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블록체인은 금융, 공급망, 행정, AI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화폐 시스템과 비교되는 토큰(Token)개념이 부상하면서,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자산 토큰(Asset Token)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융합되면서, ‘AI 토큰 이코노미(AI Token Economy)’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블록체인의 진화, 토큰과 화폐의 차이점, 그리고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경제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
토큰이란?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전통적으로, 토큰은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었으며,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도 특정 작업 수행 권한이나 접근 권한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예로는, 우편 서비스에서 택배를 추적하는 트래킹 코드(tracking codes)나, 기차 및 비행기 탑승을 위한 QR 코드 등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토큰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켰다. 인터넷이 전통적인 통신 시스템을 혁신한 것처럼, 토큰은 금융 세계에 유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토큰은 자산이나 접근 권한을 나타내며,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에 의해 집단적으로 관리된다.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활용해 몇 줄의 코드만으로도 발행될 수 있어,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지갑(wallet)'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블록체인의 주소와 연결된 공개 키 및 개인 키(public-private key pair)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토큰을 사용하려면 해당 주소의 개인 키를 소유한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어 보안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토큰은 단순한 가치 저장(store of value) 수단을 넘어, 물리적·디지털·법적 권한(permission)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장과 관할권(jurisdiction) 전반에서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지며, 시장 참여자들 간의 공정한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또한, 토큰은 개별적인 행위가 집단적 목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으며, 특정 행동이 검증될 때 생성되는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암호화된 토큰(cryptographic tokens)은 소유권(property rights), 접근권(access rights), 또는 투표권(voting rights)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된다.
이처럼 토큰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분석하는 주요 관점으로는 기술적 측면, 권리적 측면, 대체 가능성, 양도 가능성, 내구성, 규제적 측면, 인센티브 구조, 공급량, 토큰 흐름, 프라이버시, 그리고 안정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대체 가능성 여부에 따라 토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s)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며 서로 교환이 가능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s, NFTs)은 각기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 서로 대체될 수 없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신원 인증, 인증서, 지적 재산권, 접근 권한 등 다양한 권리와 소유권을 표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면허, 증명서, 디지털 키, 출입권, 신원 인증, 유언장, 투표권, 티켓, 로열티 포인트, 저작권, 공급망 추적, 의료 데이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보증서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응용 사례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 단순한 디지털 수집품을 넘어, 공증, 인증, 권리 보호 등 실물 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임을 보여준다.
화폐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물물교환 경제에서 발생하는 ‘상호 욕구의 일치(coincidence of wants)’ 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적 교환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화폐는 시장 경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화폐는 가치 척도, 회계 단위, 교환의 매개체, 그리고 가치 저장 기능을 수행하며, 유동성, 대체 가능성, 내구성, 휴대성, 인식 가능성, 안정성, 위조 방지 등의 속성을 가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화폐의 유형도 변화해왔다. 초기에는 상품 화폐(commodity money)나 대표 화폐(representative money)가 사용되었으며, 현대 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 화폐(fiat currency)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암호학적 토큰(cryptographic tokens)이 등장하면서, 기존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수많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비판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은 이러한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으로, 특정 자산(주로 법정 화폐)에 고정(pegged)된 가상 화폐다. 가장 널리 알려진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USDT)와 USDC이며, 이는 미국 달러(USD)에 1:1로 연동되어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외에도 다양한 법정 화폐에 연동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유로(EUR) 기반의 스테시스 유로(EURS),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프랑 기반의 크립토프랑(XCHF)과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특정 지역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변동성이 큰 미국 달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에서 ‘칩’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 결제 및 송금, 해외 비즈니스에서도 활용된다.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비교하면, 송금 수수료 절감과 더 빠른 결제 속도를 제공하며, 특히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강력한 자본 통제가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자본 이동성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와도 비교된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는 정부가 통제하는 디지털 화폐로, 법적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차별화된다. 반면, 개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더 넓은 접근성을 갖추고 있으며, 기존 가상화폐 생태계와의 통합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적절한 규제를 통해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스테이블 코인은 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큰의 발행과 거래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며, 네트워크 내에서만 관리될 수 있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로 인해 토큰은 네트워크 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토큰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특정한 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 초기 토큰 발행 과정에서부터 거래소에서의 유통까지, 토큰 경제는 다양한 구조와 메커니즘을 통해 운영된다.
토큰 세일즈(Token Sales)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누구나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토큰을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 초기에는 ICO(Initial Coin Offering, 최초 코인 공개)라는 명칭이 사용되었으나, 점차 ‘토큰(token)’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ITO(Initial Token Offering, 최초 토큰 공개)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의 경우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공개)라는 형태로 발전했다. 특히 기존 ICO 방식으로 인한 다수의 시장실패와 규제 및 보안 문제로 인해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최초 거래소 공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토큰 세일즈가 등장했다. IEO에서는 거래소가 토큰 발행 및 판매 과정을 중개하며, 사용자 인증 및 판매 감독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발행자는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거래소의 기존 사용자 기반을 활용하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토큰 거래소(Token Exchanges)는 사용자의 토큰을 보관하고, 플랫폼 내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바이낸스(Binance)나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대부분의 거래소는 중앙화 거래소(CEX, Centralized Exchange) 형태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간편하게 토큰을 매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법정화폐와의 교환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개인 지갑 생성 및 관리 기능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개인 키(private key) 보관 서비스도 포함한다. 그러나 중앙화된 성격을 가진 CEX는 해킹, 부실 운영, 거래량 변동성, 검열 등의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중앙화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가 등장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 블록체인 원장에서 직접(on-chain) 거래를 결제(settlement)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보다 자유롭게 토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사용자라도 자동으로 연결되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토큰의 발행과 거래 과정은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ICO에서 IEO로 발전하면서 발행자의 부담이 줄어들고, 탈중앙화 거래소가 등장하면서 중앙화된 거래소의 단점을 보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 및 기술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토큰 경제의 확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자산 토큰 Vs. 증권형 토큰
기존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란, 물리적 객체나 금융 자산에 대해 토큰화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때, 토큰은 물리적 자산의 대응물(counterpart)로 기능하며,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에 의해 집단적으로 관리된다. 이처럼 "자산 토큰(asset token)"이라는 용어는 상품, 예술 작품, 부동산, 증권 등 모든 유형의 자산을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반면,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은 금융 시장 규제에 따라 증권으로 분류되는 특정한 유형의 자산 토큰이다. 다만, 무엇이 증권으로 간주되는지는 국가별 법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증권형 토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위 테스트(Howey Test)’로, 자산이 △자금 투자 △공동 사업 △이익 기대 △타인의 노력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증권으로 간주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XRP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하며, 리플랩스(Ripple Labs)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리플랩스는 XRP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며, 투자자들이 리플랩스의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2023년 7월 미국 연방 법원은 기관 투자자 대상 판매는 증권이지만, 일반 투자자 대상 거래소 거래는 증권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암호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느냐에 따라 증권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첫 사례로,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방향에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방식이 증권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면, 이더리움, 솔라나, 카르다노 등 다른 프로젝트에도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더욱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증권법이 암호화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대체불가능토큰(NFT), 증권형 토큰(STO), 디지털 자산 거래소 운영 등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 모델의 법적 기준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미래의 디지털 자산 거래 및 토큰화된 자산(Tokenized Asset)의 법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법적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 자산(또는 그에 대한 권리)의 토큰화와 기타 가상 권리의 토큰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상 자산을 대표하는 기존의 도구(예: 종이 증명서, 디지털 증명서 등)는 토큰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규제 환경 및 스마트 컨트랙트의 설정 방식에 따라, 자산 토큰은 글로벌 거래(global trading)에 적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개방은 유동성을 더욱 증가시키며, 기업가와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에는 취득이 어려웠던 외국 자산의 지분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산업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는 권리 관리 및 거래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부동산 소유권이 토큰화되면, 이를 공공 인프라에서 쉽게 등록 및 관리할 수 있으며, 규제 요건을 충족할 경우 P2P(peer-to-peer) 거래도 가능해진다. 각 부동산의 해시 데이터(hashed data)는 분산 원장에 기록되어, 과거 소유주, 수리 이력, 편의 시설과 같은 모든 부동산 관련 활동에 대한 보편적으로 공유된 데이터 세트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토큰은 기존 부동산뿐만 아니라 개발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에도 발행될 수 있다.
미술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토큰화도 기존 시스템의 여러 비효율성을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 보통 막대한 경제적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미술품 및 부동산 시장과 같은 자산 시장도 토큰화를 통해 부분 소유권이 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과거에는 실현 불가능했던 새로운 활용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백만 유로를 들여 하나의 예술 작품을 구매하는 대신, 이제는 해당 작품의 일부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진위 확인(provenance), 디지털 권리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결제(settlement) 및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처림 자산 토큰은 금융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증권형 토큰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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