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시대.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저작권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MetaX에서는 Web3 시대를 맞아 디지털 콘텐츠, 가상자산,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과 저작권 사이의 충돌과 재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이 앞서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야 할까? 첫 번째 편에서는 ‘Web3.0과 저작권 시리즈’를 통해 본질을 다시 묻고자 한다.[편집자주] |
AI 시대,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질서가 요동친다
2025년 3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5 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협의체는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제도, ▲학습 데이터 거래 활성화, ▲AI 산출물의 활용이라는 세 개의 분과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불거진 저작권 쟁점을 정비하겠다는 목적을 내걸었다.
이와 같은 정책적 움직임은 디지털 콘텐츠의 급속한 확산과 직결돼 있다. AI는 글, 이미지, 영상, 음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콘텐츠의 창작과 유통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AI와 블록체인, 저작권의 새로운 지형
디지털 콘텐츠는 복제와 전송이 쉽고,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정의하는 '저작권'은 더 이상 전통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생성형 AI는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이 산출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주목받는다. 창작물의 거래, 소유권, 이용 이력 등을 위변조 불가능한 방식으로 기록함으로써 저작권 보호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계약은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와 거래를 자동화하고, NFT는 콘텐츠의 고유성과 희소성을 보증한다.
플랫폼 중심 구조와 토크노믹스의 대두
Web2.0 시대의 콘텐츠 플랫폼은 유튜브, 인스타그램처럼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를 중개하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플랫폼이 가져간다. 사용자는 댓글, 조회수, 반응 등 다양한 활동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창작물조차도 플랫폼의 통제 아래 배포되고 삭제될 수 있다.
Web3.0은 이 구조에 반기를 든다.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이 분산 저장되며,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토크노믹스 구조가 가능해진다. 즉, 창작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NFT 등으로 등록하고 직접 거래함으로써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창작 생태계의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의 과제
디지털 콘텐츠는 클릭 한 번으로 복제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창작자의 시간, 노력, 감정, 기술이 숨어 있다. 저작권은 이러한 투입 요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창작 동기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제도다. 저작권 보호가 불확실한 생태계에서는 창작의 질도 함께 하락한다.
AI 산출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 기존 작가의 창작물 스타일을 학습한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 등은 단순히 법적 쟁점을 넘어서 창작 생태계의 윤리와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디지털 시민’과 ‘메타버스 시민’의 문화적 권리 보호라는 차원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누가 콘텐츠의 진짜 주인인가?"
- AI가 유명 작가 스타일을 학습해 만든 결과물의 권리는 누구에게?
- 플랫폼이 보유한 사용자 데이터와 광고 수익은 어떻게 분배돼야 하나?
- 콘텐츠 소유권을 기술로 보장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한계는?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의 본질적 문제로 연결된다. 특히 메타버스와 AI 기반 콘텐츠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저작권이 더 이상 법률 텍스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설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통과된 ‘유럽저작권지침(EUCD)’ 제15조를 통해, 뉴스 콘텐츠에 대한 ‘인접권’을 도입했다.
구글은 이에 따라 ‘ENP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8개국에서 뉴스 콘텐츠를 제거하는 실험을 통해 콘텐츠 부재가 검색 광고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광고 수익의 유의미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Discover DAU는 5% 이상 하락했고 이는 콘텐츠 가치의 간접적 지표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 측정이 단순 클릭 수나 광고 수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은 향후 AI 윤리, 플랫폼 규제, Web3.0 자산화 이슈와 긴밀하게 연결될 전망이다.
정부는 ‘AI-저작권 가이드라인’의 구체화와 함께, AI 학습 데이터와 산출물의 권리 귀속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교육, 출판, 예술 등 다양한 산업군은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유통 구조를 실험하며, 창작자의 소득 구조 다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Web3.0의 핵심은 ‘기술적 가능성’이 아닌, ‘사회적 합의’다. 이는 제도·기술·문화의 종합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은 기술과 문화가 맞닿는 경계에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Web3.0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저작권 질서의 재정립이라는 도전을 던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묻고 또 답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 해답이 바로 미래 창작 생태계의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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