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 간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
AI 이미지가 출처를 오인하게 만들고
부당한 상업적 이익까지 취한다면 부정경쟁행위 간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은 예술과 디자인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미지나 영상이 AI를 통해 대량으로 생성되는 현상은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법적 충돌을 예고하는 사례다.
단순히 창작과 모방의 경계를 묻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어떤 법적 권리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한다.
미국 저작권법은 이 문제에 대해 꽤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률 제102조 (b)항은 "저작권 보호는 아이디어, 절차, 시스템, 개념, 원리 등에 미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라는 원칙이 자리잡았다. 요컨대, 지브리 스타일이라는 구도나 색채 감각, 미적 분위기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AI가 지브리의 특정 장면, 캐릭터, 배경을 고도로 재현하여 식별 가능할 정도가 된다면 이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저작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또 다른 논점은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 귀속 문제다.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의 창작이 없는 AI 결과물은 등록되지 않는다"(U.S. Copyright Office, 2023)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AI 생성물에 개입하여 기획하고 편집한 경우에는 일정 부분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AI로 만든 이미지를 포스터로 디자인한 작업은 후자의 예에 해당한다.
그러나 AI가 기존 저작물과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경우에도, 단순한 모방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AI가 원저작물에 ‘접근’했는가, 둘째는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이다. 이 판단은 복잡하다. AI는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하여 ‘통계적 일반화’를 수행하므로 직접 복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지점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더라도 퍼블리시티권과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처벌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원래 유명인의 초상과 성명을 보호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캐릭터와 같은 상징적 이미지에도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토토로처럼 고유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캐릭터가 AI 생성 이미지로 무단 사용된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의 외관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모방하여 소비자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해당 법률을 개정하며 디자인이나 이미지의 무단 전용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을 재현한 AI 이미지가 출처를 오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부당한 상업적 이익까지 취하게 된다면 부정경쟁행위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한다.
단순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넘어,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콘텐츠는 기존의 법 체계로 완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창작의 정의와 범주가 바뀌고 있고, 창작의 주체 또한 인간만으로 제한되지 않는 현실에서 법적 해석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이다.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른 저작권 귀속 기준, AI 학습 데이터의 합법성에 대한 규정, 그리고 저작권 외에 퍼블리시티권, 상표권,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법적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이는 단지 콘텐츠 제작자 보호의 문제를 넘어서, AI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윤리와 공정한 문화 생태계를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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