tether.AI, Bittensor, Fetch.AI, Gensyn—를 다룬다. 이들 프로젝트는 각각 모델 학습·검증, 에이전트 배포·운영, 분산 컴퓨트 마켓플레이스, 토큰 기반 경제 인프라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네 가지 기능 영역을 하나의 개념적 프레임워크로 묶어 비교·분석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 AI 인프라가 어떻게 전통 MLOps 파이프라인(데이터 준비→모델 학습→배포→운영→모니터링)과 결합해 비용 구조를 혁신하고, 디지털 자산 유통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 살펴본다.
모델 생성·검증 (Model Training & Validation): 모델 학습 및 검증
Bittensor는 “Synapse”라 불리는 분산 노드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집중형 클라우드의 데이터 독점·단일 실패 지점·높은 비용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탈중앙 머신러닝 훈련 플랫폼이다. AI 개발자와 연산 제공자는 각자 노드를 운영하며, 자동화된 모델 교환 후 피어 리뷰(peer review)를 통해 성능과 신뢰도를 검증한다. 참여자는 TAO 토큰을 스테이킹해 노드 순위가 결정되며,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경제 모델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Staking Rewards는 스테이킹량과 동료 평가를 반영해 모델 훈련·검증 기여자에게 TAO 토큰을 분배함으로써 네트워크 참여를 촉진한다. 둘째, Model Marketplace에서는 검증된 모델을 거래할 수 있어 구매자는 즉시 신뢰할 기능을 활용하고, 개발자는 연구 성과를 토큰화해 수익화한다.
이 구조는 피어 리뷰를 통한 모델 신뢰성과, 머신러닝 커뮤니티 참여를 유도하는 협업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초기 네트워크의 평가 편향 가능성, TAO 토큰 유동성 부족에 따른 가격 변동성, 분산 노드 간 연결 불안정이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Bittensor는 분산형 AI 인프라 표준을 지향하지만, 안정적 거버넌스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야 진정한 확장이 가능하다.
에이전트 운영 (Agent Deployment & Service): 서비스 배포, 운영, 모니터링
Fetch.AI는 Cosmos SDK 기반 블록체인 위에서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Economic Agents, AEAs)를 운영해 API·IoT·외부 데이터 소스와 연동된 업무를 자동화하는 분산형 플랫폼이다. AEAs는 물류 최적 경로 탐색, 실시간 교통·에너지 데이터 조정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활용 가능하며, 에이전트 간 메시징과 거래는 스마트 계약이 작동하는 분산 원장에 기록되어 투명성과 불변성을 보장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두 가지다. 첫째, Agent Marketplace를 통해 에이전트 라이선스·데이터 사용료를 FET 토큰으로 결제하도록 해 개발자가 만든 에이전트를 수익화할 수 있다. 둘째, Decentralized Ledger 기반 스마트 계약이 거래와 보상을 자동화해 중개자 없이 에이전트 간 가치 교환을 수행한다. 에이전트 재사용성을 통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이종 블록체인 간 상호 운용성도 지원하지만, 복잡한 에이전트 설계 비용과 금융·헬스케어 등 규제 산업의 준법 부담은 도입 장벽으로 남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Fetch.AI가 제공하는 에이전트 거버넌스 메커니즘이다. 각 에이전트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투표를 통해 업데이트 제안과 권한 변경을 받을 수 있어, 중앙화된 통제 없이도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이러한 거버넌스 모델은 에이전트의 신뢰성과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커뮤니티 주도의 진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Fetch.AI 생태계가 다양한 산업 표준 조직 및 기업 파트너와 협업해 에이전트 레퍼지토리를 확장하고, 규제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모듈형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선보인다면, 보다 폭넓은 도메인에서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연산 자원 시장 (Compute Resource Marketplace): 컴퓨트 환경
Gensyn은 중앙 클라우드의 비용 부담과 단일 실패 지점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된 탈중앙 컴퓨트 마켓플레이스다. GPU·TPU 등 연산 자원을 보유한 공급자(node)와 AI 개발자·연구자(수요자)를 온체인 스마트 계약으로 직접 연결하여, 중개자 없이 투명한 자원 예약·정산을 추구한다. 공급자는 자신의 하드웨어 사양(코어 수·메모리·대역폭 등)을 스마트 계약에 잠금(lock)하고, 수요자는 요구 연산량과 기간을 입력하면 실시간 경매를 통해 최적의 공급자와 매칭된다.
비즈니스 모델은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 Compute-as-a-Service 방식으로 연산 자원 제공량과 사용 시간에 비례해 플랫폼 토큰 SYN으로 보상을 지급, 전통적 클라우드 대비 비용 효율성을 높인다. 둘째, Auction Mechanism은 시장 수요·공급에 따라 연산 단가를 자동 조정해 피크 타임 과도 지출을 방지하고, 비수기에는 유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한다. 모든 거래는 온체인에서 즉시 정산되어 투명성과 속도를 보장한다.
분산형 인프라는 단일 실패 지점을 제거해 가용성을 높이고, 유휴 GPU 자원의 경제적 전환을 촉진한다. 그러나 공급자 간 하드웨어 성능·네트워크 환경 편차로 연산 품질과 일관성 유지가 어렵고, 네트워크 지연(latency)으로 SLA 준수가 힘들 수 있다. 또한 초기 공급 풀(pool) 부족 시 토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생태계 확장을 위한 공급자 네트워크 확대와 품질 관리 메커니즘 도입이 필수적이다.
경제·결제 인프라 (Economy & Payment Layer): 통합 과금 및 비용 최적화
Tether.AI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완전한 탈중앙 AI 플랫폼으로, 암호화폐 결제 인프라를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Layer 0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이 플랫폼의 기본 구조는 오픈소스 기반의 AI 런타임 위에 P2P 방식의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AI 서비스에서 흔히 요구되는 API 키나 중앙 서버 없이도, 각 노드는 직접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연산 모델과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중앙 실패 지점을 제거함으로써 네트워크의 내구성과 보안을 강화한다.
무엇보다 Tether.AI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갑 개발 키트(Wallet Development Kit, WDK)의 통합이다. WDK는 플랫폼 내에서 USDT와 비트코인 결제를 즉시 지원하도록 구현되어 있다. 사용자는 AI 에이전트의 연산 자원 소비량이나 데이터 처리량에 비례하여 실시간으로 암호화폐를 지불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 원장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이를 통해 AI 서비스의 유료화는 물론, 사용자가 실제로 기여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사용량 기반 과금(pay-as-you-go)’ 모델을 보다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또한 Tether.AI는 “Proof of Contribution”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플랫폼에 연산 파워를 제공하거나 데이터 세트·모델 개선에 기여한 노드 운영자에게 토큰 보상을 제공한다. 기여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토큰이 분배되기 때문에, 개발자와 에지 컴퓨팅 노드 운영자 간의 협업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AI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생태계 참여자들이 자신이 제공한 자원과 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준다.
한편, 이러한 혁신적 설계에는 몇 가지 리스크도 동반된다. 먼저 암호화폐 직불 과금 구조는 토큰 가격 변동성에 민감하여, 사용자는 결제 시점의 환율 변동에 따른 예산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는 서비스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 예측 및 예산 관리 측면에서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둘째, P2P 네트워크의 합의 과정을 거치는 구조적 특성상, 블록체인 합의 지연이 발생하면 AI 연산 결과의 제공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실시간 응답이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는 네트워크 지연이 품질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Tether.AI는 결제 인프라와 AI 생태계를 통합함으로써, 탈중앙 AI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사용량 기반 과금과 기여 보상 메커니즘은 투명한 경제 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하지만, 암호화폐 변동성과 네트워크 지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탈중앙 AI의 통합과 미래 과제
탈중앙 AI 플랫폼들은 전통적인 MLOps 파이프라인을 블록체인 스택에 성공적으로 매핑함으로써 모델 학습·검증(Bittensor), 에이전트 배포·운영(Fetch.AI), 분산 컴퓨트 확보(Gensyn), 경제·결제 인프라(Tether.AI)라는 네 개 레이어에서 각각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데이터 독점과 단일 실패 지점 해소, 자원 활용의 경제적 최적화, 투명한 기여 보상 메커니즘 제공을 가능케 하며, AI 서비스의 비용 구조와 거버넌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한다.
다만 평가 편향·유동성·품질 보증·네트워크 지연 등 초기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강화와 파트너십 확대, 성능 모니터링·SLA 보완이 필수적이다. 향후 이 네 레이어가 유기적으로 통합될 때, 탈중앙 AI 생태계는 기존 중앙형 클라우드를 대체하며 디지털 자산 유통과 AI 혁신을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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