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혁신의 주도권은 구글 바깥에 있다”
반대 측: “인프라와 자산은 여전히 구글의 손에 있다”
구글, '수비에서 반격으로'…Gemini 중심 재편
구글이 25년간 지켜온 검색 제국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생성형 AI의 부상과 독점금지 소송, 그리고 애플 기기에서의 검색 감소는 'AI 시프트'라는 구조적 전환이 구글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현재 25년간 이어온 인터넷 지배 구조의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해온 구글이지만, 2025년 들어 iPhone 등 주요 단말기에서 구글 검색 사용량이 처음으로 감소하는 이례적 현상이 감지됐다.
동시에, 구글은 미국 정부가 제기한 2건의 독점금지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최악의 경우 기업 분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검색에서 생성형 AI로
“정보를 찾는 시대”에서 “정보가 오는 시대”로
그동안 구글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천, 수만 개의 관련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검색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 방식은 웹에 존재하는 정적인 정보들을 분류(indexing)하고, 사용자에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ChatGPT, Claude, Gemini와 같은 생성형 AI는 아예 '새로운 답'을 직접 만들어주는 존재로 등장했다.
이제 사용자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클릭하지 않는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이라고 질문하면, AI가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곧바로 알려준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검색’이라는 인간의 행동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구조적 변화를 뜻한다. 구글이 지배해온 ‘검색의 시대’는 끝나가고, 이제는 ‘응답의 시대’가 오고 있다.
수익 모델의 전환 압박
“광고 클릭 없는 AI, 구글의 위협”
구글 매출의 상당 부분은 사용자가 검색한 키워드에 따라 노출되는 광고에서 나온다. 이 광고는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클릭을 유도하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광고를 볼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이 구조는 구글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Microsoft는 자사의 검색엔진 Bing에 AI 챗봇을 통합하면서 검색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고, Perplexity나 OpenAI는 광고보다 '구독'과 '프리미엄 응답' 같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사용자 수가 곧 광고 매출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사용자 경험의 깊이가 돈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변화에 구글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독점 구조에 대한 불신 확산
“‘구글 중심 인터넷’에 대한 피로감”
미국 정부는 현재 구글을 상대로 두 건의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나는 애플과의 검색 기본 설정 계약처럼, 경쟁자를 배제하는 방식의 시장 지배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서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등장은 또 다른 불신을 키운다. AI의 핵심은 '데이터'와 '연산 능력'인데, 현재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이런 독점적 구조에서 AI가 발전하면, 정보의 객관성·다양성·접근성마저 소수 기업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그 결과 "구글 없이도 인터넷은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탈구글’ 담론이 사회 전반에서 힘을 얻고 있다.
“구글은 AI 경쟁에서 진짜 밀리고 있는가?”
AI 최강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은, 결국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와 실행 속도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 찬성 측: “혁신의 주도권은 구글 바깥에 있다”
OpenAI는 GPT-4, GPT-4 Turbo 등을 통해 생성형 AI의 대중화를 선도했으며, Microsoft는 이를 자사 제품군에 신속히 통합함으로써 교육, 오피스, 검색 시장까지 파급력을 확장하고 있다.
Anthropic의 Claude 시리즈도 보안성과 정밀도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Perplexity, Mistral, Meta 등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반면 구글은 초기 Bard의 출시 이후, Gemini 1.0의 성능 한계와 1.5의 지연 출시로 인해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부 데모 영상에서 '조작된 AI 시연' 논란까지 더해지며 신뢰에 금이 가기도 했다.
▷ 반대 측: “인프라와 자산은 여전히 구글의 손에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구글은 AI 모델의 연산 기반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자체 설계해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며, Google Cloud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의 주요 플랫폼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DeepMind는 알파고, 알파폴드로 입증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집단이다.
특히 Bard에서 Gemini로 전환한 이후, 구글은 모델 명확성, 멀티모달 대응, 모바일 통합성을 개선하며 시장 반등을 시도 중이다. 결국 'AI 경쟁에서 구글이 지고 있다'는 평가는 단기적 실행력에선 성립하지만, 중장기 전략에서 단정 짓긴 어렵다.
검색이라는 모델의 종말?
생성형 AI가 바꾸고 있는 건 ‘사용자 경험’만이 아니다. 정보 경제의 질서 자체다.
ChatGPT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검색’을 하지 않는다. “궁금한 걸 물어본다”는 행위가 단지 링크를 클릭하는 것을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한 답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SEO(검색 최적화) 산업의 구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기업들이 웹사이트를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연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프롬프트에 노출될 확률’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는 더 이상 ‘검색에 잘 걸리는 기사’를 쓰는 데 집중하지 않게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AI가 요약·설명·예시 생성까지 도맡으며, 기존 교육자료의 탐색 기반 학습이 감소하고 있다.
결국, 생성형 AI는 단순히 검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소비 방식 전체’를 재편하며 지식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구글, '수비에서 반격으로'…Gemini 중심 재편
구글은 기존 검색에 생성형 AI를 덧붙이는 ‘AI 서치 하이브리드 모델’을 본격적으로 실험 중이다. 사용자 질문에 대해 요약된 답변을 생성하고, 그 아래에 출처 링크와 관련 검색 결과를 함께 노출하는 방식이다. 또한 Gmail, YouTube, Google Docs 등 핵심 서비스에 Gemini를 통합해, 플랫폼 전체를 AI 기반 생태계로 재구성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본질적으로 기존 생태계를 방어하려는 ‘수성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AI가 바꾸는 사용자의 행동을 수용하기보다, 기존 트래픽과 광고 기반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사용자 기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 충분한가다.
AI 시대, 검색은 죽고 ‘프롬프트 생태계’가 뜬다
검색 시장의 경쟁 구도는 이미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누가 더 좋은 링크를 추천해주는가'였다면, 이제는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답을 만들어내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새로운 경쟁은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나 UI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핵심은 "프롬프트에 대한 응답 품질", 다시 말해 언어모델의 성능, 맥락 파악력, 사실 정확도가 가장 큰 차별화 요소가 된다. 구글이 검색의 왕좌를 지켜내려면, ‘모델 경쟁’에서의 우위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업 분할 가능성: ‘법정’에서 ‘윤리’로 옮겨가는 논쟁
구글을 향한 반독점 소송은 더 이상 단순한 시장 점유율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접근성과 투명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한다. 독점적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AI를 독점하게 될 경우, 정보의 흐름 자체가 특정 집단에 의해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글의 분할 요구는 단지 법적 제재가 아니라, 기술 민주화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경험해온 사용자들이 분할 논의에 지지를 보내는 것도, 그 배경엔 ‘AI는 누구를 위한 기술이어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이 깔려 있다.
‘검색의 시대’에서 ‘응답의 시대’로…구글은 여전히 정답인가?
지난 25년간 구글은 인터넷의 '입구'였다. 사용자들은 검색창을 통해 세상을 탐색했고, 그 구조는 구글의 광고 수익과 기술력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AI라는 새로운 파도는 그 입구 자체를 흔들고 있다.
AI는 정보를 ‘찾아오게’ 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낸다’.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직접 답을 생성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검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단지 기술의 전환이 아니라, 지식 권력의 전환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바뀌었다.
"무엇을 검색할 것인가?"에서 "누가 답을 만들 것인가?"로.
구글은 정말 여전히 정답일 수 있을까?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