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
NVIDIA가 2025년 2분기(2026 회계연도 2Q)에서도 ‘AI 황제’의 지위를 다시 확인했다. 매출은 467억 달러(약 63조 원)로 전년 대비 56%나 급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드러난 또 하나의 진실이 있었다. 단 두 명의 익명 고객이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거대한 성장의 그림자 속에 집중 리스크가 선명히 드러난 셈이다.
2025년 7월 27일로 마감된 분기에서 NVIDIA는 467억 달러(약 63조 원) 매출, 72.7%의 총이익률, 108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 GAAP 순이익을 기록했다. GAAP는 미국에서 기업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적용되는 공식 회계 기준으로, 규제기관과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표준 수치’를 의미한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부문이었다. 해당 부문 매출은 411억 달러(약 55조5천억 원)로 전사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특히 차세대 AI 플랫폼 블랙웰(B200 시리즈)의 판매가 전분기 대비 17% 성장하며 성과를 이끌었다.
블랙웰은 NVIDIA가 AI 전성기를 주도하는 핵심 제품군이다.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대규모 AI 훈련과 추론 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 덕분에 총이익률은 7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반기 기준 427억 달러(약 57조7천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SEC 10-Q 보고서에는 더 주목할 부분이 있었다. 바로 고객 A(23%), 고객 B(16%), 두 고객이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같은 분기 집중도가 2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14%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매출 구조의 취약성은 뚜렷하다. 고객 A·B가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나 ODM·유통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만약 특정 계약에 변화가 생기면 매출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국 전용 모델 H20은 이번 분기 중국 매출 ‘0’을 기록했다. 비록 다른 지역 판매로 6억5천만 달러(약 8천8백억 원)를 확보했지만, 근본적인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NVIDIA의 공격적 자사주 환매(2분기 97억 달러, 약 13조 원, 잔여 권한 712억 달러, 약 96조 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동시에 ‘매출 집중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 의존도와 기술 패권 경쟁과 직결되는 문제다.
NVIDIA의 기회 요인은 분명하다. AI 인프라 시장의 폭발적 성장, 블랙웰의 시장 지배력, 그리고 막강한 현금흐름과 환매 정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협 요인도 만만치 않다. 특정 고객 39% 의존 구조, 대중국 수출 제한, AMD·인텔·중국 업체의 추격이 동시에 존재한다.
TSMC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하면서 고객 집중 리스크가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동했다. 반대로 ASML은 독점적 장비로 고객 분산에 성공했지만, 미국 규제와 중국 시장 제한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NVIDIA 역시 이들처럼 ‘성장–의존–규제’의 삼각지대에 서 있다.
NVIDIA가 직면할 과제는 네 가지다. 첫째, 고객 다변화로 특정 CSP와 유통사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블랙웰 이후 B30 등 차세대 AI GPU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셋째, 대중국 수출 제한과 유럽·미국의 반독점 심사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넷째, GPU 판매를 넘어 소프트웨어·서비스 비중을 확대하며 AI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이번 분기 성적표는 성장과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블랙웰이 만들어낸 폭발적 매출 성장 뒤에는 익명의 두 고객에게 의존하는 39% 매출 구조라는 취약성이 숨어 있다.
AI 황제의 지위를 지키려면 이제 NVIDIA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매출 구조의 지속가능성에도 답해야 한다. 결국 “누가 고객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법이 향후 NVIDIA의 진정한 성적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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