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와 함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자, CERN 출신 물리학자인 이고르 바부쉬킨(Igor Babuschkin)이 회사를 떠나며 새로운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슈퍼인텔리전스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AI를 안전하고 인류에 유익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다음 미션”이라며 ‘Babuschkin Ventures’ 설립을 발표했다.
바부쉬킨은 러시아 연방 붕괴 이후 더 나은 삶을 찾아 이민 온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물리학을 공부하며 리처드 파인만, 막스 플랑크 같은 과학자를 동경했던 그는 CERN에서 입자물리학 박사 과정에 몸담았지만, 점차 “더 큰 입자가속기”만이 새로운 물리학을 열 수 있다는 한계에 의문을 품었다.
그의 관심은 ‘더 큰 장비’가 아닌 ‘더 큰 지능’으로 향했고, AI가 리만가설 증명이나 양자중력이론 완성 같은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AI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해 온 엘론 머스크와 뜻을 같이 하며 2023년 xAI 창립에 참여했다.
xAI 초기 시절, 업계 전문가들은 “너무 늦게 시장에 진입했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바부쉬킨과 팀은 “120일 만에 슈퍼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RDMA 네트워크 문제로 훈련이 멈췄을 때, 머스크와 엔지니어들은 한밤중에 멤피스 데이터센터로 날아가 BIOS 설정 오류를 찾아냈다. 새벽 4시 20분, 첫 대규모 학습이 성공하자 머스크가 이를 올리며 “4:20am”이라는 농담을 던졌고, 팀 전체가 웃음과 환호를 터뜨렸다.
바부쉬킨은 이를 “가장 전율 넘치는 순간이자,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였던 시간”으로 회상했다.
바부쉬킨은 과거 딥마인드에서 ‘알파스타(AlphaStar)’ 프로젝트를 이끌며 강화학습의 잠재력을 직접 체험했다. 그는 향후 프런티어 모델들이 장기간·다중 영역에서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에이전틱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러한 변화는 강력한 능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AI 안전성 연구의 시급성을 높인다. 최근 미래생명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설립자인 맥스 테그마크와의 대화에서 그는 “우리 아이들이 번영할 수 있는 AI를 만들 방법”이라는 질문에 깊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xAI에서의 2년 반을 마무리하며 그는 새로운 창업·투자 플랫폼인 Babuschkin Ventures 출범을 선언했다. 이 벤처는 ▲AI 안전성 연구 지원 ▲인류 발전과 우주·과학 난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투자 ▲에이전틱 시스템의 윤리적 설계·활용 촉진을 핵심 미션으로 삼는다.
바부쉬킨의 퇴사는 xAI가 초기 고속 성장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일 수 있다. 동시에 AI 안전과 윤리 문제를 독립적으로 풀어내려는 새로운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행보는 머스크식 ‘속도와 실행력’과, 과학자적 ‘윤리적 책임’이 결합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Babuschkin Ventures가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AI 안전 담론과 산업 전반의 윤리적 표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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